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기⁄ 2022.03.25 14:44:26
평소 투자에 관심이 많았다면 ‘원금 보장’이 붙은 알파벳 약자 상품, ELB 혹은 ELS를 두고 궁금증을 느꼈을 것이다. 우선 ELS(Equity Linked Securities)는 주가 연계증권으로 주가와 연계되어 수익률이 결정되는 상품이다. 이외에도 DLB, DLS 등도 있지만 접근하기 쉽고 비교적 수익 발생 구조를 이해하기 쉬운 ELS와 ELB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ETF처럼 앞자리 'E(Equity)'로 시작하는 상품은 코스피200지수 등이 기초자산 역할을 한다. 주식 투자는 종목을 골라 투자하는 반면 ELS는 주가 등 기초자산에 연동해 투자한다. 그래서 '파생' 상품이다.
예컨대 발행사가 지정한 주가의 범위 아래로 떨어지지 않고 상위권에 머물면 결정 수익을 받는다는 식의 구조다. 코스피200을 비롯 S&P 500(미국), EUROSTOXX50(유로), NIKKEI(일본), HSCEI(홍콩) 등 주요 국가 주가지수를 섞어 연동하는 기초자산으로 삼는다.
그렇다면 이 지수를 기반으로 한 상품의 수익은 어떻게 발생할까? 지난 3월 18일 마감된 삼성증권의 ‘ELS 27809회 모집’ 요강을 살펴보자.
상품 설명에 따르면 ‘① ELS 27809회는 한국(KOSPI200), 유럽(EUROSTOXX50), 미국(S&P500)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3년 만기 상품 ② 만기까지 세 지수가 모두 최초 기준가의 50% 미만으로 하락한 적이 없으면 세전 연 11.2%의 수익 지급 ③ ELS 27809회는 스텝다운 구조로 3개월마다 조기상환 기회가 주어진다. 세 지수 모두 설정 시 기준가의 95%(3개월), 90%(6·9·12·15개월), 85%(18·21·24개월), 80%(27·30·33개월), 75%(36개월) 이상이면 세전 연 11.2%를 지급하고 상환’된다고 나와 있다.
‘리스크 안고 고수익’ 노리는 ELS, 꼼꼼히 따져보고 시작해야
ELS 상품을 볼 때 중요한 건 수익률과 ‘스텝다운’이다. ‘스텝다운’이란 조기상환 기준치로 나온 95%, 90%, 85%, 80%, 75%를 의미한다(보통 ‘95-90-85-80-75’로 표기). 상품 가입 후 3개월이 지나고 1차 평가일에 해당 지수가 가입날 대비 95% 이상에 머물러 있다면 원금과 수익을 바로 지급한다. 조기상환 가능 구간 지수(숫자)로 생각하면 편하다.
1000만 원으로 이 상품을 샀다고 가정해 보자. 기초자산(한국, 유럽, 미국 지수)이 3개월 내 기준 가격의 95% 이상을 유지했다면 원금과 112만 원의 이자를 받는다. 그러나 모든 투자엔 리스크가 존재한다. 3개월이 지나면 기준가가 90%로 낮아지며 3개월 때보다 확률은 높아진다. 1년(12개월) 후 기준 가격의 90% 이상을 충족하면 조기상환 된다. 다만 90% 이하로 기초자산이 떨어진다면 2년을 넘어 3년(만기)까지 넘어갈 수 있다. 만기 때 75% 이상이면 상품 설명에 나온 11.2%의 이자가 발생하지만, 이때 75% 미만이면 원금 자체의 손실이 발생한다.
여기까지 보면 ‘해볼 만하네?’라는 의지가 피어오르겠지만, ELS에는 평균이라는 ‘맹점’이 있다.
스텝다운의 숫자들은 판매사가 수많은 연구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만든 평균치다. 주식은 그래프를 보며 판단하지만, ELS는 스텝다운에 명시된 수익 구간을 중심으로 '이 밑으로 떨어지진 않겠지?'라는 생각을 심어준다. 이는 어디까지나 수익을 보는 평균 마지노선이며 그 이상과 그 이하의 구간이 도사린다.
원금손실 규모는 상품마다 다르지만 1%포인트 떨어질 때마다 원금에 몇 퍼센트의 손실이 발생한다고 명시된다. 즉 기초자산 설정 조건보다 계속 하락한다면 원금 100% 손실도 일어날 수 있는 상품 구조임을 알아야 한다. 물론 도중에 큰 하락이 발생하거나 예상되면 중도환매도 가능하지만 약 5~10%의 수수료가 발생한다. 이익은커녕 일정한 시간이 지난 뒤 손해만 보고 환매할 가능성이 도사리고 있다는 의미다.
여기서 또 다른 조건의 상품도 파생된다. 바로 ‘낙인 베리어(Knock in barrier)’다. ‘낙인’ 혹은 ‘노낙인’이라는 용어가 붙은 ELS 상품을 말한다. 낙인 베리어는 ELS 상품에서 원금손실이 발생하는 주가 수준을 말한다. 기본적으로 스텝다운형과 비슷하지만 조기상환 구간 아래로 하락 유발 구간이 하나 더 있음을 말한다.
