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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오염수로부터 아기 고래 지켜달라”는 고래 엄마의 헌법소원에 3000명 넘게 동참

민변, 오염수 방류 헌소 청구인에 넣기로 … '동물도 소송 주체' 이번엔 인정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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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최영태⁄ 2023.07.13 14:23:25

6일 오후 서울 중구 숭례문 일대에서 열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에서 참가자들이 후쿠시마 핵 오염수 방류 반대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고래 엄마’를 청구인으로 하는 일본 핵 오염수 방류 금지 헌법소원에 3천 명 이상이 참여 중이라고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 13일 밝혔다.

민변은 지난 3일 “후쿠시마 오염수로 인류 외에도 수많은 생물이 피해를 볼 수 있습니다. 이에 생태계를 대표해 고래를 헌법소원 청구인에 넣기로 했습니다”고 밝히고 헌법소원에 함께 참여할 일반인의 청원을 민변 홈페이지에서 받기 시작했다.

이에 호응해 10일만에 3천 명이 넘는 청구인이 모여든 것이다. 청구 동참인 모집은 오는 30일까지 계속된다. 

헌법소원 청구 대리인단 단장인 김영희 변호사는 “단지 상징적 의미만을 염두에 둔 게 아니라 앞으로는 동물도 소송 당사자로 인정되도록 노력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핵 오염수 무단 방류로 생업에 지장을 받을 한국의 어부와 수산업 관련자, 그리고 식생활에 장애를 받을 소비자뿐 아니라 고래로 대표되는 동물의 생명·신체의 안전을 보호하는 조치를 헌법재판소에 요구하겠다는 취지다.

김영희 변호사(왼쪽)가 12일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화면 캡처)

김 변호사는 13일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이번 헌법소원의 취지에 대해 “정부와 대통령이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투기에 대해 지금 잘못 대응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 헌법재판소가 ‘이게 잘못됐다’라는 판단을 내려달라는 소송”이라며 “정부로서 또 대통령으로서 국민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을 후쿠시마 오염수라고 하는 방사능 위험으로부터 보호해야 할 여러 의무가 있는데 그걸 위반하고 있다고 저희는 보고 있고, 예를 들어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제소를 하거나, 오염수 해양 투기를 막아달라는 잠정 조치 요구를 해야 하는데 안 하고 있을 뿐 아니라 오염수가 안전하다고 속이는 잘못된 식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우리 정부가 먼저 ‘후쿠시마 오염수가 안전하다’, ‘기준치 이하다’라고 홍보하고 있기 때문에, 수산물을 수입 금지할 명분을 정부 스스로 부정했다는 게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바다에서 낚시도 하고 스쿠버 다이빙도 하고 서핑도 하는데 방사능에 오염된 물이 우리 바다로 온다는 걱정에 바다로 놀러 가는 게 줄어들면 이건 국민의 건강, 안전, 재난 예방 의무에 헌법적으로 위반되는 것”이라며 “미국산 광우병 소고기 수입과 관련했을 때 시민들이 굉장히 걱정을 많이 했는데 헌법재판소가 시민의 신체와 건강을 우려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위헌적이다라는 그런 결정도 했었다”고 이번 헌법소원의 취지를 풀이했다.

고래를 원고의 한 주체로 삼은 이유에 대해 그는 “후쿠시마 오염수가 방류되면 바다의 생물들이, 강아지도 암에 걸리듯 암에 걸리거나 기형이 될 수 있다. 그러니까 그거는 직접적인 침해이고 우리 인간이 해양을 그렇게 오염시키고 생태계를 아프게 할 권리는 없다고 생각한다. 콜럼비아의 경우 아마존 강을 권리의 주체로 인정한 바 있다. 법의 해석이나 판례는 진보하는 것이기 때문에, 생물에 대한 자연권을 우리 헌법재판소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2004년 7월 당시 도롱뇽을 소송 주체로 내걸고 소송인단 모집 서명을 받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동물을 주체로 삼는 소송은 그간 여러번 국내에서 시도됐었으나 법원으로부터 인정받은 사례는 없었다.

지난 2004년 환경단체 등이 부산지법에 천성산 터널 착공 금지 가처분 신청을 하면서 도롱뇽을 소송 당사자로 내세운 바가 있다.

당시 환경단체들은 도롱뇽이 터널 공사로 인해 이익을 침해받는 만큼 당사자 자격이 인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2007년에는 충주 지역 환경단체들이 폐갱도와 습지에 사는 황금박쥐, 수달, 고니 등 동물 7종과 함께 충주시장을 상대로 ‘도로 공사 결정 처분을 무효로 해달라’는 취지의 행정소송을 냈다.

이듬해엔 군산 복합화력발전소 공사계획 인가의 취소를 요구하는 행정소송 원고에 어민들과 함께 검은머리물떼새가 등장했다.

2018년에는 설악산에 서식하는 산양 28마리를 원고로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설치를 막으려는 소송이 제기됐다.

하지만 이들 소송에서 법원은 동물의 원고 자격을 인정하지 않았다. ‘도롱뇽 소송’의 1·2심 재판부와 대법원은 “자연물에 불과한 도롱뇽이 사건을 수행할 당사자 능력이 없다”고 판시했다.

‘황금박쥐 소송’에서 청주지법은 “동물의 당사자 능력을 인정하려 해도 폐갱도 내에 서식하는 여러 황금박쥐 개체 중 어느 개체가 소송을 제기하는지 특정되지도 않고 전체 개체를 대표한다고 볼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민변 홈페이지의 '오염수 해양 투기 헌법소원 청구인 공개모집' 창구. 

하지만 동물의 당사자 적격성을 인정받으려는 시도는 이어질 전망이다.

김영희 변호사는 “오염수를 방류하면 바닷속 생물들은 현실적인 위협을 받는다. 어떤 고래 종을 헌법소원 청구인에 넣을지 등 구체적인 사항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선진국에선 인간뿐 아니라 동물도 권리의 주체로서 인정받아야 한다는 추세로 나아가고 있기 때문에 민변의 이번 헌법소원 청구가 법원에 의해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주목된다.

관련태그
헌법소원  오염수  후쿠시마  방류  IA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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