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큰 집에서 세를 살다가 집주인이 종합부동산세 때문에 집을 팔아버렸다’ “나도 종합부동산세(종부세) 피해자의 한 사람” 시민단체들이 부동산 잡기 범국민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가운데 정동영 열린우리당 전 의장이 80평짜리 초호화아파트로 이사하면서 한말이다. 정 전 의장은 강남에 시가 10억원이 넘는 아파트를 보유하고, 68평에서 80평짜리 초호화아파트로 이사하면서 종부세 피해자를 자처하며, 68평의 호화아파트를 ‘조금 큰 집’이라고 표현한 발언과 관련, 국민이 반감을 사고 있다. 일부에서는 정 전 의장이 최근 서초동에서 홍은동으로 이사 온 것과 관련해서도, “강남에 시가 10억이 넘는 아파트를 보유하고, 서초동 68평이 넘는 호화아파트에 살다가 최근 강북 80평짜리 초호화 복층아파트로 이사한 것은 대선출마를 위한 눈가림용일 뿐”이라고 비난했다.
정 전 의장은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강하게 비판해오면서 이같은 초호화 복층 아파트에 사는 것에 대해서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동안 정 전 의장은 잇따라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면서 노 대통령과의 본격적으로 선긋기에 들어갔다. 특히 정 전 의장은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라인 문책론이 강하게 제기될 때 잘못한 인사들이 있다면 마땅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 전 의장은 지난달 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 논란과 관련, “의도하지 않았지만 강남 집값잡기는 강남 부자들에게 보조금을 준 결과가 됐다”고 말했다. 정 전 의장은 한 대학 강연에서도 “부동산정책은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의 정체성에 배치되는 것”이라며 “이런 부분에 대해 깊이있는 성찰이 모자랐다”고 지적했다. 정 전 의장의 이 같은 언급은 강남 집값잡기에 초점을 맞춰온 참여정부 부동산정책의 방향이 근본적으로 잘못 설정됐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지적한 것이다. 그는 “지금부터라도 정책의 초점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하고 “현재 300만 가구가 화장실·욕조·욕실·부엌이 마련돼있지 않은 최저 주거수준에 미달하고 있는데,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운운하면서 내놓기 부끄럽다”며 “이 부분에 정책과 재원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열린우리당이 치중해야 할 것은 좀 더 포용적인 사회를 만들어 열악한 주거환경에 정책과 재정과 관심을 기울이고 포커스를 모으는 것”이라며 “그랬다면 당의 지지율도 지금보다 나아졌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기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