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일수 지음 / 운주사 펴냄 / 360쪽 / 2만 5000원
의대 신경해부학 교수가 첨단 뇌과학을 동원해 뇌의 각 부분 시스템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마음 치유의 명상을 잘 할 수 있는지를 설명해주는 드문 책이다.
불교와 뇌과학은 어떻게 만나며, 일상을 살아가는 나에게 대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 책은 불교 수행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마음의 영역인 뇌 구조들을 불교 유식학의 8식 개념과 상호 대비하며 자세하게 설명해준다. 이어 그 구조들이 어떻게 마음을 생성하는지를 설명한다.
이렇게 뇌 구조와 작동원리를 설명한 다음, 뇌과학적 관점에서 명상 수행, 특히 사띠 수행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당위성을 도출한다.
이 책은 붓다의 깨달음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하여 뇌의 기본적인 작동원리에서부터 뇌의 미세구조 및 큰 구조, 전오식, 오온, 의근, 육식(의식), 칠식, 팔식의 뇌 구조와 작동방식, 그리고 마지막으로 뇌의 진화를 고찰하고 있다. 그 중요한 내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마음의 작동원리로서 뇌-마음 관계를 많은 중앙처리장치(CPU)를 갖는 컴퓨터에 비유한다. 뇌의 CPU는 11차원으로 연결된 매우 복잡한 신경회로이다. 그 신경회로에 활동전위가 흐르면 마음이 생성된다.
다음으로 마음을 그리는 알파벳인 신경회로와 신경조직에 대해 설명한다. 경험(학습)은 새로운 신경회로를 생성하고, 생성된 신경회로는 기억의 실체(engram)가 된다고 한다.
이어서 전오식의 뇌라 할 수 있는 대뇌감각피질에 대해 설명한다. 전오식은 오감이며 대뇌의 일차감각피질에서 일어난다. 대뇌피질은 구상적ㆍ협조적이어서 학습과 기억이 잘 일어난다. 반면에 피질하구조는 변화하기 힘든 고집불통의 뇌이다.
다음으로 오온의 뇌에 대한 설명이다. 오온은 항상 변하기에 불변하는 ‘나’는 없다(anātman, 無我). 세상의 모든 형성된 것은 변하기에(諸行無常), 불변하는 존재는 없으며(諸法無我), 변하는 것은 전부 괴로움(一切皆苦)이다. 이것이 삼법인(三法印)이다.
다음은 감정의 뇌이다. 감정과 느낌은 편도체가 중심이 되는 둘레계통의 기능이다.
이어서 의식(제6식)의 뇌를 설명한다. 의식은 두 가지 측면, 즉 의식의 수준과 의식의 내용이 있다. 내용이 없는 의식은 없다. 또한 말나식(제7식)의 뇌는 사량식, 분별식이며, 아치ㆍ아견ㆍ아만ㆍ아애의 4가지 근본 번뇌를 일으킨다. 말나식은 자아의식과 이기심의 근원이며, 심층의 무의식이다. 아뢰야식(제8식)의 뇌는 종자를 저장하는 식이다. 종자에는 본유종자, 신훈종자, 합생종자가 있다. 종자는 신경회로이며, 기억의 실체인 엔그램이다.
다음으로 싸띠 수행의 뇌과학을 설명한다. 싸띠(sati)는 지금의 마음에 주의를 기울인다(noting)는 뜻이다. 싸띠 수행은 ‘지금, 여기’에서 일어나는 마음현상에 대한 알아차림 능력을 강화하는 인지훈련이다. 싸띠 수행은 ‘지금, 여기’에 머무르고,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마음을 만든다.
이처럼 이 책은 뇌과학의 관점과 불교의 유식학 이론을 상호 대조하면서 인간의 마음, 즉 뇌가 어떻게 움직이고 작동하는지를 과학적으로 해명하고 있다. 나아가 뇌에 대해 알고, 뇌의 작동원리인 뇌과학을 알면 붓다의 가르침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아울러 현실 속에서 나의 마음을 이해하고 조절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강조하고 있다.
저자는 서울대에서 유전공학 석사, 캐나다 University of New Brunswick 대학교에서 분자생물학 박사를 받았다. (사)한국생명과학회 회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는 동국대 의대 신경해부학 교수로 재직하면서 뮬라상가 싸띠아라마의 싸띠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