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은⁄ 2025.12.22 10:13:02
그동안 개인 투자자들은 여유 자금을 운용하며 '원금 손실의 공포'와 '낮은 예금 금리의 아쉬움' 사이에서 갈등해 왔습니다. 하지만 '증권사가 만기 시 원금지급 의무를 부담하면서도 실적에 따라 추가 수익을 주는' IMA의 등장으로 투자자들은 새로운 투자 대안을 모색할 수 있게 됐습니다.
2025년 11월, 금융위원회가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을 자기자본 8조원 이상의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로 지정하고, 이들에게만 허용되는 핵심 업무인 종합투자계좌(IMA, Investment Management Account)를 인가했습니다. 그리고 12월 18일과 22일,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이 연이어 국내 최초의 종합투자계좌(IMA) 상품 출시를 알리며 대한민국 자본시장은 또 다른 분기점을 맞고 있습니다.
투자자의 관점에서 IMA가 무엇인지, 기존 상품과 무엇이 다르며, 어떤 점을 주의해야 하는지 짚어봅니다.
IMA의 탄생 배경, 모범자본 투자 경로 모색
우리 경제가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단순히 자금을 공급하는 '양적 팽창'보다는, 유망한 기업을 선별해 고위험을 감내하며 투자하는 '질적 공급'이 중요해졌습니다. 정부는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지난 2013년 종투사 제도를 도입했으며 자기자본 8조 원을 넘긴 초대형 증권사들에게 IMA라는 추가 자금 조달 수단을 허용하게 됐습니다.
IMA는 증권사가 고객으로부터 예탁받은 금전을 통합 운용하고, 그 결과에 따라 발생한 수익을 고객에게 지급하는 계좌입니다. 궁극적으로는 이 자금을 부동산이 아닌 모험자본(벤처, 중소, 중견기업 등)으로 흘러가게 하여 국가 경제 전반의 활력을 높이는 것이 주된 목적입니다.
실제로 정부는 종투사에게 IMA와 발행어음을 통해 조달한 자금의 25%를 모험자본에 의무적으로 공급하도록 했습니다. 모험자본에는 중소·중견·벤처기업 발행 증권 및 대출, A등급 이하 채무증권, 벤처투자조합과 신기술사업투자조합 출자, 국민성장펀드, BDC(Business Development Company) 등이 포함됩니다.
또한 부동산 운용 한도를 기존 30%에서 10%로 축소하여, 2022년 채권시장 불안 당시 문제가 되었던 증권사의 부동산 쏠림 현상을 해소하도록 했습니다.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초대형 투자은행(IB)의 우수한 자산 운용 능력을 공유 받으면서도 원금 상환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입니다.
IMA, 기존 투자 상품과 무엇이 다른가?
기존에 우리가 알던 정기예금, 발행어음, 펀드, 랩어카운트, 신탁과 IMA는 무엇이 다를까요? 투자자가 느끼는 체감 차이를 중심으로 비교해 봅니다.
IMA vs 예금, '원금지급 의무'와 '실적배당'의 기묘한 동거
펀드는 실적에 따라 배당을 주지만 원금 손실 위험이 있습니다. 반면 정기예금은 원금이 보장되지만 금리가 낮고 확정적입니다. IMA는 이 두 가지의 장점을 결합했습니다.
하지만 IMA는 예금과는 수익 구조와 안전성 면에서 결이 다릅니다. IMA는 만기까지 보유할 경우 운용 실적이 나빠도 증권사가 '원금지급 의무'를 부담합니다. 반대로 운용을 잘해 수익이 나면 예금 금리 이상의 성과를 투자자와 나누는 '실적배당'의 성격을 가집니다.
