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쇄
  • 전송
  • 보관
  • 기사목록

"소리에 대한 기억, 미술로 작곡하다" PKM 갤러리, 홍영인 ‘서투른 작곡가’

음악가에서 영감을 받은 작가, DMZ에서 만난 두루미의 '음감'을 작품으로

  •  

cnbnews 안용호⁄ 2025.08.19 20:32:30

퍼포먼스에서 바이올린 연주자가 작품 주위를 돌며 연주하고 있다. 사진=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바이올린 연주자가 작가의 작품을 따라 원형을 그리며 연주한다. 마치 작품을 숭배하듯 보이기도 하고 작품을 악보처럼 여기는 듯도 하다. PKM 갤러리, 홍영인 ‘서투른 작곡가’ 전시 기자간담회에서 본 퍼포먼스의 모습이다.

 

“메인 갤러리에 전시된 모든 작품은 퍼포밍 되기를 기다리는 어떤 잠재태, 그 자체로 끝난 결과물이 아니라 퍼포먼스에 의해서 연주되거나 완성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어떤 사물들입니다.” 작가 홍영인은 자신의 전시 ‘서투른 작곡가’를 이렇게 설명했다.

 

작가는 초기부터 음악가로부터 영감을 받았다. 그래서 작가의 근저에는 항상 소리나 음악적인 요소들이 있었지만, 그것들이 드러나지 않다가 이번 전시에서 인사이드 아웃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전면에 소리 요소를 내보인다. 그만큼 이번 전시는 실험적이다.

본관 전시 전경. 사진=PKM 갤러리

퍼포먼스에서 바이올린 연주자가 연주한 두 곡은 작가의 실험 단계 어느 끝 지점에서 나왔던 작업들이지만, 여전히 작가에게는 과정 중심적인 작업이고 그래서 여기서부터 또 계속해서 발전될 것이며 다음 연주자가 연주할 때는 또 다르게 연주될 수 있는 요소들이 있다. 바이올린 연주자는 두 번째 두 번째 곡을 연주하기 전 작품에 걸린 물건들을 이리저리 만졌다. 연주자 자신이 작곡을 한 뒤 연주한 것이다.


“오늘 연주자는 저의 실험의 장에 함께한 협업자로 참여했고, 이 내러티브는 저의 항상 큰 관심사인 역사에서 소외되었던 여성들, 역사에서 완전히 배제됐던 동물 주체들을 물질로 만들고 이를 소리로 변형시킨 것이라 보시면 됩니다.”

'소나타: 두루미와 나'. 사진=PKM 갤러리

작품에는 두루미가 유독 많이 보인다. 작가는 DMZ에서 두루미를 봤던 경험을 통해 큰 변화를 겪었다. 작가는 한 DMG 프로젝트를 통해 두루미를 가까이서 관찰할 기회를 얻었다. ”민간인이 갈 수 없는 지역을 뚫고 소리가 안 나는 전기차로 갔는데 수백 마리의 두루미가 있었어요. 마침, 눈이 왔는데 눈 위의 수많은 두루미들의 모습이 상상의 세계처럼 보였죠.”

별관 전시 전경. 사진=PKM 갤러리
별관 전시 전경. 사진=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작가는 7년여 간 다양한 소리를 녹음해왔다. 동물과 식물, 바람, 강물과 같은 자연의 소리였다. 이 조각조각의 소리들은 별관에 전시되어 있다. 벽에 두 개의 캔버스 작업이 걸려 있는데, 그동안 녹음했던 소리들을 펼쳐놓고 곡을 만들고, 그다음 소리를 색이나 선 형태로 형성화한 작품들이다.

“제가 좋아하는 음악가 모튼 펠드만은 시각 예술가들한테서 깊은 영감을 받아 작곡했어요. 저는 반대로 음악가들한테 영감을 받았죠. ‘모튼 펠드만을 위한 패턴’은 운율의 구성 수단으로서 색상과 형태를 탐구한 패치워크 시리즈입니다."

별관 전시 전경. 사진=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별관의 ‘공생의 구성’은 녹음된 소리를 재료와 이미지로 전환시켜본 초기 평면 악보 시리즈이다. 또한 ‘모뉴먼트’ 시리즈에서는 동물들의 놀이를 위한 장난감이 기념비적 형태로 관객을 맞는다.

홍영인 작가. 사진=PKM 갤러리

영국 브리스톨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홍영인은 서울 아트선재센터, 런던 주영 한국문화원, 브리스톨 스파이크 아일랜드, 앤트워프 엑스트라 시티 쿤스트할을 포함, 아시아와 유럽 등지에서 다수의 개인전을 개최했다. 그의 퍼포먼스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삼성미술관 플라토, 런던 ICA 극장, 브리스톨 아르놀피니 미술관, 베니스 비엔날레 등의 다양한 시공간에서 전개되었으며, 그의 작품은 빈 제체시온, 일본 아트타워 미토,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등 세계 유수기관의 그룹전과 광주비엔날레, 밀라노 트리엔날레 등의 국제 미술 행사에 출품되었다. 2019년 홍영인은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후원 작가로 선정되었으며, 2011년 김세중 조각상, 2003년 석남미술상을 수상한 바 있다. 현재 영국 바스 스파 대학의 전임 교수로 재직 중이다.

 

작업의 시작점이 되는 작은 드로잉과 소품에서부터 크고 복잡한 설치 작업에 이르기까지, 작업이 확산해 가는 낯설지만, 따뜻한 과정을 관객과 공유하는 이번 전시는 우리가 우리를 둘러싼 세계와의 관계를 다시 바라보고 새롭게 정의할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이다. 홍영인 작가의 전시 ‘서투른 작곡가’는 PKM 갤러리에서 8월 20일부터 9월 27일까지 만날 수 있다.
 

<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관련태그
PKM갤러리  홍영인  서투른 작곡가

배너
배너
배너

많이 읽은 기사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