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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액주주 혁명' 펴낸 정치인 김용남, ‘경제 패널’로 깜짝출연 … 댓글, 시작땐 “뭐야?” 끝날땐 “계속 나와줘”

“후진적 한국증시 제도 문제 많다 … 주주 행동주의-민주주의로 선진화” 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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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최영태⁄ 2023.04.28 15:27:11

김용남 전 의원이 '홍사훈의 경제쇼'에 출연한 유튜브 동영상 화면 캡처. '소액주주 혁명가'로 그를 소개했다. 

최근 CNB미디어에서 신간 ‘소액주주 혁명’을 펴낸 김용남 전 의원이 27일 KBS 라디오 ‘홍사훈의 경제쇼’에 출연해 한국 증시에 필요한 주주 행동주의, 주주 민주주의에 대한 의견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소액주주 당신이 오너에게 무시당하지 않을 열 가지 방법!’이라는 제목으로 진행된 이날 방송의 유튜브 댓글에는 방송 시작 때만 해도 “뜬금없다. 경제 쇼에 왜 검사 출신 정치인이 나오냐” “왜 이런 분을 모셨는지~” 등 부정적인 내용이 적지 않았지만, 투자자산운용사 자격까지 딴 김 전 의원이 과거의 수사 경험까지 더해 한국 증시의 부당한 관행에 대해 지적하고 해결책들을 내놓자, 방송 뒤쪽으로 가면서 지지 댓글이 늘어나는 양상을 보였다.

이에 홍사훈 진행자는 “처음엔 악플(비난 댓글)이 많았는데 이제 ‘김용남을 패널로 모시자’ ‘정치 그만두고 계속 출연 강추합니다’ 등이 달리고 있다”고 놀라워했다. 방송 마감 땐 “국민의 삶을 바꾸는 건 역시 정치다. 다음에 또 모시겠다. 박수쳐 드리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이날 방송에서 김 전 의원은 책에서 펼쳐낸 ‘한국 증시의 문제점’을 파헤치면서, 동시에 해결책도 제시했다.

김용남 저 '소액주주 혁명' 표지. 

“제도적, 입법적으로 개선해야 할 사항이 많다. 법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운을 뗀 그는 “한국은 제조업 강국이지만 향후 금융업으로 커야 한다. 진정한 무공해 산업은 금융이다. 하지만 신뢰할 수 있고, 국제적 룰이 지켜져야 외국인 투자가 들어온다”며 후진적인 한국 증시에 개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우선 한국 증시의 관행에 대해 그는 “가버넌스(제도)가 형편없다. 주주를 대접않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무시한다”며 “소액주주들은 주식투자 뒤 ‘기업 경영을 제발 잘해줘야 할텐데, 물적분할이라도 하면 어쩌나’ 하는 2중 걱정을 하며 기도하는 마음이 된다”고 지적했다.

소액주주는 액수는 적어도 분명히 공개 상장된 기업(영어로 public company, 즉 ‘대중의’ 회사)의 일부 지분을 가진 주인인 데도 법적, 관행적으로 주인 대접은커녕 천대만 받아왔다는 지적이었다.

김 전 의원은 이렇게 소액주주가 천대받는 주요 이유를 한국의 ‘이상한 지주회사’ 제도에서 찾았다. 지주회사란 예컨대 미국의 알파벳 같은 업체다. 알파벳 아래에는 구글, 유튜브, 안드로이드 같은 여러 쟁쟁한 자(子)회사가 있지만, 뉴욕 증시에는 알파벳만 상장돼 있다. 구글이나 유튜브 등 자회사가 올리는 매출은 모두 알파벳의 매출로 잡히고 알파벳 주가에 반영된다.

상장사 알파벳과 그 산하 상장되지 않은 자회사들의 조직도. 

반면 한국에선 많은 대기업들이 비슷하게 모(母)회사 → 자회사 → 손자회사로 이어지는 지주사 체제를 갖추고 있지만, 미국과는 달리 모회사(지주회사)와 자회사, 손자회사가 모두 증시에 상장된 기형적 형태가 허용된다.

