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금영⁄ 2023.10.13 09:40:43
케이옥션이 25일 오후 4시, 서울 강남구 신사동 케이옥션 본사 경매장에서 10월 경매를 연다고 13일 밝혔다. 총 93점, 약 65억 원어치 규모다.
대표적으로 장욱진의 1989년 작 ‘새’(1억5000만~2억 원)를 선두로 박수근의 1956년 작 ‘가족’(5~8억 원), 이중섭의 1956년 작 ‘돌아오지 않는 강’(1억5000만~4억 원), 은지화 ‘아이들’(3500만~1억2000만 원) 등 근대 주요 구상작가들의 작품이 경매에 오른다.
1950년대 중반에 제작된 박수근의 경매 출품작 ‘가족’은 황갈색이 화면 전반을 채우고 있지만 인물들의 옷이 노랑, 빨강 계열로 표현되어 있어 한결 다채로운 느낌이다. 또 화면에서 보이는 형태의 굵은 외곽선과 인물과 배경 간의 선명한 대비는 이 시기를 전후해 나타나는 특징으로,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모색하고 고민하던 작가의 탐구정신이 느껴진다.
박수근, 이중섭, 김환기 등과 함께 한국의 2세대 서양화가로 꼽히는 장욱진은 1920년대부터 작고하는 1990년까지 약 60여 년 간 서양화에 동양적 정신과 형태를 더해 한국적 모더니즘을 창조하고 한국 미술사에 남을 그만의 독창적인 화풍을 남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경매에 출품된 작품 ‘새’는 1989년 작으로 말년을 보냈던 용인 신갈(마북리)시대의 작품이다. 이 시기 작품은 점차 환상적이며 관념적인 성격을 띠게 되는데, 파격적인 구도와 자유로운 표현이 최고조에 달한다.
이우환의 150호 대작 ‘조응’(6억5000만~9억 원), 김환기의 뉴욕시대 작품 ‘15-VII-69 #88’(4억2000만~6억 원), 정상화 ‘무제 94-2-5’(2억8000만~4억 원), 하종현 ‘접합 17-54’(2억5000만~3억2000만 원) 등 추상 작품들도 경매에 오른다.
또 이강소, 이건용으로부터 시작해 이불, 서도호까지 이어지는 한국 실험 미술 대표 작가들의 작품을 한꺼번에 만나볼 수도 있다. 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 초, 미국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민족, 인종, 성별, 성소수자 등 집단 정체성에 주목한 포스트 모더니즘 전시가 다양하게 열리는데, 이 전시들은 미술에 정체성의 문제를 개입시켜 미술과 전시의 가치, 윤리를 둘러싼 논쟁을 일으켰다.
이 시기 활동을 시작한 이불은 기관이 없거나 팔, 다리 등 신체 일부가 상실된 채 실리콘 같은 화학물로 대체돼 영원히 젊은 여인의 형상을 한 ‘사이보그’ 연작 등을 발표하여 세간의 이목을 끈다. 본 경매 출품작 ‘무제(Untitled)멜랑꼴리아(Mekamelencolia)’의 제목에 사용된 ‘Meka(mecha)’는 사이보그와 같은 휴머노이드 로봇(Humanoid, 인간형 로봇)을 뜻하며, ‘Melencolia’는 병리학적 용어로 상실을 극복하거나 인정하지 못했을 때 나타나는 증상을 지칭한다.
부드러운 촉감의 단아한 연보랏빛 실크 바탕 위에 반짝이는 진한 보랏빛의 안료를 사용해 긴 촉수를 가진 결점 없이 아름다운 유기체의 형상을 하고 있지만, 정작 내면에는 유한의 존재였던 기억과 상실감을 극복하지 못한 불완전한 존재다. 작가는 이 유기체를 통해 ‘유토피아를 향한 염원과 그 실패로 인한 절망’에 대해 말하고 있는 듯하다.
서도호는 어린 시절 살았던 집과 외국의 아파트, 스튜디오 등 본인이 경험했던 공간의 구조를 섬세하게 재현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는데 이를 통해 작가는 개인, 지역을 넘어서 보다 보편적인 관점에서 집의 존재 의미를 심도 있게 고찰한다. 경매 출품작은 ‘표본 시리즈(Specimen Series)’로, 작가가 거주했던 아파트에 있는 기물이나 건물의 부분을 형상화했다.
해외 미술에서는 타카시 무라카미의 ‘언 오마주 두 맨골드(An Homage to Mangold)’는 5억5000만 원에서 7억 원에, 사라 모리스의 ‘재패니즈 벤드 낫스(Japanese Bend [Knots])’가 8000만 원에서 3억 원 그리고 히로시 스기모토의 사진작품 ‘템플 오브 덴데라(Temple of Dendera)’가 8000만 원에서 1억8000만 원에 출품된다.
한국화 및 고미술 부문에는 운보 김기창의 ‘농악’(5500~7000만 원), ‘미인도’(350~1000만 원), 고송유수관도인이인문 ‘하경산수도’(2700~6000만 원), 청전 이상범 ‘설경산수’(350~600만 원), 소정 변관식의 ‘산수도’(800~4000만 원) 같은 회화 작품과 박정희의 ‘이웃사촌’(1000~2500만 원), ‘씩씩하고 바르게 나라의 보배’(800~2500만 원), 백범 김구의 ‘백의단심’(800~2000만 원) 등 글씨, 조선시대 ‘백자호’(700~1200만 원), ‘백자상감연화문대접’(350~800만 원) 같은 도자작품이 경매에 오른다.
경매 프리뷰는 14일부터 현재 진행 중이며 경매가 열리는 25일까지 케이옥션 전시장에서 관람할 수 있다. 작품 관람은 예약없이 무료로 가능하며, 프리뷰 기간 중 전시장은 무휴다. 경매 참여를 원하는 경우 케이옥션 회원(무료)으로 가입한 후 서면이나 현장 응찰, 또는 전화나 온라인 라이브 응찰을 통해 참여할 수 있다. 또 경매가 열리는 25일 당일은 회원가입 여부와 관계없이 누구나 경매 참관이 가능하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