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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현장] 하우스오브신세계 헤리티지에 깃든 청량한 여름의 나날들

대나무·한지·완초 등 여름 상징하는 공예품 선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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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금영⁄ 2025.07.24 13:46:57

하우스오브신세계 헤리티지 전시장 입구. 사진=김금영 기자

무더위가 이어지는 나날들 속 백화점에 시원한 여름이 찾아왔다. 마음까지 청량하게 만드는 대나무의 갈색, 초록빛 색감부터 바람이 솔솔 불어오는 듯한 커다란 부채,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넓은 마루까지 시원한 여름 풍경이 한껏 깃들었다.

조선시대 ‘계회’로 여름의 흔적을 따라가다

‘여름이 깃든 자리’ 전시장 전경. 우물 벤치엔 앉아볼 수도 있는데 시원한 질감이 바로 느껴진다. 사진=김금영 기자

신세계백화점 본점 더 헤리티지의 ‘하우스오브신세계 헤리티지’가 ‘여름이 깃든 자리’전을 마련했다. 신세계백화점 본점 더 헤리티지는 다양한 전시 공간을 갖췄다. 4층에 자리 잡은 ‘헤리티지 뮤지엄’은 옛 제일은행 본점을 재단장한,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건물의 역사적 특성을 활용해 개관전으로 ‘명동 살롱: 더 헤리티지’를 선보였다.

한층 더 올라가면 마주하는 하우스오브신세계 헤리티지는 공예 전시장으로, 한국적 생활 방식과 아름다움을 탐구하는 전시를 선보인다. 과거와 현재를 이어 계승되는 한국 문화와 장인 정신을 오롯이 경험하며 궁극적으로 ‘한국의 미’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이번 전시는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계회도 ‘독서당계회도’를 소개한다. 사진=김금영 기자

앞서 4월 열린 첫 전시는 ‘보자기’를 주제로 한국 전통의 아름다움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시간을 제공했다. 이번엔 여름을 맞아 과거 풍류와 지리를 통해 여름을 즐기던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을 전시에 풀어놓았다. 그 중심엔 ‘계회’가 있다. 계회는 조선시대 양반과 선비들의 사교모임이자 사회 활동이었다.

신세계 아트앤스페이스팀의 이채림 큐레이터는 “계회는 현재 계모임의 어원으로 알려졌다. 계회를 통해 옛 선비들은 자연 안에서 신의를 맺고 학문적 성장을 도모함과 동시에 예술과 문학, 술과 음식을 교류하며 소통했다”며 “특히 이 계회는 자연 친화적으로 이뤄졌는데, 자연의 순수한 재료에서 시작된 공예를 중요하게 다루는 하우스오브신세계 헤리티지 전시의 지향점과도 맞닿는 지점이 있었다. 또 한국 여름 문화를 보여주는 계회가, 전시가 열리는 여름의 시기성과도 맞아 이번 전시의 출발점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여름이 깃든 자리’전은 한국 여름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아이템들을 선보인다. 사진=김금영 기자

화목한 계회의 분위기는 계회도에서 드러난다. 계회도는 계회의 장면을 비롯해 참석자의 이름까지 담은 일종의 기념사진으로, 당시 사회 활동, 인간관계, 분위기 등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사료다. 이번 전시는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계회도 ‘독서당계회도’를 소개한다.

이채림 큐레이터는 “과거 선비들이 계회를 진행할 때 화가 1명씩을 동행해 그림을 그리게 했고, 모임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참석자들에게 그림을 나눠줬다고 한다”며 “계회도를 잘 살펴보면 아름다운 자연 풍광이 특히 돋보인다. 이를 통해 자연과의 교감 속 여유로운 휴식의 순간과 여름의 정취를 동시에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여름이 깃든 자리’전 전시장 전경. 사진=김금영 기자

전시는 이처럼 과거의 여름 풍경을 따라감과 동시에 이를 현대적으로 연결시키는 시도를 한다. 대나무 공예가 한창균, 완초 공예가 허성자, 한지 예술가 이종국 등이 참여해 자연이 선사한 소재들에 전통 기술과 현대적 감각이 더해진 다양한 공예품들을 선보이는 것. 크게 ‘모임’, ‘소풍’, ‘쉼’, ‘풍류’ 등의 키워드 아래 어우러진 작품들을 살펴볼 수 있다.


