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은⁄ 2024.01.15 15:56:00
글로벌 반도체 주도권 확보 경쟁이 미국, 일본, 대만 등의 '클러스터간 대항전'으로 전개되고 있는 상황에서, 민관이 2047년까지 총 622조 원을 투자해 경기 남부권에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를 조성한다.
정부는 15일 '민생을 살찌우는 반도체 산업'을 주제로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 토론회'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세계 최대·최고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조성 방안'을 발표했다.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는 경기 평택·화성·용인·이천·안성·성남 판교·수원 등 경기 남부의 반도체 기업과 관련 기관이 밀집한 지역 일대를 의미한다. 2102만㎡ 면적의 메가 클러스터가 조성되면, 2030년 기준 세계 최대 생산량인 월 770만장의 웨이퍼를 생산하는 최대 생산기지이자 최첨단 시스템 반도체 허브로 도약하게 된다.
판교는 팹리스 전문 거점, 화성·용인·이천·평택은 메모리·파운드리 등 제조거점, 안성은 소부장, 판교·수원·평택은 최첨단 연구개발·교육 거점으로 각각 구축된다.
이를 위해 현재 19개의 생산팹과 2개의 연구팹이 집적된 메가 클러스터에는 2047년까지 총 622조원의 민간 자본이 투입돼 총 16개(생산팹 13개, 연구팹 3개)의 신규 팹(Fab, 반도체 제조 및 연구시설)이 신설된다.
622조 원은 민간 투자금액으로 삼성전자는 500조 원, 하이닉스는 120조 원을 각각 투입한다. 삼성전자는 360조 원을 투입해 용인 남사에 파운드리 생산팹을 신규 조성하며, 하이닉스는 122조 원을 투입해 용인 원삼에 메모리 생산팹을 건설한다. 추가로 삼성전자는 평택에 120조 원을 투자해 시스템과 파운드리 생산팹을 증설하며, 용인 기흥에는 20조 원을 투자해 연구팹을 신설한다.
정부는 ▲인프라·투자환경 ▲소부장·팹리스 기업 육성 ▲초격차 기술 확보 ▲인재를 4대 중점과제로 선정해 지원한다.
먼저, 정부는 올해 반도체 예산을 1.3조 원으로 편성하여 도로·용수·전력 등 기반시설에 대한 국비 지원을 강화해 신축 부지의 인프라 적기 공급을 지원한다. 또한 기업의 첨단산업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을 최대 25%로 높이는 것을 비롯해 반도체 세액공제 대상 기술(국가전략기술)을 전폭 확대해 기업의 적극 투자 환경을 조성한다.
정부는 현재 30% 수준인 공급망 자립률을 2030년 50%까지 끌어올려 반도체 공급망 리스크 노출을 줄이고, 반도체 소부장(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역량을 강화해 1조 매출 클럽 기업을 현재 4개에서 10개 기업으로 육성한다. 이를 위해 소부장 업계의 숙원사업인 양산 검증 지원 테스트베드를 2027년 완공을 목표로 용인 클러스터 내에 구축한다. 국내 기술이 부족한 기술은 2000억원 규모의 외국인 투자유치 인센티브를 통해, 글로벌 TOP 10 장비기업 R&D 센터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팹리스 기업을 적극 육성해 2030년까지 팹리스를 포함한 시스템 반도체 시장 점유율을 10%로 확대하고, 현재 1개 기업에 불과한 글로벌 매출액 상위 50위 내 팹리스 기업을 10개까지 육성해 시스템 반도체 밸류체인을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팹리스가 개발한 칩 성능 검증을 위한 ‘검증지원센터’를 신규로 구축하고, 팹리스 시제품 제작비의 국비 지원 규모를 2배로 확대하고, 10나노 이하의 첨단칩 개발 지원을 위한 초미세 공정 국비 지원 트랙을 신설하는 등 설계-검증-상용화의 전 주기에서 팹리스 지원체계를 구축한다.
팹리스·소부장 기업을 대상으로 한 자금 지원과 정책금융도 확대해 1분기부터 본격 운용한다.
또한 정부는 AI 확산과 디지털 대전환(DX)에 따라 고성능 반도체 수요가 급증 및 다양화되는 등 반도체 기술 패러다임 변화하고 있는 만큼, 현재 국내 열세인 차세대 시스템반도체 기술 선점과 메모리반도체 기술 고도화를 위한 기술 거점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내 판교, 수원, 평택을 중심으로 연구개발·교육 거점을 구축해 차세대 반도체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초격차 기술을 확보한다. 팹리스 기업이 밀집되어 있는 판교를 중심으로는 2030년까지 저전력, 고성능의 국산 AI반도체를 개발 및 실증하는 'K-클라우드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수원은 성균관대, 경희대, 아주대 등 반도체 관련 대학과 한국나노기술원을 연계해 화합물 반도체 기술 거점으로 활용하며, 평택에는 총 5천억 원을 투자하여 2029년까지 카이스트 평택 캠퍼스를 설립하고 신개념 반도체, 첨단 패키징 등 미래 신기술 연구의 거점으로 육성한다.
지난해 12월 네덜란드 국빈방문 계기 발표한 약 1조원 규모의 삼성전자와 ASML간 공동 R&D센터 국내 건립도 입지 선정 등이 신속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이 연구소는 국내 수도권 지역에 내년 착공 예정으로, 화성시 부지를 우선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R&D, 특화교육프로그램, 규제완화를 통해 인재 양성과 글로벌 수준의 인재확보 역시 지원한다.
4대 중점과제를 중심으로 한 메가 클러스터 조성에 따라 정부는 팹 신설을 통한 직접적 경제효과를 포함해 소부장·팹리스 등 협력기업 생태계의 동반성장을 통해 650조 원의 생산 유발효과와, 346만명의 간직접 고용 창출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 전망했다. 올해는 반도체 수출 1200억 불ㆍ민간투자 60조 원 이상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이날 경기도 수원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 반도체관에서 연 '민생을 살찌우는 반도체 산업' 민생토론회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은 박정희 전 대통령과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회장 등을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의 성장을 견인한 '선각자들'로 꼽으며, "반도체는 중산층과 서민의 민생을 살찌우고, 우리 미래세대에 새로운 기회를 계속 열어주는 산업"이라고 강조했다.
산업통상자원부 반도체과의 유소영 사무관은 "일본 구마모토현에서 공장을 구축하고 있는 TSMC의 경우 24시간 3교대 근무제로 이른바 '불이 꺼지지 않는 공사장'으로 불릴 정도였다고 한다"며 "우리 정부도 우리 기업들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쟁하지 않도록 매력적인 투자 환경을 조성하고 인프라를 적기 조성하기 위한 추가 지원책을 검토하고 있다. 반도체과를 비롯해 우리 정부도 불이 꺼지지 않는 정부가 돼 우리 기업을 적극 뒷받침하겠다" 발언하며 박수를 받았다.
<문화경제 김예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