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용호⁄ 2025.07.24 13:45:53
서울시발레단이 창단 1년을 맞이한다. 세종문화회관(사장 안호상)은 오는 8월 서울시발레단의 창단 1주년을 기념해 유회웅의 《NO MORE》와 한스 판 마넨의 《5 Tango’s》를 더블 빌로 구성, 세종 M씨어터 무대에 올린다.
유회웅 안무가의 《NO MORE》는 지난해 서울시발레단 창단 사전 공연에서 초연으로 선보인 창작 작품이다. 초연 이후 1년간 숙성을 거쳐 무용수와 구성, 안무 밀도에서 보다 진화된 버전으로 관객들을 찾아간다. 무기력한 현대사회 속 똑같이 반복되는 오늘의 불안, 좌절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움직임 자체의 에너지로 극복하고, 마침내 다가오는 내일을 향한 힘찬 움직임을 라이브 드럼 연주와 함께 표현한다. 올해 공연에서는 반복되는 현실과 꿈이 교차하는 장면이 추가되며, 이를 통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아가자’라는 씩씩한 위로를 담았다. 초연 무대에 참여했으며, TV 프로그램 ‘스테이지 파이터’에 출연해 인지도를 확보한 강경호 무용수가 2025년 공연에도 특별 출연해 서울시발레단에 더욱 탄탄한 에너지를 더한다.
초연 당시부터 《NO MORE》는 “동화적 판타지나 우아한 동작과는 거리가 먼 동시대의 춤”(송준호 평론가)이라며, 관객이 인식하는 발레의 범위를 순식간에 확장했다는 전문가 평과 관객들의 뜨거운 호평이 있었다. 이번 재연은 서울시발레단의 창작 작품이 탄탄한 레퍼토리로 자리매김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무대가 될 것이다.
한스 판 마넨의 《5 Tango’s》는 서울시발레단이 지난해 아시아 초연한《캄머발레》에 이어, 또 한 번 아시아 초연하는 한스 판 마넨의 대표작이다. 서울시발레단의 《캄머발레》 초연(2024) 시 작품의 예술성과 완성도에 대한 한스 판 마넨의 신뢰를 얻을 수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발레단이 추가 확보한 라이선스 작품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1977년 네덜란드 국립발레단에서 초연된 이 작품은 아르헨티나의 전설적인 작곡가 아스토르 피아졸라(Astor Piazzolla)의 ‘탱고 누에보’ 음악 전곡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한스 판 마넨은 우연히 피아졸라의 음악을 듣고 강한 영감을 받아 단 2주 만에 《5 Tango’s》의 안무를 완성했다고 한다. 탱고의 열정적인 리듬과 발레의 정제된 움직임을 절묘하게 결합해 시간을 초월한 명작으로 평가받으며 지금도 네덜란드국립발레단을 비롯해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 스위스 취리히 발레단, 미국 샌프란시스코 발레단 등 세계 유수의 발레단의 대표 레퍼토리로 무대에 오르고 있다.
이번 공연에는 네덜란드국립발레단 수석인 최영규 무용수가 서울시발레단 객원 수석으로 출연한다. 그는 네덜란드국립발레단 상주 안무가인 한스 판 마넨의 스페셜리스트이기도 한데, 이번 무대는 최영규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한스 판 마넨의 대표작을 선보이는 것이라 그 의미가 더 깊다. 최영규 무용수는 이번 협업을 통해 발레 무용수를 넘어 지도자로 성장하기 위한 첫걸음도 뗀다. 서울시발레단은 작품의 라이선스 협상 시 최영규 무용수가 리허설 디렉터(연습 지도자)로 참여하는 부분을 함께 협상했다. 지난해 《캄머발레》에 출연한 뒤 공식적으로 스테이저(작품 지도자)로서 활동하게 된 김지영 무용수에 이어 두 번째 사례다. 최영규 무용수는 “창단 초기임에도 새로운 시도와 열린 시각으로 다양한 작품을 소개하려는 서울시발레단의 여정에 함께할 수 있어 기쁘다”라며“무용수로서의 경험을 넘어 리허설 디렉터로 한 작품을 바라보고 조율하는 일은 큰 배움이자 도전”이라는 소감을 남겼다. 최영규는 한스 판 마넨 안무작의 특징으로 ‘단순한 아름다움 너머의 구조적·기술적인 정교함, 감정의 진정성’을 꼽았다.
또한 《5 Tango’s》에는 서울시발레단의 첫 시즌 무용수로 창단공연의 주역을 맡았던 김소혜 무용수가 특별 출연해 창단 1주년의 의미를 더할 예정이다.
지난 1년간 끊임없이 진화하고 확장되어 온 서울시발레단의 예술적 스펙트럼을 만나볼 수 있는 더블 빌 <유회웅×한스 판 마넨>은 8월 22일부터 27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된다.