이채림 큐레이터는 “이번 전시의 주안점이 바로 스토리텔링”이라며 “단순히 작품들을 보여주는 데그치지 않고, 주요 키워드를 잡아 여기에 맞게 아이템 하나하나를 신경 써서 배치하면서 관람객으로 하여금 과거부터 현재까지 다양한 여름 풍경을 상상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고 말했다.

‘모임·소풍·쉼·풍류’ 키워드로 즐기는 여름

더운 여름날 휴식의 미학을 느낄 수 있는 작품들이 전시된 모습. 사진=김금영 기자

먼저 전시장에 들어서면 도입부에 위치한 ‘우물 벤치’가 눈길을 끈다. ‘모임’을 상징하는 작품이다. 한창균 작가가 대나무를 활용해 만든 거대한 원형 벤치로, 작품 한 가운데엔 수경 식물을 식재해 실제로 우물을 구경하는 듯한 느낌을 줬다. 이 벤치엔 직접 앉아볼 수 있는데, 시원한 대나무의 질감이 바로 느껴졌다. 다양한 대나무의 종류도 살필 수 있도록 전시장 곳곳에 대나무 일부도 설치해 놓았다.

이채림 큐레이터는 “한국의 전통 우물가는 사람들이 정보를 나누고, 일상의 담소를 나누는 등 다양한 모임이 이뤄지는 소통의 장소였다”며 “한창균 작가가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우물 벤치에도 전시장을 찾은 사람들의 방문이 꾸준히 이어지며 새로운 모임의 문화를 만든다. 또한 우물가가 지닌 특유의 시원한 정서도 전시장을 감돈다”고 말했다.

허성자 작가의 완초 공예도 이번 전시에서 눈길을 끈다. 사진=김금영 기자

이종국 작가의 작품에서는 ‘쉼’의 정서가 돋보인다. 그는 버려진 자연의 소재나 익숙한 주위의 천연 재료를 활용해 작품 세계를 전개해 왔다. 실제로 이번 전시에 선보인 ‘나뭇잎 부채’ 또한 작가의 옛집 주변에 있던 노간주나무, 대나무로 대를 만들었다. 여기에 직접 뜬 한지를 평면이 아닌 입체로 만들어 바람이 모이게끔 만든 것이 특징이다. 무더위 속 부채가 일으키는 시원한 바람은 잠시나마 달콤한 휴식의 순간을 전해준다.

추억이 깃든 양은을 활용한 양은 시리즈도 마련됐다. 전시장에 설치된 양은 주전자, 그릇 등은 새참을 먹으며 더운 여름을 이겨내는 사람들의 모습 등 옛 향수를 떠올리게 하는 동시에 더위에 지친 사람들의 몸과 마음에 기운을 불어넣어주는 듯하다.

전시를 관람하고 있는 관람객. 사진=김금영 기자

허성자 작가의 완초 공예도 주목된다. 작가의 손을 통해 한올 한올 엮여 섬세하게 완성된 작품으로, 3단 완초함은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신작이다. 완초 공예는 일반적으로 꽃무늬 형태가 많은데, 작가는 검은색의 완초와 천연 색상의 조합으로 마치 현대의 명품과도 같은 세련된 결과물을 내놓았다.

이번 전시에서 풍류도 한껏 느낄 수 있다. 바람 풍(風), 물 흐를 유(流)의 뜻을 담은 풍류는 예로부터 자연을 가까이 하며 예술을 즐기는, 즉 사람과 자연의 관계를 일컬었다. 더운 여름 선선한 그늘 아래 소풍을 떠나 시를 짓고, 노래를 부르는 모습은 자연의 섭리를 따르는 풍류의 정취 그 자체였다. 이번 전시에서도 ‘자연-소풍-음다(차를 마심)-시화(시와 그림)’ 스토리텔링을 통해 이 풍류의 즐거움을 함께 따라갈 수 있도록 구성했다. 차 세트, 필통, 도시락함, 지우산 등 눈길을 끄는 다양한 아이템들을 전시장에 배치했다.