이는 역으로 IMA의 운용 성과가 마이너스일 경우 0%의 수익률로 원금만 보전받게 되어, 예금이 보장하는 최소 이자율 수취 조차 불가능하다는 기회비용의 역설을 내포하기도 합니다. 여기서 '원금지급 의무'는 오직 손실이 났을 때 원금까지만 메워주겠다는 약속이지, 예금처럼 "최소 연 2~3%는 주겠다"는 약정 수익률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또한 '원금지급 의무'는 '원금보증'과는 다른 개념입니다. 예금은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국가가 최대 1억원까지 보전해주지만, IMA의 원금지급은 증권사의 신용에 기반합니다. IMA가 ‘자기신탁’ 방식을 채택하고 있어 투자자산이 증권사 고유재산과 분리되어 관리되지만, 증권사가 부도나 파산을 맞이할 경우 원금 손실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합니다.
IMA vs 채권, "발행 주체의 신용 위험인가, 증권사의 통합 관리인가"
전통적으로 중위험·중수익을 대표해온 채권 투자와 IMA는 수익률 구조와 환매 편의성에서 큰 차이를 보입니다.
먼저 위험 책임의 분산 측면에서 채권 투자는 원금 상환 책임이 채권을 발행한 개별 기업에 있습니다. 특정 기업의 채권을 직접 샀다면 그 기업이 부도날 때 원금을 잃게 됩니다. 반면 IMA는 증권사가 수많은 채권과 대출을 섞어 운용하므로, 설령 그중 한 기업이 부도가 나더라도 증권사가 최종적으로 원금을 보전해줍니다. 즉, 투자자는 '개별 기업 리스크'를 '증권사 신용 리스크'로 치환하게 됩니다.
수익률의 상·하방에서도 차이를 갖습니다. 채권은 가입 시 금리가 정해진 '확정 이자' 중심인 반면, IMA는 성과에 비례하는 '실적 배당'입니다. 기업금융 특성상 일반 회사채보다 높은 금리의 대출이나 지분 투자 성과를 공유하므로 채권 대비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반대로 운용이 부진하면 이자 수익 없이 원금만 받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이 밖에도 채권은 시장에서 언제든 매도(환매)가 가능하지만 시황에 따라 손실을 보고 팔아야 할 수도 있습니다. 반면 IMA는 대부분 만기 전 중도 해지가 불가능한 폐쇄형으로 설계됩니다. 대신 시장 금리가 오르내려도 만기 보유 시 원금이 보장되므로, 채권 가격 하락에 따른 '평가손실' 걱정 없이 중장기 자금을 예치하기에 유리합니다.
IMA vs 발행어음, "더 길고 더 생산적인 자금 흐름"
IMA는 이미 자기자본 4조 원 이상 증권사들이 판매 중인 '발행어음'과 비슷해 보이지만, 운용 '호흡'과 '목표'에서 큰 차이가 있습니다.
먼저, 발행어음은 만기 1년 이내의 단기 원리금 확정형 상품이 주를 이룹니다. 반면 IMA는 만기 1년 이상의 자산이 70% 이상을 차지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이는 증권사가 더 긴 호흡으로 우량 기업의 지분이나 메자닌 증권 등에 투자하여 투자자에게 더 높은 기대수익률을 제공할 수 있게 합니다.
또한 발행어음은 조달 자금의 50%를 기업금융에 운용하면 되지만, IMA는 70% 이상을 기업금융에 운용해야 하므로 더욱 생산적인 자금 흐름을 만들어냅니다.
IMA vs 랩 어카운트, "개별 맞춤형인가, 통합 운용인가"
전문가에게 자산을 맡긴다는 점에서는 랩 어카운트(Wrap)와 유사하지만, 운용 방식과 안전성 장치에서 갈립니다.
운용 방식 측면에서 랩어카운트는 고객별로 개별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일대일' 맞춤형 관리입니다. 반면 IMA는 수많은 고객의 자금을 하나로 묶어 운용하는 '통합 운용' 방식입니다. 이를 통해 개인 혼자서는 접근하기 힘든 대규모 인수금융이나 비상장 주식 투자에 참여할 수 있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합니다.
