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금영⁄ 2023.12.11 10:25:15
서울특별시와 서울시립미술관(관장 최은주)이 주최한 제12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이것 역시 지도(THIS TOO, IS A MAP’가 누적 관람객 수 약 16만 명(15만 8431명)을 기록하며 폐막했다.
지난해 제12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사전프로그램(프리비엔날레) ‘정거장’(2022년 7월 21일~10월 3일)과 ‘테라인포밍’(2022년 12월 10~11일)을 순차적으로 진행하고, 올해 9월 21일부터 11월 19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을 포함한 6곳의 전시 장소와 14곳의 협력 공간에서 ‘이것 역시 지도’를 성료했다.
지난해 9월 역대 처음으로 열린 국제 예술감독 공모를 통해 선임된 레이첼 레이크스는 제12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이것 역시 지도’에서 이주, 디아스포라, 자원 채굴 등 동시대의 긴급한 현안들을 마주하고 재현하는 시도를 보였다. 그는 전시의 주제에 맞는 다양한 국적 작가들의 신작을 포함한 작품들을 과잉된 연출 없이 절제되고 견고하게 직조된 방식으로 전시와 프로그램을 구성해 반복적이고 전형적인 기존 비엔날레의 한계를 뛰어넘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제12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관람객 만족도 조사’ 결과 비엔날레를 ‘만족’한다는 응답이 80.4%로 집계됐다. 1002명의 응답자의 참여로 진행된 관람객 만족도 조사 결과 20~40대 젊은 관람객의 전시장 방문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관람객 중 63.2%가 여성으로 나타났고, 연령은 20대(36.6%), 직업은 회사원(40.7%)과 대학(원)생(22.7%)이 가장 많았다.
나아가, 재참여와 타인 추천 의향, 지역에 필요한 행사라고 응답한 비율이 74.5점으로 조사됐다. 서울시립미술관 측은 이와 같은 결과를 ‘미디어’의 낡은 정의를 확장하는 이번 비엔날레의 방법론이 MZ세대와 소통에 성공한 것으로 해석했다.
이번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는 서울아트위크 기간 동안 열린 사전행사(9월 4일)를 시작으로, 전시 개막(9월 20일)부터 진행된 토크, 워크숍, 퍼포먼스, 라이브 이벤트, 팟캐스트, 스크리닝 등 다양한 형태와 내용의 행사들은 비엔날레 주제와 밀접하면서도, 실질적인 체험을 중심으로 운영, 비엔날레 관람과 경험의 깊이를 더했다.
이재이 작가의 ‘애리조나 카우보이(as part of Far West, So Close)’(2023)는 한국에 거주하며 클래식 음악을 전공하는 외국인들의 임시 합창단이 부르는 한국 가요로, 전시장에서 예고 없이 들려오는 친숙하면서 이질적인 선율로 관람객의 주목을 받았다.
프로그램 자문 옹조린이 기획한 라이브 행사 ‘비무장 여신’은 한국의 지정학적 특수성을 배경으로 다양한 관계 맺기의 대안적 개념을 다루는 행사였으며, 지난해 사전프로그램에 이어 진행된 안데스 작가의 ‘지질학적 테크노: 땅의 비트로 춤추라’, 마당에 설치된 작품과 유사한 형태의 임시 조각을 관객이 직접 만들어보는 이끼바위쿠르르의 ‘땅탑 워크숍’ 등 현장 참여형 워크숍이 다양하게 운영됐다. 또한, 서소문 본관 3층 프로젝트 갤러리에서는 동시대를 바라보는 자신만의 지도를 그려보는 ‘엽서 그리기 프로그램’이 열려, 여러 관람객의 참여를 끌어냈다.
안내 책자(가이드북), 선집(도록), 엽서와 지도 등 다양한 형태로 마련된 비엔날레 출판물은 80~90%의 높은 이용률을 보이며 인기를 끌었다. 특히, 전시 출품작에 관한 기본적인 정보와 해설을 제공하는 컬러판 안내 책자를 무료로 제공하며, 전문가와 일반 관람객 모든 층에서 호응을 얻었다.
서울시립미술관과 네임 출판사가 공동으로 출판한 비엔날레 도록 ‘이것 역시 지도’는 탈신식민주의와 언어, 이주와 디아스포라의 서사, 자원 채굴과 글로벌 산업 네트워크, 유동적인 정체성, 미래주의에 관한 여성주의적 독해 등 비엔날레의 주제를 심화하는 연구 서적으로, 다공적이고 다중적인 역사와 지식을 모델링하며, 이번 비엔날레를 더욱 풍성하게 읽을 수 있는 길잡이가 됐다는 평이다.
만족도 조사에 참여한 1002명의 응답자 중 국내 및 해외 거주 외국인이 12.3%로 기록되며, 외국인 관람객의 비중이 높았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서울시립미술관 측은 9월 서울아트위크 기간에 맞춰 사전 행사와 사전 관람을 운영하고, 서울관광재단에서 운영하는 마이크로 외국인 인플루언서인 ‘글로벌 서울메이트(GSM)’와 협력하는 등 외국인 관람객을 적극적으로 유치한 결과로 봤다.
제12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에 대한 외신들의 관심도 높았다. 이번 비엔날레 전시는 아트 리뷰 아시아, 이플럭스 비평, 호주 아트 링크, 프리즈 등 다수의 해외 유력 매체에서 보도됐다. 이플럭스 비평 부분에 소개된 제이슨 와이트는 비평문에서 이번 비엔날레가 “미디어를 재료 중심으로 접근한 감독의 창의적인 해석이 돋보인다”고 호평했다. 아트 리뷰 아시아의 오필리아 라이(Ophelia Lai)는 “과장되고 피로하게 관객을 압도하는 반복적이고 한정적인 여타 전시와는 달리, 깊이 성찰할 수 있도록 사려 깊게 기획된 전시이며, 인내심 있는 관객에게는 선물과도 같다”라고 평했다.
2023 SeMA-HANA 미디어아트상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작가 프랑소와 노체가 수상했다. 프랑소와 노체는 조각, 비디오, 퍼포먼스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폐기물, 소비와 물질문화에 관한 학제 간 연구를 기반으로 한 작품과 활동을 만들어 온 현대미술가다.
한편, 중구 만리재로 215에 위치한 서울로미디어캔버스에서는 ‘이것 역시 지도’ 출품작 3점이 19일까지 상영된다.
최은주 서울시립미술관장은 “도시와 미디어에 대한 개념적 사유로 시작해서 동시대 미술의 실험적인 담론을 꾸준히 형성해 온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는 다음 회차에서도 참신한 주제와 비엔날레만의 정체성으로 관람객분들을 맞이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