안용호⁄ 2026.02.26 17:34:46
국립중앙박물관(관장 유홍준)이 2월 26일 새롭게 단장한 서화실의 문을 열었다. 새 서화실은 전시 구성과 운영, 공간 디자인 등 여러 면에서 이전과 확연히 달라진 모습으로 관객들을 맞이한다.
시즌 하이라이트를 선정해 교과서에 수록된 익숙한 명품을 상설전시로 공개하는 한편, 대표 서화가들을 집중 조명하는 주제전시를 개최하여 계절마다 관람객들이 다시 찾는 서화실로 변모할 계획이다.
이번 서화실 개편은 글씨와 그림은 하나라는 동아시아의 전통적인 사고 인식을 바탕으로 우리의 옛 글씨와 그림의 가치를 새롭게 조명하는 데 목적이 있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회화 중심으로 구성되었던 전시 구조를 재정비하고 서화 전시를 강화했다. 작품 전시뿐만 아니라 영상이나 공간 연출 등 다양한 기법을 동원해 분위기나 글씨를 보다 더 쉽게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두 번째는 회화 전시 구성을 기능적인 방식으로 재편했다. 기존에는 장르나 시대 부분이 혼재된 부분이 있어서 각 전시실의 특성이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었다. 이번 개편에서는 회화를 감상, 기록, 장식이라는 기능적인 성격에 따라 구분해 관람객들이 우리 그림의 성격과 쓰임을 보다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세 번째는 전시 활성화 부분이다. 주제 전시를 강화하고 반드시 보아야 될 작품을 선정해서 서화실이 계절마다 새롭게 변하는 공간이 되도록 했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 관장은 “ 작품이 광선에 노출되는 적산조도를 고려할 때 3개월 이상 전시하는 것은 무리다. 한번 전시된 전시된 작품은 6개월 또는 1년 후 다시 전시되어야 했다. 그래서 관객들이 보고 싶은 작품이 언제 전시될지 몰라 안타까워 했다. 이번 개편으로 3개월 마다 특색있는 원포인트 기획전을 해서 관객들이 예측 가능하도록 했다. 이번 첫 봄 시즌에 시작 하면서 원 포인트 테마로 겸재 정선 탄신 350년에 맞춰 일반 상설 전시를 하면서 겸제 코너를 강화해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겸재의 명품뿐만 아니라 개인 소장품으로 보물급에 해당하며 일반인들이 보기 힘든 작품을 초대해 전시회로 꾸몄다”라고 설명했다.
서화실은 5개의 전시실을 4개의 전시실로 개편했다. 국립중앙박물관 이현숙 디자인전문관은 이번 개편의 디자인적 특징을 이렇게 설명했다. “먼저 서화실의 시작 타이틀을 통해 서화의 본질을 관람객들에게 먼저 보여주고자 했다. 공간에 들어서면 태양도의 이미지를 응시하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발걸음이 서서히 느려지면서 서화의 의미를 보는 전시실로 향하도록 했다.
두 번째 특징은 서화의 미감을 재해석하는 공간이라는 점이다. 전시실에 가면 타이틀 벽을 보고 작은 회랑을 지나게 된다. 한지의 질감과 손목의 농담이 차분하게 다가오는 단정한 공간이 펼쳐진다. 짙은 먹기가 한 지의 색을 기본 톤으로 하여 수목이 물들듯 스며드는 분위기를 구현하고자 했다. 또한 머무르고 사유화하는 사회의 경험을 더욱더 높이고자 했다.
옛 비석의 글씨를 통해 우리 옛 글씨의 흐름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장대한 풍경을 경험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관객이 여백 속에서 천천히 머무는 감성을 느끼도록 했다”라고 소개했다.
서화실 안으로 들어가면 서화 1실에서는 이전보다 서예 작품을 다채롭고 풍성하게 전시하여 우리 서예의 정수를 보여주고자 하였다. 또한, 현대인들에게 다소 낯설 수 있는 서예 문화를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명필과 누구나 아는 역사적 인물 중심으로 전시를 구성했다.
‘글씨는 곧 그 사람(書如其人)’이라는 전통적 인식 속에서 안평대군(安平大君) 이용(李瑢, 1418~1453), 석봉(石峯) 한호(韓濩, 1543~1605), 추사 김정희,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 1762~1836)의 글씨에서 필획의 아름다움 뿐 아니라 글씨를 쓴 사람의 인품과 정신을 함께 느껴보길 권한다.