이를 김 의원은 이렇게 표현했다. “LG화학에서 LG에너지솔류션이 2020년 물적분할 안 됐다면 아마 지금쯤 LG화학의 시가총액이 삼성전자와 1위를 다툴 수도 있었을 것이다. 물적분할 이전부터 LG화학 주주였다면 큰 손해를 본 것이다.”

지주회사 주주가 누려야 할 주가 상승의 이익을 자회사 주주와 나눠야 하니 손해보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주가 오르면 화내는 오너도 있다" 왜?


이렇게 지주회사의 주가가 떨어지면 주주 모두가 싫어할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다. 김 전 의원은 “오너 입장에선 주가가 높으면 안 되고 낮아야 한다. 주가가 오르면 오너가 화내는 경우도 있다”며, 주가가 낮아야 오너가 적은 비용으로 많은 지분을 차지해 지배력을 계속 유지하고, 세금-상속에서도 유리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소액주주들은 주가가 오르기만 염원하지만, 오너 일가는 “주가는 절대 올라서는 안 된다”고 고집하는 희안한 풍경이 한국에서는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를 김 전 의원은 “상장으로 대중의 돈을 대거 끌어당겨 썼으면서도 지배력은 계속 혼자서만 유지하겠다는, 즉 양립할 수 없는 두 가지 상반되는 목표 추구를 한국에선 허용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물적분할 뒤 떨어지는 모회사의 가치를 산출한 그래프. 자본시장연구원의 2022년 데이터가 기반이다(김용남의 책 71쪽에서 재인용)  

기형적인 예로 김 전 의원은 “지주회사의 PBR이 0.3인 경우도 있다”고 소개했다. PBR이란 Price to Book-value Ratio의 약자로 ‘주가순자산비율’로 번역된다. 상장 회사의 자산(Book-value)과 비교할 때 주가(Price)가 어느 정도인지를 측정하는 지표다.

PBR이 0.3이라면 예컨대 1억짜리 집을 10개의 주식으로 나눠 증시에 공개해 팔았는데, 현재 한 주 당 300만 원에 불과해 10개 주식을 총액 3000만 원에 모두 사들일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1억짜리 집을 단돈 3000만 원에 사들일 수 있는 구조가 펼쳐져 있는데도 이를 사들이는 사람이 없는 현실이 바로 김 의원이 “한국 증시의 가버넌스는 후진적”이라고 비판하는 이유다.

지주회사와 자회사가 따로 상장하는 걸 막는 법은 미국에도 없다. 하지만 다른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칠 게 분명한 자회사 상장을 미국에서 강행하면 “집단손배소송이 들어오고 아마 회사가 망할 걸요”라고 김 전 의원은 추측했다.

미국에서는 소액주주들이 대주주들과 싸우는 과정에서 원고(소액주주)가 마치 검사 같은 역할을 자임해 회사의 경영 서류 등을 요구하고 받아낼 수 있는 증거 개시 제도(discovery) 등이 허용되는데, 이런 권한이 한국에서는 허용되지 않는 것도 큰 차이다.

‘선진적 가버넌스’의 미국 증시에선 상장 회사의 지배주주는 주가가 올라야 돈을 번다. 하지만 한국 증시의 지배주주는 주가가 오르는 것 말고도 돈 벌 방법이 얼마든지 많다. 그래서 “굳이 주가로 돈 벌 생각을 하지 않으며, 다른 방법으로 돈 벌 생각을 한다”는 것이다.

다른 방법으로는 △돈이 머무는 이른바 ‘정거장’을 만들어 일감 몰아주기 방식으로 빼돌리기 △경영 자문료 명목으로 회사 돈 받아내기 △가족 생일 잔치를 호텔에서 열고 회사 행사로 속여 경비 처리하기 등이 있다면 김 전 의원은 자신이 “검사 할 때 본 사례들”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런 사례는 감시의 눈길이 대기업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중견기업 등에서 많다는 전언이었다.

