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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의 몸과 마음으로 남은 2년 뛰겠다”

<인터뷰> 김호철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상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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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8호 ⁄ 2007.07.03 11:56:48

“아무리 불러봐도 아무리 목이 메어 소리쳐 불러봐도 내 목소리만 돌아서 오는, 내 새끼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이 애비 목소리 작아서 그런지 내 새끼의 대답은 없는 곳으로...(군의문사위 1년 활동 보고서 중)” 군에 보낸 아들의 청천벽력 같은 사망소식을 접했던 유족들. 지난 세월 이들은 오히려 군사정권 시절 안보논리와 군의 고압적 태도로 상처를 입고, 석연치 않은 의혹들을 가슴에 묻고 살아야 했다. 결국 국회와 정부는 군의문사 관련 유족들이 갖는 의혹을 풀고 국가와 군에 대한 불신을 신뢰로 돌리기 위해 1년 전 대통령소속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를 출범시켰다. CNB저널은 김호철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상임위원을 만나 군의문사위의 1년 성과와 남은 2년 동안 포부와 과제를 들어봤다. ■Q. 군의문사위가 출범한 지 이제 1년이 지났다. 1년 활동을 평가한다면? 최선을 다하려했지만 최악은 면했다고 평가한다. 또 최악을 면한 것이 최선이었다고도 생각한다. 과거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겪은 난관처럼 군의문사위도 출범 전부터 ‘과연 6개월이나 갈 지 걱정이다’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런 가운데 2006년 한 해 동안 진정 건수 600건을 접수한 사실은 평가할 만한 일이다. 또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지난 1년 동안 위원회의 조사역량이 축적되고 있다고 평가한다. ■Q. 어려움은 무엇이고 축적된 역량은 무엇인지 말해 달라 군의문사 문제가 우리 사회의 중요한 이슈로 자리잡은 지 오래됐지만 아직 관련 연구도 부족하고 실태도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조사관들이 오래된 자료를 찾기 위해 직접 국방부 등에 가서 방대한 양의 마이크로필름을 모두 살펴볼 때면 자료가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지 않고 이를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인력도 군에 없는 형편이어서 어려움을 겪는다. 군의문사위 내부 구성원들조차 이질적인 구성원으로 조직될 수밖에 없었던 한계도 있었다. 하지만 다행히 이런 이질성은 조직의 유대로 조금씩 발전하고 있다. 군에서 파견된 조사관들은 나름대로 유족들이 갖고 있는 군에 대한 불신을 잘 이해하고 있다. 또 검찰·경찰 파견 조사관들은 수 년 동안 갈고 닦은 조사의 노하우가 있고, 민간에서 선발한 조사관들은 유족들의 아픔을 더 잘 이해하는 장점을 갖고 있다. 조사관들의 역량을 어떻게 조화롭게 이끌어내느냐가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Q. 지난 해 600건의 진정을 접수받았다. 군의문사위의 어깨가 더 무거워진 것 같은데… 당초 250~300건 정도의 진정을 예상했다. 그 정도의 진정 건수를 예상해 조사기한을 잡고 위원회 인원을 구성했다. 두 배가 넘는 진정 건을 남은 조사기한 2년 안에 어떻게 처리할 지 걱정이 태산이다. 그렇다고 2008년 12월 31일이라는 한시적 활동기간의 연장을 아직 말할 단계는 아니다. 정해진 기간 동안 진정 접수된 사건을 부실하지 않게 조사해 결과를 내도록 노력할 것이다. ■Q. 위원회의 1년 성적표는 초라하다. 14건의 조사를 마쳤고 이 가운데 진실규명된 사건은 3건에 불과하다. 진정접수를 받는 기간이었다고 하더라도 지나치게 적은 성과라고 생각하는데… 지난 해 5월부터 본격적인 조사를 시작했고 1월부터 진정을 접수받았다. 14건 밖에 조사를 종결시키지 못했다는 비판은 겸허하게 수용한다. 하지만 지난 1년은 진정사건들의 전반적인 내용을 파악하는 기간이었고 동시에 입장과 전략을 세우는 기간이었다. 군의문사란 사건의 특성상 유족들이 제기하는 의혹도 매우 많고 때로는 위원회가 감당하기 힘든 의혹을 제기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과거 조사결과에 대해 유족들이 불신하고 이런 불신이 길게는 수 십년 동안 쌓여왔기 때문이라는 점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더 신중하게 되고 그래서 조사 대상이 확대될 수 밖에 없었던 측면이 진실규명 속도를 더디게 한 이유라고 생각한다. ■Q. 유족들 가운데 일부는 최근 일어난 군의문사의 경우, ‘사건 관련자가 현직에 있어 진상이 드러날 경우 발생될 수 있는 문제를 피하기 위해 위원회가 지나치게 오래된 사건에만 집중한다’는 비판도 한다. 최근 사건의 무게 중심을 두고 예전사건들도 병행하고 있다. 하지만 방금 이야기한 유족들이 갖는 의혹 때문에 사건의 쟁점 여부를 떠나 우선 접수된 순서대로 조사를 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짧은 시간 동안 조사에 집중해서 쉽게 결론을 낼 수 있는 사건에 집중하는 것은 유족들에게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다. 또 오래된 사건들은 참고인 협조가 순조로운 반면 최근 사건들의 경우엔 유족들의 의혹 하나하나를 규명해나가다 보니 늦어질 수 밖에 없는 측면도 있다. ■Q. 조사관 가운데 상당수가 군과 경찰에서 파견나온 인력이다. 조사가 적극적이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와 조직 내 융화의 문제를 지적하는 비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모든 조직에서 일하는 구성원들은 15~25%라고 한다. 개미도 전체에서 25%만 일하고 일하는 개미를 따로 모아두면 거기서도 일하는 구성원들은 이 가운데 25%라고 한다. 어느 조직이고 일률적이고 획일적인 기준으로 보면 거기 부합하는 사람이 있고 처지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조직의 약간 처지는 사람에 대해서도 그렇게 비난하고 싶지 않다. 물론 공직에 있던 조사관들과 민간에서 선발된 조사관들 사이에 사고방식에서 차이가 상당히 많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제가 듣고 보고 경험했던 다른 어떤 곳보다 군의문사위는 융화가 잘 된다고 본다. 구성원들이 어떤 위원회보다 서로 가진 능력을 내놓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나의 목표를 위해 노력하는 구성원들을 보면 군의문사위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민간협치의 좋은 전형이 될 수도 있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Q. 남은 2년, 계획과 포부를 밝혀달라 법정 조사기한인 2008년 12월 31일까지 접수된 진정 600건의 조사결과를 내야한다는 각오다. 지난 1년은 진정사건들의 전반적인 내용을 파악하는 기간이었다고 할 수 있다. 1년 동안 접수된 진정 건을 사망유형별로 나누고 전담조사 시스템을 갖출 것이다. 전담조사 시스템 가동은 조사의 전문성을 높이고 조사기간도 줄어드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상처가 깊은 유족들이 때로 조사결과에 대한 조급한 기대를 갖기도 한다. 조사결과가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도 있다. 군의문사위는 유족들이 몸과 마음으로 공감할 때까지 최대한 객관적으로 조사할 것이다. 그렇다고 유족의 바람 때문에 없는 사실을 만들 수는 없다. 조사결과에 제 3자도 공감해야 한다. 지난 1년은 이런 원칙에 충실했고 앞으로 2년 동안 위원회의 능력을 보여주는 것 말고 다른 더 중요한 계획은 없다고 생각한다. -오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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