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9일 북한의 핵실험 강행으로 북중관계의 냉각화가 가시화되고 있다. 시종일관 따뜻한 손길로 북한을 보듬어 안았던 중국이 대북 정책의 기조를 변화시킬 것으로 점쳐지고 있는 가운데 6자회담이 개최돼 더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6자회담은 다자간 틀을 기본으로 이뤄지게 되지만 북중 양자간의 접촉도 불가피해 중국이 북한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도 적지않은 과제에 해당한다. 아니 북중 양자접촉은 불가피한 정도에 그치는 게 아니라 6자회담에서는 필수조건이라는 설명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게다. 북한이 나머지 6자회담 참가국 가운데 가장 신뢰하는 국가는 한민족인 한국보다도 중국이라고 규정해도 무방할 정도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북한의 입장에서 대화가 잘 통하는 상대와 대화를 할 수밖에 없는 상대로서 중국은 그 필요·충분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다. 문제는 다시 핵실험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점이다. 북중간의 혈맹관계에도 불구, 중국이 핵실험 후 즉각적인 항의 성명을 발표한 것을 두고 ‘격노’수준 이라고 평가하는 데는 큰 무리가 없을 듯 하다. 중국은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 대놓고 북한을 두둔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행보를 보여왔다. 그런데 핵 실험을 계기로 중국의 체면은 말이 아니게 깎이게 됐다. 특히 미국에 볼 낯이 없게 됐다는 것만으로 중국은 치명적인 약점을 껴안게 됐다. 이 단계에서 우리는 중국의 항의 성명을 다시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북핵 실험 직후 중국이 밝힌 항의 성명에는 중국 외교 역사상 유례가 드문 표현이 포함돼있다. 소위 독립 국가간의 외교관계에 있어서는 사용해도 될 말이 있고 안 될 말이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상대국의 심기를 건드리는 발언이 나온 것은 역으로 자국이 받은 타격 역시 그만큼 강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중, 경제성장 위해 미와 손잡을 수밖에 실제로 핵실험을 강행하는 과정에 있어 북한은 중국을 ‘소 닭 보듯’한 것이나 다름없는 증거들이 존재한다. 수차례에 걸친 공식·비공식적 중국의 조언에도 불구 북한은 그야말로 ‘핵폭탄’을 터트렸고, 중국보다 덜 가까운 관계인 러시아에 이 사실을 먼저 알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에 핵실험 사실을 통보한 시간차이가 양국간의 친밀도를 평가하는 잣대로 규격화되기는 무리가 있으나 결과적으로 중국은 북한에 배신당한 게 됐다. 이러한 측면에서 중국의 대북 지원이 감소한 것은 인지상정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자못 당연한 조치였다.
한편, 2008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있는 중국은 북한과의 껄끄러워진 관계를 빌미로 미국에게 의지할 충분한 명분을 만든 셈이 됐다. 적국의 적국은 동맹이라는 게 외교계의 정론이지 않은가. 뿐 만 아니다. 이미 중국은 올림픽으로 상징되는 경제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경제성장과 개혁개방의 길에 미국이 가지는 의미는 상상을 초월한다. 과거 한국이 빈곤기를 거쳐 경제성장의 길을 걷는 도중 88년 서울올림픽을 치르게 된 것은 현 중국과의 유사성이 발견되는 대목이다. 중국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문화재는 ‘자금성’이다. 현재 자금성은 올림픽을 앞두고 전세계 관광객의 눈과 귀를 현혹시키기 위해 꽃단장 공사가 진행 중이다. 즉, 중국은 자국의 경제성장을 위해서 미국의 직·간접적인 도움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북한에게 과거와 같은 ‘자비’를 베풀 여력이 없다. 실제로 중국은 핵 실험 이후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안을 지지했다. 본격적인 대북압박이라고 해도 될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 중국은 한가지 장단에만 춤 출수 없는 입장에 처해있다. 중국은 북한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기 때문에 만약 발생할 지 모르는 대량 탈북사태의 오롯한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압박 수위를 높일 수도 그렇다고 낯출 수도 없는 애매모호한 위치라고 평가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이번 6자회담 역시 중국은 중요한 중재자 몫을 톡톡히 해냈다. 한국이 6자회담에서 중재자 역할을 하겠다고 스스로 발버둥 치는 형국과 달리 중국은 실제적인 중재자 역할에 한치의 모자람도 없었던 것이다. 영원한 적도 영원한 우방도 존재하지 않는 게 국제관계라고 하지만 중국의 대북 정책에 대해 관심이 기울여 지는 이유는 비단 핵실험의 파장 때문만은 아니다. 유엔제재 1718호를 포함 국제사회의 북한에 대한 고립정책이 심화될 여지가 높기 때문이다. 친절한 중국마저 ‘친절했던’ 중국이 될까 염려스럽다. -중국 베이징 = 최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