최근 몇 년 간 크게 문제가 돼온 ‘물적분할’은 지배주주가 주가를 떨어뜨리면서도 큰 수익을 챙기는 수법으로 악용돼 왔다. 회사의 한 사업부서를 독립회사로 떼어내 상장까지 시키는 물적분할은 IMF 외환 위기 이후 김대중 정권이 각 회사가 구조조정을 손쉽게 할 수 있도록 허용한 방법이다. 그런데 이것이 대량의 증시 자금을 빨아들이면서도 지배주주가 두 회사(각기 상장된 지주회사와 자회사)의 지배권은 계속 유지하는(이러면 소액주주는 주가 하락으로 손해보기 십상이지만) 수단으로 악용돼 왔다는 게 김 전 의원의 분석이었다.

LG화학의 이차전지 사업부를 LG에너지솔류션이라는 자회사로 때내기로 결정한 2020년 이후 2022년 1월 상장하기까지의 주가 추이. 내림세가 뚜렷했다. (그림=김용남 저 '소액주주 혁명' 85쪽에서 인용)  

물적분할의 부작용을 막겠다는 당국의 개선책도 미흡하다고 그는 말했다. “얼마 전 금융위원회가 △물적분할 때 소액주주의 주식을 회사 측이 사들이도록 의무화하는 ‘주식매수 청구권’을 신설하고 △물적분할 뒤 5년이 지나서야 상장할 수 있게 한다는 개선책을 내놨지만 이것도 사실상 무의미하다. 물적분할 소식이 뉴스로만 나와도 주가는 반토막이 난다. 그리고 물적분할 공시는 마지막 단계에서 한다. ‘주식매수 청구권’이 대주주가 소액주주의 주식을 싸게 사 갈 수 있게 해주는 방편이 될 수 있고, 5년 정도는 충분히 기다릴 수 있는 시간이므로 보호 대책으로는 미흡하다”고 김 전 의원은 말했다.

외국에선 기관이 하는 주주 행동주의를 한국에선 소액주주들이 왜?

선진국에서는 주식투자가 대개 개인 단위가 아니라 펀드나 기관투자자(연기금 등)를 통해 이뤄진다. 따라서 주주 행동주의 역시 펀드나 기관들이 택하는 방침이다. 주식을 대량 보유한 펀드나 기관이 회사 경영에 간섭함으로써 건전화시키고 주가를 높이는 방식이다. 그러나 한국에선 “개인 직접 주식투자 비율이 높고, 펀드나 기관투자자들에 대한 신뢰도가 낮기 때문에 개인들이 주주 행동주의에 참여하는 수밖에 없다”고 그는 말했다.

소액주주들이 나서 한국 증시를 살려내자는 '세이브 코스피' 운동의 로고.

소량 주식을 가진 개인 투자자 비율이 높은 한국에서 주주 총회 등에 소액주주들의 참여율은 극히 낮다. 대주주들이 자기들에게만 유리한 의사결정을 진행시키기 딱 좋은 환경이다. 이에 김 전 의원은 “소액 주주들의 주식을 모으면 꽤 큰 양이 되기 때문에 △주총에서의 전자투표를 의무화하고 △여기에 소액 주주들이 적극 표결에 참여함으로써 소액 주주들에게 피해를 주는 물적분할 등의 결정을 상장기업 이사회들이 마음대로 결정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 전 의원은 이번 책에서 소액 주주들이 취해야 할 행동 강령 10가지를 제안했다. 그 첫 번째는 ‘전자투표제, 전자위임장의 적극적인 활용’이다.

