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력이 국력이다. 그래서 산에 오른다” “머리는 빌릴 수 있어도 몸은 못빌린다. 그래서 난 산에 오른다” 김영삼 전대통령이 영어생활속에서 산을 타면서 대권의 한 축인 「민주산악회」를 태동시켰다. 김영삼총재는 「민주산악회」을 통해 대권꿈을 이루었으며 지금도 건재하게 활동중이다. 대선을 앞두고 정치인들 뿐 아니라, ‘정치 성향’ 산악단체에서도 선거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각종 산악회와 ‘연대’ 또는 ‘연합’의 이름으로 정치적 목적을 이루려는 단체들도 적잖게 생겨나고 있다. ‘정치 성향’ 단체들은 대선 주자들을 초청, 이들에게서 국가경영과 지역발전에 대한 강연을 듣는 것을 주목적으로 하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 정치 성향을 지니지 않은 단체들도 ‘산악회’ 등의 이름을 빌려 ‘정치적 행동’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26일에는 대구에서 대구·경북지역 대학교수, 변호사, 의사, 회계사, 건축사 등 각계 전문가 대표 280여명이 발기인으로 참여하는 ‘한마음포럼’이 창립총회를 가졌다. 총회에선 한나라당 대선주자 가운데 한 명인 박근혜 전 당 대표를 초청해 점진적 개혁에 대한 박 전 대표의 견해를 들었다. 이에 앞서 변호사·전 정치인·공무원·시민단체 대표 등이 주축이 된 ‘새물결희망연대’도 지난 20일 대구시민회관에서 창립총회를 열어 박근혜 전 대표를 초청, 특강을 들었다. 변호사 등 지역의 주요 지식인 그룹으로 구성된 대경포럼도 지난 18일 한나라당 대선 주자인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를 초청해 특강을 들었다. ■ 산악회 통해 탈법 선거 부추겨 한편, 이러한 단체들이 대선을 앞두고 특정 대선 후보를 지지하거나, 홍보를 위한 목적으로 활동영역을 넓혀감에 따라 이들에 대한 ‘수위조절’이 필요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국가와 지역을 걱정하는 전문가들이 대선주자들에게 그 뜻을 전달하는 것은 환영할만하다”며, “하지만 지방선거 낙선자, 주요 정당 공천 탈락자 등이 중심이 된 군·소조직들이 ‘표장사’를 하는 것은 순수 단체들의 뜻을 흐리게 할 수 있으며, 자칫 정치적 이권을 위한 단체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최근 한 산악회 발대식에 특정 대선 후보 지지자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상대 후보 비방유인물이 배포되어 파장이 일고 있다.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YMCA 강당에서 열린 ‘대한 문무산악회’ 발대식에서 親박근혜 계통의 정치인이 참석한 가운데,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비방하는 유인물이 배포된 것. 행사장 입구에서 이명박 전 시장을 비방하는 내용의 유인물 뿐 아니라, 신국환 의원의 정책 홍보 책자도 함께 배포됐다.
유인물에는 “여성 여러분 맑은 물, 밝은 동네, 밝은 사회를 만듭시다”라는 제목으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6·3동지회 회장을 지낸 운동권 경력과 일본 출생지 의혹, 군미필 등을 문제 삼았다. 또 “국민세금으로 부실공사 투성이의 청계천 하나 하는데 엄청난 세금들여 간신히 도랑하나 파 놓고…” “(대운하는)설치 비용이 어마어마한 돈이 든다. 이것이 국민들한테 속임수다” 등의 자극적인 문구도 대거 사용됐다. 특히 이 자리에는 박근혜 전 대표의 비서실장인 한나라당 유정복 의원이 참석, 축사를 하고 親박근혜 성향으로 알려진 이강두 한나라당 중앙위원회 의장 등도 참석해 정치적인 색깔이 짙게 나타났다. 이외에도 서정갑 국민행동본부장, 조갑제 전 월간조선 사장, 민병돈 전 육사 교장, 서석구 미래포럼 대표 등 보수인사들과 현경대 전 의원 등, 신국환 국민중심당 공동대표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 이런 상황에 이르자 행사에 참석했던 몇몇 보수단체 대표들은 시작 전 자리를 뜨거나 항의하는 사태도 빚어졌다. ■「문무산악회」,親朴정치인참석. 李전시장 비방유인물 배포물의 김경성 구국결사대 대장은 입구에서 배포한 유인물을 문제 삼으며 “와서 보니 정치적 색깔을 너무 드러내 참석할 수 없다”며 행사장을 벗었다. 