전시장 한켠엔 마루 공간도 마련됐다. 사진=김금영 기자

전시장 또 다른 한켠엔 마루 공간도 마련됐다. 완전 실외, 실내도 아닌, 그 경계에 자리한 마루는 과거 밥을 먹기도, 집을 찾아온 손님을 맞이하는 공간으로도 활용됐다. 이번 전시에서는 관람객을 환영하는 공간으로 등장했다. 이곳엔 다양한 의자가 배치됐고, 과거 사람들이 더위를 피하며 즐기던 바둑 놀이도 엿볼 수 있게 구성했다.

이채림 큐레이터는 “마루는 예로부터 바람과 햇살이 자유롭게 넘나드는, 자연과의 경계를 허무는 유연한 성격의 공간이었다”며 “이 시원한 마루에 김태연 작가가 비닐실로 수선한 오래된 골동 돗자리와 복 글자가 새겨진 방석을 두고, 허성자 작가의 세련된 완초함을 함께 배치했다. 또 바둑 놀이를 통해 각자의 방식으로 여름을 즐기던 풍경을 상상해보게끔 했다”고 말했다.

시원함을 느끼게 하는 부채가 설치된 모습. 사진=김금영 기자

실제로 전시장을 찾은 사람들은 각각의 방식으로 전시를 즐기고 있었다. 설치된 작품들에 직접 앉아보기도, 질감을 느껴보기도 하고, 인증샷을 찍기도 하는 등 여념이 없었다. 이채림 큐레이터는 “전시에 다양한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 전통 문화에 관심을 가진 외국인 관광객부터, 백화점 단골 고객, 전시에 관심이 많은 젊은 세대까지 다양하다”며 “매 전시마다 전시 연계 상품도 지하 1층에 마련된 기프트샵에 선보이고 있는데, 여기에도 좋은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시 연계 워크숍도 7월 11일부터 진행 중이다. ‘계회, 탁족(선비들이 여름철 강과 계곡에 발을 담그던 피서법)’ 등 한국 여름 문화를 소개하는 최공호 교수의 강연, 이종국 작가와 한창균 작가가 진행하는 부채, 대나무 둥지 만들기 등 관람객이 직접 참여하는 자리를 마련해 보다 깊이 있게 우리의 여름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프로그램 별 세부 일정 확인과 참여 신청은 신세계백화점 앱을 통해 가능하다.

‘여름이 깃든 자리’전은 한국 전통 여름 문화를 소개하는 장이다. 사진=김금영 기자

하우스오브신세계 헤리티지는 이번 전시를 비롯해 앞으로도 다양한 공예 전시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이채림 큐레이터는 “이번 전시를 찾은 방문객의 피드백 중 기억나는 게 ‘우리 전통 공예가 정말 아름답고 높은 수준으로 발전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알지 못해 아쉽다. 이런 전시를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를 알았으면 한다’는 내용이었다”며 “한국은 전통 공예부터,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공예까지, 공예의 분야는 무궁무진하고, 흥미롭다. 하우스오브신세계 헤리티지는 2~3개월 단위로 꾸준히 다양한 기획전을 선보일 계획인데, 이런 공예의 다양한 매력을 선보일 수 있는 전시를 꾸준히 선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예 작업 환경이 결코 만만치 않다. 예컨대 대표 재료 중 하나인 대나무의 경우 우리나라 사계절 특성상 억세 구부리기 힘들다. 그만큼 작가의 정밀한 작업이 요구된다. 이 가운데 기존 제작자 층이 고령화되면서 점점 대나무 공예 분야도 과거에 비해 줄어들고 있는 추세”라며 “이 가운데 꾸준히 작업을 이어오는 작가들을 존경한다. 그래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공예의 매력을 알고,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전시의 장을 많이 마련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경은 하우스오브신세계 헤리티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과거에서 오늘까지 이어져 온 ‘한국인의 삶’을 소개하는 하우스오브신세계 헤리티지가 여름을 맞아 한국 여름의 다채로운 모습과 다양한 전통 문화를 소개하고자 특별한 전시를 준비했다”며 “이번 전시가 선사하는 우리 전통 공예품과 모임의 장, 다채로운 체험 콘텐츠들과 함께 우리네 여름 속에서 이뤄지던 사람들의 인연, 자연과의 교감을 느껴보는 시간을 보내길 바란다”고 밝혔다. 전시는 하우스오브신세계 헤리티지에서 9월 21일까지.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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