투자 대상도 차이가 있습니다. 랩은 주로 상장 주식과 채권, 펀드에 투자하지만, IMA는 기업대출, 인수금융, 비상장 주식 등 기업금융 전반에 투자합니다.
원금보장 여부도 다릅니다. 랩은 원금보장이 전혀 없는 실적배당 상품이지만, IMA는 만기 시 증권사가 원금지급 의무를 부담합니다.
한편, 최근 랩 어카운트 상품은 운용 현황과 수익률을 실시간으로 조회할 수 있는데, IMA도 이 같은 서비스를 도입했습니다. 금융감독원은 공모펀드 수준으로 IMA의 주요 투자 종목과 수익률 현황을 공개하도록 했습니다. 이는 내 돈이 어떤 혁신 기업에 투자되고 있는지 분기별로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한 조치입니다.
위험도에 따른 IMA 상품 분류, 당신의 선택은?
IMA 상품들은 투자자의 위험 선호도에 따라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뉩니다. IMA는 실적배당형 상품으로 확정된 수익이 제공되지 않으며 이에 따라 증권사 가이드라인에도 원칙적으로 예상(기대) 수익률을 표기할 수 없게 돼 있습니다. 다만, 만기와 위험도에 따라 상품 유형이 3가지로 나뉘게 됩니다.
정부 가이드라인에 따라 상품의 3가지 유형을 나누어 분석하면 다음과 같이 분류할 수 있습니다.
저수익 안정형 (주로 만기 1~2년, 기준수익률 3%, 목표수익률 연 3.5~3.7%) 상품은 주로 A급 이상의 우량 기업 대출과 회사채, 글로벌 BBB급 이상 국외기업 회사채에 투자합니다. 시중 은행 예금보다 높은 수익을 원하면서도 변동성을 최소화하고 싶은 은퇴 자금 투자자에게 적합합니다.
안정형의 운용보수는 연 0.2~0.5%(20~50bp) 수준으로 책정될 전망이며, 성과보수는 기준수익률 3.0%를 초과한 수익의 30%가 적용됩니다. 보수를 차감한 후 투자자가 기대할 수 있는 목표수익률은 연 3.5~3.7% 수준입니다.
중수익 일반형 (주로 만기 2~3년, 기준수익률 4%, 목표수익률 연 4.2~4.9%)은 BBB급 이상의 중견기업 채권과 우량 부동산·인프라 등 대체투자 자산에 투자합니다. 안정성과 수익성의 균형을 찾는 직장인들의 적립식 투자처로 주목 받을 전망입니다.
일반형의 운용보수는 연 0.5~0.8%(50~80bp)이며, 성과보수는 기준수익률 4.0%를 초과한 수익의 30%가 적용됩니다. 보수를 차감한 후 투자자가 기대할 수 있는 목표수익률은 연 4.2~4.9% 가량입니다.
고수익 투자형 (주로 만기 3~7년, 기준수익률 5%, 목표수익률 연 4.8~6.6%)은 성장 잠재력이 높은 중소·벤처기업의 지분, 상장 전 지분 투자(Pre-IPO), 성장기업 메자닌 증권에 집중합니다. 장기적인 자산 증식을 목표로 하는 공격적인 투자자에게 적합하며, 원금지급 의무를 담보로 비교적 고수익을 노릴 수 있는 상품입니다.
투자형 운용보수는 연 0.8~1.0%(80~100bp)이며, 성과보수는 기준수익률 5.0%를 초과한 수익의 40%가 적용됩니다. 이에 따라 보수를 차감한 후 투자자가 기대할 수 있는 목표수익률은 연 4.8~6.6% 수준으로 예상됩니다.
폐쇄형 구조, 세무계획, 성과보수 등 미리 인지해야
IMA가 매력적인 상품임은 분명하지만, 투자 전 반드시 확인해야 할 유의점도 있습니다.
