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옥션이 24일 오후 4시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 ‘제175회 미술품 경매’를 연다고 13일 밝혔다. 출품작은 총 98점, 총액 약 92억 원이다. 이번 경매에서는 조선시대 달항아리, 희소성 높은 고서화와 고지도, 고려청자, 근대 공예품 등 고미술품과 이우환, 하종현, 박서보, 마유카 야마모토 등 국내외 미술시장에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는 근현대미술 주요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인다.
이번 경매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은 이른바 ‘달항아리’라고도 불리는 조선시대 ‘백자대호’다. 18세기 전반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며 47.5cm에 이르는 큰 크기에도 전체적인 비례가 적당해 안정감이 느껴지는 것이 특징이다. 조선시대 백자대호 중 40cm 이상의 크기는 주로 왕실행사에 사용됐기 때문에 가치가 높음에도 그 수는 국보, 보물을 포함해 20여 점에 불과할 정도로 적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이런 달항아리에 주목하고 있다. 3월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와 지난달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는 출품작과 비슷한 시기 제작된 달항아리가 출품돼 각각 약 60억 원, 47억 원에 낙찰된 바 있다. 크리스티 출품작의 높이는 45.1cm, 소더비 출품작의 높이는 45.2cm로, 이번 출품작에 비해 모두 크기가 작았다. 지금까지 국내 경매사에서 거래된 달항아리 중 최고가 기록이 2019년 6월 서울옥션 제152회 미술품 경매에서 낙찰된 ‘백자대호’의 31억 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시작가 35억 원에 출품된 이번 출품작이 이 기록을 다시 쓸 수 있을지 여부도 주요한 관전 포인트다.
조선후기 활동한 문인화가 청류 이의성의 ‘실경산수화첩’은 지금까지 미술시장에서 찾아보기힘들었던 작품이다. 금강 내산과 외산, 관동팔경과 설악산의 일부 명승지를 그린 작품 20폭을 담은 출품작은 이전에 학계를 통해서 사진으로만 공개된 바 있다. 이의성은 당대 유명인사들과 교류하며 굵직한 작품을 남겼으나 다른 화가들에 비해 알려진 바나 전하는 작품의 수가 드문 만큼, 이번 경매는 직접 보기 힘들었던 그의 필치를 실견할 기회다.
지금의 평안북도와 평안남도를 의미하는 관서지역에 대한 현전하는 단독 지도 중 유일하게 청천강 이북지역을 담고 있으며 18세기 전반까지 제작연대가 올라가는 ‘관서여지도첩’과 전라도의 군현도를 모은 ‘전라군현도첩’ 등 사료적 가치가 풍부한 고지도 역시 눈여겨볼 만하다. 이와 더불어 서울옥션은 ‘청자상감국화당초문유개잔, 잔대’, ‘청자기린형향로’ 등 고려청자부터 ‘은제이화문사각합, 은제이화문호’와 같은 근대시기 공예품까지 다채로운 고미술품을 준비했다.
근현대미술 섹션에서는 최근 미술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이우환의 1990년작 ‘바람과 함께(With Winds)’와 1994년작 ‘조응(Correspondance)’이 한 점씩 출품됐다. 두 작품은 각각 150호, 300호에 달하는 대작으로 초기 ‘점’, ‘선’ 연작 이후 역동적이고 강렬한 움직임을 보였던 작가의 화면이 점차 차분해지고 수그러들며 간결하게 정돈되어 가는 변화의 양상을 살피는 것이 가능하다.
푸른 자연의 아름다운 색감을 느낄 수 있는 박서보의 ‘묘법 No.171020’, 짧게 반복되는 수직 패턴 속 흰색과 청색의 조화가 인상적인 하종현의 근작 ‘접합(Conjunction) 21-42’ 또한 주요 출품작이다. 함께 출품된 이배의 ‘불로부터 ch-3-30’은 숯의 마티에르 위에 오일파스텔로 흰 선을 그린 작품으로 6월 비슷한 작품이 출품돼 응찰자들 사이에서 치열한 경합이 이뤄진 바 있다.
야요이 쿠사마의 에디션 작품 ‘댄싱 펌킨(Dancing Pumpkin)’, 코헤이 나와의 캔버스 작업 ‘디렉션(Direction) #346’, 일본 팝아트 2세대 작가 마유카 야마모토의 ‘카우(Cow)’ 등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도 이번 경매를 통해 만나볼 수 있다.
경매와 연계된 특별 강의도 마련된다. ‘조선도자의 꽃 백자 달항아리’를 주제로 진행되는 특별 강의는 유홍준 명지대학교 석좌교수가 연사로 나서고 21일 토요일 오후 2시 서울옥션 강남센터 지하 4층에서 진행된다. 강의는 사전 신청자에 한해 참가할 수 있으며 서울옥션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 가능하다.
경매에 앞서 진행되는 프리뷰 전시는 14일부터 경매 당일인 24일까지 서울옥션 강남센터 5층과 6층에서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프리뷰 전시 시간은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