ELS상품의 낙인베리어가 45%라면 주가가 최초 기준가격의 45% 미만으로 떨어지면 원금손실이 발생함을 의미한다. 앞서 언급한 기초자산 중 어느 하나라도 45% 미만으로 하락했거나 만기 때 가격이 최초기준 75% 미만이면 최대 100%까지 원금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예로 코스피200이 10000으로 설정되고 낙인베리어가 45%일 때 6750까지 떨어지면 손해가 발생한다. 기초자산 중 하나라도 낙인베리어를 터치했다면 낙인이 된다). 대부분 노낙인 상품은 마지막 36개월 차(스텝다운) 기준이 낮게 설정됐으며 반대로 낙인 상품은 마지막 기준이 조금 높다.
이에 증권사에선 고객몰이를 위해 종종 ‘초저낙인(38%)’ 상품도 출시한다. 하지만 이를 위해선 검색과 발품이 필요하다. 보통 50% 미만의 낙인베리어 상품이 많다.
평균 수익률은 어떨까? 3월 출시된 상품을 살피면 KB증권의 ‘KB able ELS 2249호’는 연 5.4%, 한국투자증권의 ‘TRUE ELS 14886회(온라인 전용)’가 연 10%, 삼성증권의 ‘ELS 27809(온라인 전용)’가 연 11.2%로 어림잡아 8~9%대다. 정확한 수치는 아니지만, 평균 10%대를 웃도는 수익률을 선전하는 상품이 대부분이다. 다양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ELS 수익률에 관해 ‘정기 예금의 3배 이상 수익 상품’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단, 이는 '평균적으로' 그렇다는 의미이지, '반드시' 그렇다는 의미가 아니고, 경우에 따라서 원금 전액 손실이라는 놀라운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도 파생 상품에는 내재돼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권에서 평균 주 2개 이상의 ELS 상품이 출시된다. 개인적으로 10개 상품 중 1~2개 상품에서 손해가 난다고 본다. 확률로 따지면 수익을 보는 투자자가 많은 상품이라고 보는 이유다. 그러나 기초자산 중 하나가 속된 말로 '부러지는' 상황이 생기며 손해보는 결과가 빚어진다”면서 ELS의 위험성을 강조했다.
이어 “많은 이가 ‘내 상품(기초자산)이 낙인 찍겠어?’라고 생각하겠지만 ELS는 고위험 상품군으로 원금보장이 안 되는 상품임을 명심해야 한다. 얼마 전 급락한 홍콩지수로 손해를 본 투자자가 많다. 짧은 기간 괜찮은 수익을 주는 투자 수단이라 젊은 층의 관심도 두터워지는 중”이라면서 "은행권보다 증권사의 상품 수익률이 높다는 점도 알아두면 좋다"고 설명했다.
크게 넣고 적게 벌어도 마음만은 평온하다는 ELB
ELB(Equity Linked Bond)는 주가연계 파생결합 사채로 원금 보존을 추구하며 시중 예·적금보다 나은 수익을 기대해 보는 상품이다. ELB는 주로 채권에 투자하며 나머지를 위험자산(주식, 주가지수)에 투자한다. 가입 원금은 발행회사(은행, 증권사)가 책임지고 지급하기에 ELS에 비해 안전하다.
지난 14일, 하나은행에서 출시한 퇴직연금 고객을 위한 ‘원금보존 추구형 ELB’ 상품은 코스피200과 유로스탁스50 지수에 따라 수익이 결정된다. 평가일에 두 개의 지수와 가입 시점의 지수(최초 기준가격)를 비교, 사전에 정해진 조건을 만족하면 수익(4.4%)을 지급한다.
상품 설명을 정리하면 ‘① 가입 후 1년 후 시점인 조기상환 평가일에 조건을 충족하면 4.4% ② 2년 후 충족 시 8.8%, 만기일에 조건 충족 시 13.2%를 지급하며 만기일에 조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0.5% 지급 ③ 해당 상품의 만기는 3년이지만 1년마다 조기상환 가능 여부를 평가해 만기 전에도 수익을 실현, 가입 도중 지수 하락으로 만기 지급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투자 원금은 보존’이다. 중요한 건 3번이다. 1000만 원 투자 시, 두 개 지수가 조건을 만족하면 44만 원의 수익 실현이 가능하고 2년 뒤 충족된다면 8.8%로 88만 원으로 불어난다. 일종의 복리 효과다. 다만 만기 시, 지수가 하락하면 수익률은 0.5%로 겨우 5만 원의 수익이 붙는다. 원금 보존에 의미를 두면 위로가 될지 모른다.
하나은행 측은 “ELB는 자금 여유가 있는 50대 이상 고객이 많이 찾는 상품이다. 최근 퇴직연금에 편입된 상품 출시에 따라 은퇴를 앞둔 직장인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무엇보다 원금손실 우려 가능성이 있는 ELS와 달리 중도해지 없이 만기까지 채우면 괜찮은 수익을 볼 수 있다”며 리스크 회피의 매력을 강조했다. 이어 “최근 3040세대도 예적금 이율보단 낫기에 ELB에 대해 문의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처럼 연령을 떠나 시중 은행 예금 상품보다 높은 이율을 바라는 이에겐 안전한 투자처가 될 것”이라며 은퇴 후 퇴직금을 투자금으로 사용하는 이들이 많다고 내비쳤다.
앞서 설명한 ELB 상품에 1억 원을 투자하면 3년 뒤 최대 1320만 원(13.2%)의 수익금을 챙길 수 있다. 하지만 투자금 규모가 작다면 긴 시간 기다리기보다 주식과 ELS 등 다양한 투자처를 찾게 만들기도 한다. ELB는 원금보장이란 메리트로 빨리 소진된다. 잦은 검색을 통해 찾는 수고가 필요하다. 2022년 기준 ELB상품 판매 스타트를 끊은 곳은 하나은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