먼저, 앞서 설명했듯 IMA는 예금자보호법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즉, 은행 예금처럼 예금보험공사가 보장하는 최고 1억 원의 보호 대상 상품에 해당되지 않습니다. 증권사가 자기신탁을 통한 도산절연, 손실충당금 5% 적립, 시딩(Seeding) 투자 등 다중 안전장치를 갖추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라는 자기자본 8조원 종투사의 신용이 핵심입니다.
물론 자기자본 8조원의 종투사가 파산할 확률은 매우 낮지만,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나 2022년 국내 채권시장 불안 사례를 보듯 금융 시장의 변동성을 고려할 때 이를 명확히 인지해야 합니다.
또한 초기 출시되는 IMA는 대부분 '폐쇄형'입니다. 즉, 정해진 만기(보통 1년 이상)까지 돈이 묶입니다. 폐쇄형 IMA는 원칙적으로 중도해지가 불가능합니다. 다만 "고객의 요청에 따라 중도에 해지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가능하나, 이때는 시가평가(NAV) 기준으로 해지되어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으며 해지수수료도 부과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긴급 자금이 필요한 상황에 대비해 IMA는 가급적 1년 이상의 여유 자금으로만 투자해야 합니다.
이 밖에도 IMA 투자 수익은 '배당소득'으로 분류될 예정입니다(12월 말 세제개편안 시행령 개정을 통해 최종 확정 예정). 배당소득은 일반적으로 원천징수세율 15.4%가 적용되며,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연 2,000만원)을 초과하면 다른 소득과 합산되어 종합소득세율(6.6%~49.5%)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고액 자산가의 경우 IMA 투자 수익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 포함될 수 있으므로 세무 계획을 신중히 수립해야 합니다.
추가적으로, IMA는 실적배당형 상품이기에 기준 수익률을 초과하는 성과가 나면 증권사가 수익의 30~40%를 성과보수로 가져갑니다. 상품별로 구체적인 성과보수 비율이 다르므로, 내가 실제로 가져가는 순수익률이 얼마인지 보수 체계를 꼼꼼히 따져봐야 합니다.
이 밖에도 IMA의 위험성은 증권사의 신용위험과 직결되는 만큼, 강화된 건전성 규제가 적용됩니다.
특히 발행어음과 IMA는 모두 원금지급 리스크가 존재하는 만큼, 발행어음 200%와 IMA 100%로 총 300%의 통합한도가 설정됩니다. 이는 증권사의 과도한 레버리지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또한 종투사는 손실충당금으로 IMA 운용자산의 5%를 고유재산으로 우선 적립해야 하며, 평가손실이 5% 이상 발생하면 추가 적립해야 합니다.
또한 증권사도 자신의 돈 5%를 IMA에 투자(시딩, Seeding)해야 합니다. 이는 공모펀드와 동일한 수준으로, 증권사가 운용 성과에 대한 책임을 함께 지도록 하는 장치입니다.
IMA는 자기신탁을 설정해 도산절연됩니다. 즉, 증권사가 파산하더라도 IMA 자산은 법적으로 분리되어 보호됩니다. 또한 고유재산 거래와 자전거래가 원칙적으로 제한되며,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경우에도 공정가액 거래 원칙이 엄격히 적용됩니다.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의 'IMA 인가'는 증권업계에는 신규 수익 창출원으로, 혁신 기업에게는 미래 성장을 모색할 자본 공급 확대로, 투자자에게는 성장 잠재 기업에 투자하며 원금 상환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중위험·중수익의 신규 표준으로 제시될 전망입니다.
투자자들은 단기적인 투기보다는 1년 이상의 긴 호흡으로 접근하고, 위험도에 맞게 적정 자산을 배분하는 지혜로운 투자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분기별 운용 보고서를 통해 내 자산이 우리 경제의 어떤 혁신 기업을 키우고 있는지 살피며, 기업 성장과 함께 투자 안목을 넓히는 기회가 될 수 있길 바랍니다.
<문화경제 김예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