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유진⁄ 2022.03.08 11:09:08
공무원의 실수로 선거인 명부에 누락되어 선거권이 박탈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8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경기도 구리시에 거주하는 A 씨(45)는 최근 20대 대통령선거 투표 안내문에 자신의 이름이 빠지고 사망한 시아버지가 올라가 있는 것을 확인했다.
바로 거주지 동사무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문의하자 동사무소 직원이 선거인 명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지난달 19일 사망한 A 씨 시아버지의 사망신고서를 확인하지 못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또 A 씨 시아버지의 등록이 말소된 주민등록본을 보고도 확인하지 않고 시아버지를 선거인명부에 올리고 A 씨를 제외했다. A 씨가 구리시 선거관리위원회에 항의하자 주민등록만 있으면 투표가 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지난 5일 사전투표소를 찾은 A 씨는 선거인명부 조회가 되지 않아 투표를 할 수 없다는 말을 듣고 또 한 번 좌절했다. 다시 동사무소를 찾은 A 씨는 본 투표 일인 9일까지 투표만 할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동사무소는 “선관위에 문의했으나 선거인명부가 이미 확정돼 이번 대통령 선거의 투표는 불가능한 상황”이라면서 A 씨를 찾아와 직원의 실수로 참정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된 점을 사과했다.
중앙선관위 역시 “지난달 25일 선거인 명부가 확정돼 수정하기 힘들다”면서 “동사무소의 실수다. 책임질 수 없는 문제다. 국가의 손해배상 여부는 모르는 부분이다. 동사무소 직원을 대상으로 손해배상소송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동사무소는 A 씨의 투표권이 상실된 것에 대해 책임을 지기보다는 조용하게 넘어가지는 입장을 보였다.
동사무소 관계자 A 씨와의 통화에서 “해줄게 없다”고 말하며 “행정소송 등을 해도 변호사를 선임하고 판결 나오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직원이 어리고 월급도 적다. 배려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앞으로 업무를 철저히 해 지방선거에서는 누락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비슷한 실수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6일 전남 광주지역에서도 공무원 업무태만으로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유권자들이 있었다.
지난 6일 국민일보 보도에 따르면 B씨는 전날 투표를 하기 위해 대선 투표장을 찾았으나 투표용지를 발급받지 못했다. 투표사무원의 안내를 받아 투표용지를 받으려고 했다가 선거인 명부에서 이름이 빠진 내역을 확인하고 담당 자치구에 문의한 결과 ‘삭제’됐다는 통보가 돌아왔다.
범죄 이력과 사망 여부 등 전산망 주민기록을 토대로 선거인명부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B씨가 명부에서 빠졌다. B씨는 사법처분을 받았으나 해당 범죄가 선거권 박탈 대상에 속하지는 않았다.
B 씨의 범죄사실과 사법처분 이력은 신분 사항 등록지인 전남지역 지자체로 통보됐는데 당시 담당 공무원이 전산망 입력 과정에서 오류를 범한 것으로 드러났다. 주소지 담당인 광주 자치구는 전산망 기록을 토대로 선거인명부를 작성했고 전남 지자체의 입력 과정에서 ‘선거권 없음’으로 분류된 것이다.
광주에서는 이와 똑같은 사례가 사전투표 첫날인 4일 다른 자치구에서도 있었다. C 씨의 범죄 이력이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전산망에 입력되면서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됐다.
각 자치구는 투표권을 박탈당한 B 씨와 C 씨의 구제 방안을 선거관리위원회에 문의했으나 선거인 명부 확정 이후에는 선거에 참여할 수 없다는 답을 받았다.
한편, 선거권이 박탈된 사례를 본 네티즌들은 크게 분노했다. 네티즌들은 “밖으로 드러나지 않은 일이 더 많을 것이다. 행정 처리가 엉망”, “담당 공무원을 찾아 징계하고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공무원 업무 태만이 하루 이틀 일인가?”, “너무 억울하겠다”, “국가가 책임지고 배상해라”, “선거권 박탈 당한 상황에서 배려해달라고? 선거권이 중국집 젓가락 안 온 거랑 같은 줄 아냐” 등의 반응을 보였다.
반면 일부 네티즌은 “공무원이 선거면 선거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해야지. 자기 일은 자기 일대로 다 해야 하는 선거 기간은 그야말로 지옥”, “인원이 없으면 사람을 좀 더 뽑아라”, “시스템 좀 바꿔라”, “사람이니까 할 수 있는 실수” 등의 의견을 밝혔다.
<문화경제 박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