임은주 대한민국바로세우기여성모임 대표도 “순수한 시민단체들이 만든 산악회인 줄 알고 왔는데 비방 유인물과 국회의원 선전 책자를 입구에서 배포했다”며 “특정 정치인과 정당을 홍보하러 왔느냐”고 산악회 측에 항의했다. 문무산악회 발대식 후, 이명박 전 시장을 비방하는 유인물 배포와 관련해 대한민국수호 범국민연합 원로회의 배문태 사무총장은 준비위원직과 감사직을 사퇴하는 등 사태수습에 나섰다. 배문태 사무총장은 “문무산악회는 발기취지문에서 밝혔듯이 문무인들이 힘을 모아 아름다운강산 살기좋은 조국을 지켜나가기 위해 자연보호운동과 친북좌경세력 척결 등등 크린 한국건설이란 대의명분 아래 출발시킬 것을 다짐하고 출발한 순수단체”라며, “출발의 정신이 좋았고 발기 취지문이 좋았기 때문에 이뜻에 찬동하여 전국의 많은 회원들이 동참을 통보해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행사장에 집행부에서는 행사준비에 여념이 없고 정치판에 물들지 않은 순수한 대학생 청년 몇 사람이 도우미로 봉사하고 있는 틈을 이용하여 한나라당 유력 대선후보 이명박 전 시장과 이재오 의원을 비방하는 유인물과 모당 대표의 프로필을 돌리는 등 실로 어처구니 없는 일들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자발적 팬클럽도 선관위 규제 대상? 이렇듯 각종 단체뿐 아니라 우후죽순 격으로 생기는 팬클럽 등에서도 자체적으로 지지 후보를 위한 활동을 펼치고 있어, 이를 두고 선거법 규제 대상이 되는가에 대한 논란도 일고 있다. 최근 젊은이 층에서 주로 이뤄지는 ‘온라인 팬클럽’과 연대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UCC’ 등을 통해 활동하는 이들이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지지도를 반영하듯, 가장 많은 팬클럽과 회원을 자랑하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팬클럽만 하더라도 공식적으로 30여 개 17만여명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최근 그 숫자가 빠르게 늘고 있고, 비공식적으로 활동하는 숫자까지 포함한다면 그 수는 배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도권 지역에서는 주로 온라인 활동을 중심으로 모인다면, 지방은 지역별 산악회 등이 중심이 되어 활동을 하고 있다. 한편, 중앙선관위는 자발적으로 구성돼 예비 대선후보를 지지하는 모임인 팬클럽이 정치인의 사조직에 해당될 수 있다는 잠정적인 해석을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선거법이 사조직을 이용한 선거를 금지하는 규정은 있어도, 자발적 성격의 팬클럽에 대한 금지 규정은 가지고 있지 않다고 지적한다. 1990년대에 마련된 사조직 금지 규정은 당시 가장 문제가 됐던 김영삼 전 대통령의 민주산악회를 비롯, 박철언 씨의 월계수회 같은 사조직을 규제하기 위한 것으로서, 이들은 단체형식을 빌어 정치활동을 폈던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선관위는 사조직 금지 규정을 들며, 팬클럽 활동을 제한하고 있다. 한 예비 대선후보자의 팬클럽이 주최하려던 행사가 선관위에 의해 지난 연말 기획단계에서 무산됐다. 선관위는 회원들이 팬클럽 홈페이지에 의견을 올리는 것은 허용할 수 있지만 많은 이들이 이에 동참해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움직임으로 간주된다면 단속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자발적인 팬클럽과 ‘어용’ 팬클럽의 구분이 모호하기 때문에, 단속에는 실질적으로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현실적으로 이미 자리잡은 팬클럽을 허용해야 한다면 그 활동에서도 규제를 풀어주는 것이 옳다”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대선 예비 후보들이 후원회를 둘 수 없기 때문에 팬클럽을 통한 우회적인 경로로 정치자금이 흘러들어갈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무작정 규제를 풀어줄 수는 없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따라서 후보자에게 기탁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는 불법 자금이 이 단체들에 대신 흘러드는 것을 막기 위한 조항이 선거법에 새로 규정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