서울시발레단은 대한민국 유일의 공공 컨템퍼러리 발레단으로, 지난해 8월 ‘대한민국 컨템퍼러리 발레 시대의 개막’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주재만 안무가의 전막 창작 작품인 <한여름 밤의 꿈>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 올리며 힘찬 출발을 알렸다.
이후 한스 판 마넨, 오하드 나하린, 요한 잉거 등 세계적인 안무가의 대표작 라이선스를 확보, 연이어 아시아 초연하며 클래식 작품에 편중되어 있던 국내 발레계에 장르적 다변화를 촉진하고, 관객들에게 세계 예술의 흐름을 경험할 수 있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 동시에 안성수, 유회웅, 이루다, 차진엽 등 국내 안무가들과 협업하며 대한민국의 ‘오늘’을 담은 창작 작품을 개발하고, 고유 레퍼토리를 확보하는 등 국내 컨템퍼러리 발레 육성을 위한 활로이자 창작 플랫폼의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
그 결과, 서울시발레단은 2024년 2월 창단 발표 후 올해 5월까지 약 1년여 동안 창단 사전공연을 포함, 5건의 공연을 통해 9작품을 총 27회 올리며 누적 약 1만 5천 명의 관객을 동원하고, 객석 점유율 83%를 기록하는 등 컨템퍼러리 발레 장르의 신생 단체로서 이례적인 성과를 거두었다.
올해는 창단 1주년을 맞아 공연 <유회웅×한스 판 마넨>과 더불어, 8월 한 달간 컨템퍼러리 발레를 무대 밖에서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 〈발레 플레이그라운드〉를 마련했다. 전문 무용수, 전공생, 일반 시민이 함께할 수 있는 맞춤형 실기 참여 프로그램과 관객들과 함께 컨템퍼러리 발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관객 토크 프로그램, 지난 1년 간의 서울시발레단 작품을 되새겨 보는 아카이빙 프로그램이 세종문화회관 노들섬 리허설 스튜디오, 그리고 온라인에서 펼쳐진다.
〈발레 플레이그라운드〉의 맞춤형 실기 참여 프로그램은 전문 무용수와 전공생, 일반 시민 등 대상별 특성에 맞추어 기획했다. 8월 한 달간 매주 주말, 새로운 시민들을 노들섬 리허설 스튜디오에 초대한다. 전문 무용수를 대상으로 한 컨템퍼러리 교육이 드문 국내 상황에 기반해, 세계 무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젊은 안무가 미스터 크리스(Mr.Kriss)와 제로엔 버브루겐(Jeroen Verbruggen)을 초청, 대한민국의 전문 무용수를 대상으로 컨템퍼러리 발레 워크숍을 진행한다. 또한 발레를 전공하는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서울시발레단 마스터 클래스를 열고, “취발러”(취미 발레인) 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는 서울시발레단의 대표 시민 참여 프로그램 ‘스페셜 발레데이’도 준비한다. 창단 1주년을 맞아 특별히 ‘엄마와 딸’이 함께 참여하는 “엄마와 함께하는 발레데이”, 60대 이상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실버 발레데이”를 진행할 예정이다.
8월 셋째 주 <유회웅×한스 판 마넨> 공연 기간에는 세종문화회관에서 컨템퍼러리 발레에 관해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프로그램도 이어진다. 컨템퍼러리 발레의 현재를 이끄는 국내·외 라이징 안무가들과 무용수들이 한자리에 모여 글로벌 무대에서 컨템퍼러리 발레의 현주소와 각 안무가의 안무 언어에 관해 대담을 나눌 예정이다. 공연 전후로는 발레리노의 성장기를 담은 소설 《스프링》(온다 리쿠 작)을 주제로 한 북 토크, 무용 전문 인플루언서 ‘춤추는 늘보’와 함께하는 “느릿한 리뷰” 등 각자의 의견을 나누는 관객 오픈 토크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더불어 정옥희 평론가, 이단비 평론가 등과 함께 컨템퍼러리 발레에 대해 깊고도 가벼운 이야기를 들어보는 렉처 프로그램도 관객들을 기다린다.
서울시발레단은 창단 이후 공연은 물론,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관객들과 함께 호흡하고 컨템퍼러리 발레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자 노력해 왔다. 서울시발레단의 창단 1주년을 기념하는〈발레 플레이그라운드〉를 통해 관객들은 다채롭게 발레를 읽고, 듣고, 보고, 경험하며 동시대 발레가 담아내는 예술적 깊이와 생동감을 함께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발레 플레이그라운드〉의 프로그램별 세부 내용과 참가 신청 방법은 오는 7월 28일 서울시발레단 SNS 계정을 통해 공개된다.
<문화경제 안용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