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가 미국 최대 방산 조선사 헌팅턴 잉걸스와 함께 미 해군 차세대 군수지원함 건조에 나선다. 한미(韓美) 간 군수지원함 협력의 첫 사례다.
26일 HD현대는 헌팅턴 잉걸스와 ‘상선 및 군함 설계·건조 협력에 관한 합의 각서(MOA)를 체결했다.
이날 체결식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2025’가 열리는 경북 경주의 라한셀렉트 호텔에서 진행됐으며,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 주원호 사장과 헌팅턴 잉걸스 에릭 츄닝 전략개발 총괄 부사장 등이 참석했다.
미 해군이 새롭게 개발 중인 차세대 군수지원함은 작전 해역에서 전투함에 연료와 군수물자를 제공하는 함정이다. 기존 보급함보다 기동성이 높고 효율적인 운용이 가능해 미 해군의 보급·물류 능력을 현대화하는 핵심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MOA에 따라 양사는 미 해군 차세대 군수지원함 설계·건조에 협력하고, 나아가 상선·군함 분야 전반에 건조 비용과 납기 개선을 위한 노하우와 역량을 공유하기로 했다. 미 해군은 최근 차세대 군수지원함의 개념설계를 위한 입찰공고를 낸 바 있다.
HD현대중공업은 1987년 뉴질랜드에 군수지원함 ‘엔데버’함(艦)을 최초로 수출한 데 이어, 두 번째 군수지원함인 ‘아오테아로아’함도 2020년 성공적으로 인도했다. 또 대한민국 해군에 ‘천지급’ 군수지원함 세 척과 ‘소양급’ 군수지원함 한 척을 납품했다.
양사는 이번 MOA를 통해 미국 내 조선 생산시설 인수 또는 신규 설립에 공동 투자하는 한편, 헌팅턴 잉걸스 그룹의 두 조선소인 뉴포트 뉴스 조선소와 잉걸스 조선소에 블록 모듈과 주요 자재 등을 공급하기로 했다. 아울러 조선 분야의 ‘엔지니어링 합작 회사’ 설립을 검토하고, 미 해군 및 동맹국 함정에 대한 유지·보수·정비(MRO)도 상호 협력키로 했다.
주원호 사장은 “이번 MOA는 미 해군이 발주하는 사업의 공동 참여, 미국 내 선박 생산 거점 확보를 위한 투자 등 한국과 미국의 대표 방산 조선 기업 간 실질적인 협력 사례”라며, “한국의 첨단 조선 기술과 미국의 방산 시장 경쟁력이 강력한 시너지를 낼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에릭 츄닝 부사장은 “오늘 MOA 체결은 동맹국인 미국과 한국 간 조선 협력을 본격화하는 중요한 순간”이라며 “우리는 HD현대중공업, 미국과 한국 정부 그리고 고객들과 협력해 미국 조선 산업의 기반을 혁신하고 생산성을 제고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한편, 에릭 츄닝 부사장은 27일 ‘APEC CEO 서밋 코리아 2025’의 일환으로 HD현대가 주최하는 ‘퓨처 테크 포럼’에서 양사의 협력 성과와 한미 조선 산업 협력 방향에 대한 메시지를 제시할 예정이다.
〈문화경제 김응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