정조가 신하 최영수에게 써준 글씨도 함께 전시되었다. 왕의 글씨는 조선시대 사회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글씨이기도 하다.
서화 2~4실의 회화 전시도 새롭게 구성하였다. 기존의 시대와 장르 구분을 넘어 ‘감상’과 ‘실용’이라는 그림의 기능적 성격에도 주목했다. 순수 감상을 위한 회화와 궁중장식화, 기록화와 초상화 등 제작 목적에 따라 작품을 구분함으로써 조선 회화의 다양한 층위를 제시하고자 했다.
특히 초상화는 전신의 실적인 재연과 그리고 정신을 드러내고자 하는 두 가지 축이 우리 초상화를 이해할 수 있는 굉장히 중요한 특징이다. 최근에 국립중앙박물관이 구입한 이명기의 ‘서식수 초상’은 옷의 표현, 의자 등의 디테일이 특징적이다. 김홍도와 함께 그린 작품이다.
매화의 정취를 담은 전(傳) 신잠(申潛, 1491~1554)의 〈탐매도〉와 김명국(金明國, 1600~?)의
<달마도〉, 조선시대 초상화를 대표하는 이명기(李命耆, 1756~1813 이전)의 〈서직수상〉(보물), 궁중장식화〈일월오봉도〉와 〈모란도>는 우리 그림의 깊이와 폭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이다. 또한, 옛 시와 비평문을 병치하여, 동시대 사람들의 열렬한 서화 애호와 작가의 인간적 면모를 생생하게 전달하고자 했다.
새롭게 달라진 서화실은 ‘N차 관람’이 필수다. 1년에 3~4회 이루어지는 교체전시마다 반드시 봐야 할 서화 작품 2~3점을 선정하여 “시즌 하이라이트”라는 이름으로 소개한다. 이를 통해 교과서에 수록된 익숙한 작품과 우리 미술을 대표하는 명작으로 집중 조명할 예정이다. 또한, 주제전시도 강화하여 서화 3실에서 교체전시마다 새로운 주제전시를 선보인다.
올해는 재개관을 기념하여 주요 작가와 시대를 조명하는 4번의 주제전시를 개최한다. “겸재(謙齋) 정선(鄭敾): 아! 우리 강산이여!”(2.26.~4.26.)을 시작으로 “단원 김홍도, 시대를 그리다.”(5.4.~8.2.), “추사 김정희와 그의 시대”(8.10.~11.29.), “조선 모더니즘: 조선 말기의 회화”(12.7.~’27.2.28.)가 이어질 예정이다.
첫 주제전시인 “겸재 정선! 아! 우리 강산이여!”는 겸재 정선(1676~1759) 탄신 350주년을 기념한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진경산수의 시작을 알리는 초기의 기념비적 작품인 <신묘년풍악도첩〉(보물)과 노년의 걸작인 〈박연폭포〉(개인소장)를 시즌 하이라이트로 소개한다.
또한, 정선의 오랜 벗이자 한국적 인물화와 풍속화의 새로운 지평을 연 관아재(觀我齋) 조영석(趙榮祏, 1687~1761)의 대표작 〈설중방우도〉(개인소장)도 이번 전시에서 주목해야 할 작품이다. 박물관은 향후에도 타 기관이나 개인 소장품도 초청 전시하여, 평소에 쉽게 만나기 어려웠던 명품을 지속적으로 공개할 계획이다.
유홍준 관장은 “겸재의 대표작을 꼽는다면 금강전도, 인왕제색도, 박연폭포 셋을 꼽는다. 박연폭포는 겸재의 이미지를 압축을 하거나 확대하는 화법을 볼 수 있다. 폭포가 확 쏟아지는 모습과 상대적으로 작게 그려진 사람들은 자연의 입장에선 틀렸지만 그림의 입장에서 훨씬 감동적이다”라고 말했다.
국립중앙박물관 서화실은 서화 감상 위주의 작품과 장식 위주의 작품을 기능적으로 분류해 관람객들이 회화의 성격뿐만 아니라 기능적인 그런 부분까지도 함께 이해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이번에 새롭게 문을 연 서화실에서 관람객들이 우리 서화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다시금 느끼고, 국민들이 사랑하는 서화 작품을 언제나 박물관에서 감상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문화경제 안용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