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창훈⁄ 2022.03.28 10:48:21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장애인 인권운동가를 향한 부적절한 발언이 28일 논란이 되고 있다.
앞서 이 대표는 25일 “장애인 이동권 시위에 대해서 사실관계를 파악하지 못하고 언급하는 분들이 많다. 이미 정치권에서도 약속을 해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가 시민 출퇴근을 볼모 삼아 시위를 지속하고 있다. 그리고 이미 서울시 지하철 엘레베이터 설치율이 93%이다. 올해 계획대로 라면 94.9%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의 출퇴근을 볼모 삼는 시위가 지속될 경우 제가 현장으로 가서 따져 묻겠습니다”라며 전장연을 향해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이 대표의 경고는 다음 날에도 이어졌다. 이 대표는“전장연은 독선을 버려야 하고 자신들이 제시하는 대안을 받아 들이지 않으면, 서울 시민을 볼모 삼아 무리한 요구를 할 수 있다는 아집을 버려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연이은 강도 높은 발언으로 전장연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자, 같은 당에서도 이 대표의 발언이 신중치 못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첫 여성 시각장애인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은 이 대표의 발언과 관련해 “섣부른 판단과 언어 사용을 통해 혐오를 조장하는 것은 성숙한 반응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장애인분들이) 외치시는 게 이동권만은 아니다. 교육권 등 장애인들이 누리지 못하는 부분을 얘기하고 있다. 그중에 하나가 이동권이다. (저는) 누구보다 이동권의 중요성을 느끼는 당사자로서 공감을 하고 힘을 보태고자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서로의 입장이 다른 부분을 잘 조율하고 다듬어 가야 할 정치권이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는 것을 관찰하게 됐다. 정치권에 몸담고 있는 한사람으로서 느끼는 부끄러움에 대해서 사과 드리려고 시위장에 가게됐다. 이분들도 절박한 마음에서 시위하는 것이지만, 불편함을 겪는 국민들께도 상황을 설명하고 사과드리고 싶다. 소통의 부재를 우리가 정치권이 성숙하고 발전적인 방향으로 풀어갔으면 한다”라고 밝혔다.
전장연에서 실무를 담당했던 변재원 활동가도 이준석 대표의 발언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변 활동가는 이준석 대표에게 “지하철 선전전에 나와달라. 지하철 역사가 아니라도, 대통령 인수위원회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장애인정책에 대해 논의할 수 있도록 여당 대표로서 자리를 마련해달라. 250만 장애인의 삶, 특히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중증장애인과 그 가족들이 힘을 내어 살아갈 수 있도록 책임을 갖는 정부의 기조를 논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달라”라고 호소했다.
관련해 네티즌은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이 대표의 발언이 전장연을 자극했다는 비판적 의견도 있었지만, 전장연 관계자들이 출퇴근 시민들의 발걸음을 볼모로 생떼를 쓰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현재 이 대표의 페이스북에는 네티즌들이 댓글을 통해 연일 논쟁을 벌이고 있다.
이 대표의 발언을 옹호하는 네티즌들은 “특정 당이 이런 식의 떼법을 통하게 만들었다”, “전장연 분들 시위하는 건 상관없다. 시민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해라”, “이준석을 좋아하진 않지만, 전장연에 대한 이준석의 시각에는 공감한다”, “대표님 의견에 적극적으로 찬성한다” 등 다양한 의견을 남겼다.
반대 측 입장의 네티즌들은 “우리나라 장애인식이 후진국 수준이다. 당 대표로서 지혜롭게 처신하고 어필해라”, “이준석 대표의 글은 장애인 인식을 보여주는 수준 낮은 글이다”, “함께 어울려 사는 모습이 아름다운 것은 배려와 양보가 담겼기 때문이다. 정치는 이를 중재하는 역할이다.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해봐라”, “여러 가지 대안이 있겠지만 장애를 가지신 분들에 대한 도움도 필요하다” 등의 의견을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