이에 대해 김 전 의원은 “현재 주종에서 전자투표가 실시되는 비율은 30% 남짓에 불과하다. 예탁결제원이 운영하는 ‘K-vote’ 시스템을 통하면 쉽게 전자투표를 할 수 있고, 한 번만 해보면 얼마나 편한지 알 수 있다. 그러나 현재는 주총 전자투표가 임의선택 사항에 불과해 지배주주가 선택할 수 있을 뿐이다. 법 개정을 통해 이를 의무화한 뒤 소액 주주들이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리고 그는 또 “국민연금의 태도를 바꿔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물적분할로 주가를 떨어뜨릴 게 뻔한데도 주식을 다량 보유한 국민연금이 불리한 주총 결정에 찬성 표를 줄곧 던져온 게 한국 증시의 현실이다. 이에 대해 그는 “국민연금은 경영권에 영향을 미칠 투표를 두려워하는 듯하다. 독립성도 없고, 정치권과 보건복지부 등 상부 기관의 눈치를 봐서 그런 것 같다. 하지만 국민연금 수익률에 손해를 끼칠 게 분명한 기업 결정에 대해선 사정을 잘 모르는 상부 공무원의 눈치를 볼 게 아니라 국민연금이 분명히 반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사주를 백기사로 활용하게 놔두는 이상한 나라

상장 회사가 거둔 이익을 투자자인 주주들에게 돌려주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직접 돈을 지불하는 ‘배당금’과, 자기 주식을 시장에서 되사들여 없애버리는 ‘자사주 소각’이다.

그러나 한국의 배당금 지급율은 동남아 국가들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이에 대해 김 전 의원은 “지배주주들은 배당을 싫어한다고까지 말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주가가 낮아야 지배주주(오너) 입장에선 적은 돈으로 더 많은 지분을 확보해 지배권을 유지할 수 있으며, 배당을 많이 주면 주가가 올라 소액 주주에겐 유리하지만, 지배주주에게는 손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자사주 소각도 한국에선 형편없다. 미국의 애플 등 대기업들은 이익으로 자사주(애플 주식)를 사들여 없앰(소각)으로써 주가를 높인다. 배당금을 주면 세금으로 일부가 떨어져나가기 때문에, 자사주 소각을 통해 주가를 높여주는 것이 주주에게 가장 좋기 때문이다.

구글의 지주회사 알파벳이 93조 원이 넘는 규모의 자사주를 사들이기로 했다는 연합뉴스의 4월 23일자 보도. 미국에선 자사주 매입은 곧 소각을 의미한다 . 

그래서 미국에선 ‘자사주 매입 = 100% 소각’이 기본공식이다. 반면 한국에선 기업들이 자사주를 사들인 뒤 소각하는 비율은 불과 2.3%에 불과하다. 사들인 자사주는 주총에서의 의결권이 없다. 그런데도 이렇게 상장사들이 자사주를 보관만 하고 있는 이유는 그는 “대주주의 이익을 위해”라고 풀이했다.

주총에서 지배주주에게 유리한 결정을 내리고 싶을 때면 보관했던 자사주를 제3자(이른바 ‘백기사’)에게 넘기면서 의결권을 부활시키고 자신에게 유리한 표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사주를 둘러싸고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웃픈’(웃기면서도 슬픈) 상황에 대해 김 전 의원은 금융위원회가 “자사주는 소각을 원칙으로 하는 방향으로 개선을 검토한다”고 표명했을 때 한국 기업들이 “그러면 경영권 방어가 안 된다”며 항의했던 사례를 들었다.

“자사주는 오너들이 개인 돈으로 산 게 아니라 상장 회사의 이익금을 산 것이므로 주주들의 공동 재산인데도 마치 경영진의 개인 소유물인 것처럼 이렇게 주장할 수 있다는 게 놀랍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자사주를 매입하면 반드시 소각하도록 법 개정을 하면 한국 증시를 선진화하고 주가 수준도 지금보다 훨씬 높일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27일 '홍사훈의 경제쇼'에 출연한 김용남 전 의원(오른쪽). (유튜브 화면 캡처)

이날 방송을 마치면서 홍 사회자는 “진행자를 저에서 김용남으로 바꾸자는 댓글도 올라오고 있다”고 웃음섞어 소개하며 “국민의 삶을 바꾸는 건 정치이니 박수쳐 드리겠다, 다음에 또 모시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김 전 의원은 “제도적, 입법적으로 개선해야 할 사항이 많다. 법으로 해결해야 한다”며 향후 정치 행보에서 상법, 자본시장법 등의 개정을 통해 한국 증시의 선진화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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