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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A 1년, 자국 투자·일자리 챙긴 미국...한국 기업의 전략적 행보 '청신호'

배터리 핵심 광물의 높은 중국 의존도는 위험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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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예은⁄ 2023.08.18 17:19:09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 후 1년이 지났지만 우려했던 전기차 판매량은 양호한 수준으로 드러났고, 배터리 분야는 혜택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연합뉴스

“이 법은 ‘제조업 르네상스 법’으로 불린다.”

지난해 8월 16일 바이든 대통령의 서명으로 시행된 IRA가 시행 1년차를 맞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Inflation Reduction Act)' 시행 1주년 행사에서, IRA가 제조업을 되살려 미국에 일자리를 만들고 있다며 자찬했다.

IRA는 바이든 정부가 미국 재건한다는 대선 공약의 이행을 목적으로 추진하던 ‘더 나은 미국 재건법(Build Back Better Act, BBB)’의 일환이다. 3.5조 달러 규모 예산 패키지가 담긴 BBB법안이 보수중도파의 반대로 미국 의회를 통과하지 못하자, 바이든 정부는 이 가운데 환경 및 보건의료 분야의 내용만을 발췌해 수정한 IRA 법안을 지난해 통과시켰다.

IRA법안은 미국 정부가 시장으로부터 7,370억 달러의 재원을 흡수하고, 이중 약 5,000억 달러를 정부가 목표로 하는 보건의료 및 기후 관련 분야에 투자함으로서 최종적으로는 2,370억 달러 규모의 재정 긴축을 도모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 법이 인플레이션 감축법으로 불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 정부는 최근 40년 만의 최대의 물가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는 미국의 인플레이션의 원인으로 지난 10년간 이루어진 천문학적인 양적 완화(수요측 원인)와 미중 분쟁과 러시아 우크라이나 사태 등에 따른 원자재 공급 차질(공급측 원인)에 주목했다.

IRA법안에는 이 양자를 동시에 타깃하는 장기적 구상이 담겼다. 즉, 미 정부는 IRA법안을 통해 수요 측면에서 2,370억불 규모의 시중 자금을 흡수하는 효과를 창출함과 동시에, 공급 측면에서 친환경 에너지원을 중심으로 한 공급망을 미국 내 또는 미국과 FTA 체결한 국가로 재편하여 미래의 원자재 공급 교란 발생 위험을 차단하는 등 거시적인 관점에서 원자재 공급 질서를 재편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미국 내 생산기지를 거점으로 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중산층의 회복도 노렸다.

IRA법안에 따라 미국은 향후 10년간 보건의료 분야에 1,080억 불, 기후 에너지 분야에 3,920억 불 등 총 5,000억 불 규모의 재정을 투입한다. 특히 IRA는 향후 10년간 미국의 탄소 배출량을 실질적으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기후 변화 대응 및 청정 에너지 분야에 4천 억 달러에 달하는 연방 자금을 투입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 자금은 세금 인센티브, 보조금 및 대출 보증 등의 형태로 청정 전기 생산 및 송전 분야, 전기자동차(EV)를 포함한 청정 운송 분야에 투입된다.

미 정부는 과거에도 전기차 보조금(대당 최대 7,500달러(약 1000만원), 2032년까지 인센티브 기간 연장) 정책을 시행해왔지만, IRA법안은 본 인센티브를 받기 위한 몇가지 세부 요건을 추가했다.

해당 세부 규정은 전기차가 북미(미국, 캐나다, 멕시코)에서 최종 조립되어야 하고,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 광물의 40% 이상이 미국 또는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대한민국 포함)에서 채굴 또는 가공되거나 북미에서 재활용어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해당 차에 들어가는 배터리의 부품 50% 이상이 북미에서 조달돼야 한다.

위 조건을 모두 충족하더라도, 중국, 러시아 등과 같은 ‘해외 우려 기관’에서 공급되는 핵심 광물이나 배터리 부품 일부가 사용된 전기차는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IRA법안에 따라 관련 기업들은 앞다투어 미국 시장 내에 전기차 생산 공장 투자에 나섰고, 미국은 자국 내 공급망을 차근차근 구축하고 있다.

18일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미국 청정에너지협회(ACP)에 따르면 지난 1년 간 미국 내 청정에너지 제조 시설에 2700억 달러(약 362조원)가 넘는 투자 계획이 발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에서 2015~2022년까지 8년간 관련 분야에 투자한 총액을 초과하는 규모다. 이 중 절반 가까이인 1300억 달러(약 174조원)가 전기차 분야에서 나왔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는 전 세계에서 북미 지역의 배터리 생산능력 비중이 2022년 6%에서 2035년 31%로 성장할 것으로 봤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이 “IRA는 향후 도래할 수십 년 국제 경제의 형태를 규정하는 법”이라 평가한 점도 미 정부가 의도한 시장 공급망 재편의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반증이다.

 

생산 기지 확보는 일자리 창출로 이어졌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IRA를 통한 민간투자 덕에 전기차 일자리 5만개를 비롯해 8만6000여개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미국 물가 잡기에 IRA의 기여는 거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제이슨 퍼먼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AP 통신에 “전기료가 줄었을 순 있지만, 물가 내리기에 (IRA의) 기여는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IRA법안 시행 후 한국 경제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가 지배적이었지만, 한국산 전기차·배터리 산업의 성과는 동반 상승했다.

미 싱크탱크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에 따르면 미국의 한국산 전기차 수입은 2022년 6월~2023년 5월 사이 32억달러(약 4조2615억원)로 집계됐다. 2021년 9월~2022년 8월 기록한 18억달러(약 2조3964억원)보다 1.7배 늘었다. 미 정부가 리스 차량은 IRA의 북미 생산 요건과 상관없이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게 한 덕분이다.

이차전지 소재인 양극재 수출도 늘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7월 대미 양극재 수출액은 18억3600만달러로, 지난해(6억6100만달러)보다 177.8% 급증했다.

한국 기업은 IRA와 반도체법이 시행된 이후 지난 1년간 1억 달러(약 1340억원) 이상의 대미 투자 프로젝트를 20건으로 가장 많이 발표하며, 유럽(19건), 일본(9건)을 앞질렀다.

투자는 전기차와 배터리 기업이 주도했다. 현대차그룹은 조지아주에 첫 전기차 전용 공장을 짓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도 인근에 현대차와 배터리 합작공장을 각각 건설하기로 했으며, 두 회사에 삼성SDI를 더한 K-배터리 3사는 GM·포드·스텔란티스 등 미국 자동차 회사와 합작 배터리 공장을 운영하거나 건설 중이다.

한편, 미국 정부가 지정한 ‘외국 우려기업'으로 지정한 중국은 여전히 배터리 광물 공급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이차전지 양극재의 핵심 원료인 수산화리튬 90%를 중국에서 들여왔다. 전구체(98%)와 흑연(91%), 코발트(90%) 역시 중국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IRA법안에서 미국은 배터리 핵심 광물을 미국 정부가 지정한 ‘외국 우려기업(FEOC)’에서 조달하는 것을 금지한다면서도, 시행 1년이 지난 현재까지 FEOC 세부 지침을 내놓지 않고 있다.

박철완 서정대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는 “미국도 배터리 공급망에서 중국을 완전히 제외하는 건 불가능해 FEOC의 엄격한 적용은 어려울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중국과 지혜롭게 협력해 IRA 규제를 넘고, 장기적으론 광물 공급 다양화에 나서야한다”고 말했다.

<문화경제 김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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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A  현대자동차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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