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은⁄ 2023.07.13 11:11:02
한국은행이 13일 기준금리를 연 3.5%로 동결했다. 지난 2월과 4월, 5월에 이어 4차례 연속 금리 동결이다.
13일 조선비즈 보도에 따르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이날 열린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3.5%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최근 물가 상승률이 2%대로 낮아지고, 경기 둔화 우려가 여전히 크다는 점을 고려해 금리를 4차례 연속 묶어둔 것이란 분석이다. 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현 수준으로 동결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이 2021년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단행해 온 금리 인상 사이클(국면)이 사실상 끝났다는 분석이다.
2021년 5월은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인 연 0.5%를 유지하면서 유동성 파티로 인한 경고음이 들려오기 시작한 시점이다. 당시, 가계와 기업의 차입금 수요가 늘고 시중 유동성이 증가하며, 시중통화량 평균잔액이 역대 최대인 3385조원을 기록했다.
유동성 증가로 자산 가격 상승이 이어지며,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상승) 우려가 증대되자 한국은행은 치솟는 물가를 잡고, 누적된 가계부채 급증을 해소하기 위해 2021년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약 1년 6개월 동안 전례가 없는 빠른 속도로 금리를 끌어올렸다. 해당 기간 동안 기준금리는 10차례, 총 3%포인트(p) 인상돼 연 0.5%의 기준금리는 현재의 3.5%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그러나 급격한 금리 인상이 수출 부진과 무역수지 악화를 장기화하는 등 경기 하강 압력으로 작용하고,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5% 아래로 떨어지자 한국은행은 2월부터 금리 인상 행진을 멈췄다.
일반적으로 통화정책은 약 1년의 시차를 두고 물가와 경기에 영향을 미친다. 한국은행은 그간의 금리 인상의 파급효과를 살펴본 뒤, 연초까지 5%를 웃돌던 물가상승률이 최근 2% 후반대로 둔화한 상황과 경기 회복 속도가 둔화된 흐름을 고려해 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기로 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우리나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2.7%를 기록하며, 1년 9개월 만에 2%대로 내려왔다. 한국은행이 예상하는 물가 경로에 부합할 뿐만 아니라, 물가 안정 목표치(2%)와도 가까워졌다. 근원물가 상승률도 지난달 3.5%로 전월(3.9%)보다 낮아졌다.
반면, 국내 경기를 뒷받침하는 무역수지 회복 속도는 둔화됐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올해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6%에서 1.4%로 하향 조정했다. 특히 국내 수출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 경기 악화와 중국 경제 리오프닝 효과 부진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따라서 현 시점에 추가 금리 인상 조치에 따른 경기 냉각의 위험성을 고려해 금통위도 금리 동결 기조를 이어간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의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로 둔화한 점도 이번 금리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연내 기준금리를 2회 추가로 인상할 것이라고 시사했지만, 미국 물가상승률이 다음달까지 지속적인 둔화 흐름을 보인다면 연준도 금리 인상을 단행할 명분이 약해진다. 시장에서는 오는 24~25일(현지시각) 열리는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지만, 이후 추가 인상은 없을 것이란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CNBC는 “시장은 7월 금리 인상이 마지막일 것이란 전망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연준이 7월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할 경우, 한국과의 금리 역전 격차가 사상 초유의 2.00%p까지 커진다는 점은 우려 사항이다.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국제 결제·금융거래의 기본 화폐) 대비 원화의 기준금리가 크게 낮아지면,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 투자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가 떨어질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다만, 13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대다수 전문가는 금리 격차가 2.00%p에 이르러도, 급격한 외국인 자금 유출이나 원화 약세(가치 하락)가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진단했다. 자금과 환율 흐름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경우, 연준이 금리인상 조치를 따라 한은이 8월 경기 불안 위험을 감수하고 기준 금리를 인상할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안예하 키움증권 선임연구원은 "금리차가 1.75%p까지 커진 뒤에도 외국인 채권 자금은 계속 유입되고 환율도 상대적으로 안정됐기 때문에 한은이 느끼는 추가 인상 부담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 5월 국내 증권(주식·채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금은 114억3천만달러, 약 15조원의 순유입을 보이며, 2000년 해당 자료 집계 이후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반면 시장의 예상을 깨고 연준이 9월에도 연속 인상을 단행할 경우에는 한은도 추가 인상을 고려할 수 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무엇보다 경기 부양에 있어 중요한 것은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다. 전문가들은 10월 또는 11월부터 인하를 고려할 것이란 의견과, 내년 상반기까지 미뤄질 수 있다는 의견 등으로 분분한 양상이다. 경기가 워낙 좋지 않은 만큼 당장 10월부터 낮출 것이란 관점이 대두되는 한편, 물가 부담과 한미 금리차에 따른 자본 유출 가능성 때문에 한은이 쉽게 금리를 낮출 수도 없는 상황을 고려할 때 한은이 미국보다 앞서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다.
<문화경제 김예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