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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언어, 진실을 전달하는가 왜곡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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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최영태⁄ 2023.11.22 10:26:10


한상희, 김성철, 김방룡, 박찬국, 권석만 지음 / 운주사 펴냄 / 384쪽 / 2만 3000원

언어에 대한 환상이 있다. 언어가 우주 만물을 그대로 반영하고 인식하는 수단이며, 나아가 그것을 온전하게 표현하고 전달하는 수단이라는 암묵적 전제다. 그러나 실재로 그러한가?

이 책은 언어가 가지는 다양한 역할과 한계, 순기능과 역기능 등에 대해 초기 불교와 대승불교, 선불교, 서양철학, 현대 심리학에서의 다양한 연구 성과들을 정리했다.

동물과 인류의 차이를 가른 가장 큰 특징인 언어의 사용은 인류에게 자연을 이해시키고 활용하도록 했다. 언어와 인류의 발전은 한 덩어리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언어는 지시하는 대상 그 자체와의 접촉을 방해하는 효과도 일으킨다. 언어는 대상을 지시하거나 상징하는 기능을 할 뿐 대상 그 자체는 아니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이 책은 이렇듯 세계의 존재 및 그에 대한 인식의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우리의 삶에서 언어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언어는 우리에게 있는 그대로의 진실을 투명하게 보여주는 유용한 도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진실을 가리고 왜곡하는 불편한 도구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불교와 철학, 심리학 등의 전문가들이 보여준다.

책은 모두 다섯 꼭지로 구성돼 있다.

<초기불교: 언어, 깨달음으로 가는 길>은, 초기 불교에서 바른 언어의 사용을 강조하는 이유는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유익한 방향으로 변화시키기 때문이라고 논한다.

<대승불교: 은유로 나타나는 세계>는 유가행파, 특히 안혜의 은유론에서 정점을 이루는 인도 의미론의 발전과정을 다룬다.

<선불교: 불립문자와 불리문자의 이중주>는, 선불교에서 언어에 대한 관점은 언어를 부정한 불립문자를 표방하며 시작되었지만, 다시 요로설선(繞路說禪)을 통한 불리문자로 언어를 긍정하게 되었고, 대혜의 간화선에 이르러 불립문자로 재전환되었다고 한다.

<서양철학: 언어를 사용하는 동물로서의 인간>에서는 ‘언어적 전환’ 이후의 현대 철학에 와서야 언어는 철학의 중심적인 주제가 되었고, 인간의 이성과 의식을 이해하는 주도적인 실마리가 되었다고 진단한다.

<심리학: 말과 마음의 관계-언어가 삶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중심으로>는 언어는 양날의 칼과 같아서, 매우 유용한 도구이지만 불완전할 뿐만 아니라 위험한 도구임을 보여준다. 따라서 언어의 순기능을 활용하되 그 역기능을 잘 이해하여 언어의 함정에 빠지지 않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관련태그
운주사  불교서적  불교철학  언어학  인식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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