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여울이 완연한 봄, 따뜻함으로 마음을 부드럽게 어루만져 주는 김한울 작가의 개인전 ‘부드러운 바람에 산들거리는 날갯짓’을 8~29일 연다.
작가는 자신을 둘러싼 소중한 존재와 감정에 주목하는 작업을 이어왔다. 초기 작업 시기엔 태어나서 28년 동안 자란 사당 5동에 불었던 재개발 바람 현장에서 직접 느꼈던 감정들을 표현했다. 집은 공사 준비로 부서지고, 사람들은 떠나기 시작했지만, 이후 다시 찾아와 돌을 주워가는 등 각자 자신이 존재했던 공간의 소중함을 추억하는 기리는 사람들의 행위는 작가에게 깊은 감명을 줬다.
이 행위는 작가의 그림 속 ‘돌을 나르는 너구리’, ‘집을 지키는 미어캣’ 등 소중한 것을 기리는 모습으로 표현되며 집 또한 신화적인 장소로 탈바꿈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보석 같은 찰나의 순간에 주목하며 일상의 소중함을 되새긴다.
특히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며 한 아이의 어머니가 된 작가의 마음도 느껴진다. 그림에선 과거 돌을 나르던 너구리가 아이와 함께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들은 함께 향기로운 꽃향기를 맡기도, 장난감 자동차를 타고 놀기도 한다. 거창할 것 없는 일상이지만,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과 평온함이 느껴진다.
작가는 작가노트를 통해 “나를 둘러싼 세계는 대단하지 않다. 아이와 늙은 개와 고양이를 돌보고 함께 하루를 보낸다. 하루하루는 그저 흘러가지 않고 매순간 나와 관계된 것들을 제대로 바라보고 마음을 쓰며 보내야만 한다”며 “고단하기도 한 일상 속에서 작고 소중한 것들이 반짝인다. 사랑하는 생명을 그리는 일은 보석 같은 찰나의 순간을 붙잡아 두고픈 마음이며 엄숙한 일상을 기리는 행위”라고 짚었다.
이처럼 시간이 흘러 작가의 일상은 과거와 달라졌지만, 소중한 존재와 감정들을 기리는 태도는 여전하다. 특히 꼭 거창하지 않아도 충분히 우리의 일상엔 소중한 것들이 많다고, 작가 또한 아이의 미소, 아침마다 드려오는 새소리, 살갗의 부드러운 맞닿음 속에서 행복을 느끼고 이를 소중하게 여기고 있음이 여실히 드러난다.
작가는 “나는 작은 잎사귀 하나도 눈에 담고 손으로 시간과 정성을 들여 그리며 그 뒤에 감춰진 의미를 찾고 싶어 한다. 일상 가운데에서 반짝이는 순간들을 조심스럽게 모아와 그림을 그리고 이 전시를 준비했다”며 “자주 작업을 하는 것이 나비의 날갯짓 같다고 생각한다. 연약하고 보잘 것 없어 보이는 나비가 팔랑 날아간다. 나는 이 작은 날갯짓으로 지구 반대편에 태풍을 일으키지는 못하더라도 어떤 이들에게는 등을 두드리고 따뜻한 온기를 줄 수 있기를 바라며 오늘도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을 해나간다”고 말했다.
갤러리여울 측은 “작가는 밑칠이 돼있지 않은 천에 물감을 흩뿌리며 예상불가능한 색의 조합을 만들어낸다. 얇게 반복해 쌓아올린 물감의 층 위로 애정을 담아 바라보는 대상을 정성스레 그려낸다”며 “작품 속 모자를 스며 특별한 역할을 하는 너구리는 작가 대신 아기와 동물, 뒤엉키며 자라는 식물, 어떤 순간들과 함께 끊임없는 내러티브를 만들어간다. 이번 전시를 통해 고단한 일상 속 작고 소중한 것들의 살랑이는 따스한 날갯짓을 느껴보길 바란다”고 밝혔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