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경영활동에서 발생하는 위법의 원인이 ‘규제의 모호함’과 ‘사전 홍보 및 지도 부족’ 등에 따른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처벌로 다스리기보다는 법을 잘 지킬 수 있는 여건부터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근 3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업관련 처벌제도의 문제점과 개선과제’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조사대상 기업의 66.1%는 ‘준법경영의 애로를 겪고 있다’고 응답했고, ‘별다른 애로 없다’는 응답이 33.9%로 그 뒤를 이었다. 애로가 있다고 응답한 기업들은 ‘법규정이 모호함’(36.5%), ‘사전홍보 및 지도 부족’(31.2%), ‘기업현실에 맞지 않아 지키기 어려운 점’(25.9%) 등을 실정법 준수의 애로요인으로 꼽았다. 또한, 조사대상 기업의 15%가 2003년 이후 행정제재 혹은 형사처벌을 받았거나, 민사상 책임을 진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중 행정제재를 받은 경우가 13.2%로 가장 많았고, 민사상 책임을 진 경우는 5%, 형사처벌을 받은 경우는 3.6% 순이었으며, 두가지 혹은 세가지 모두 받은 경우는 3.7%로 나타났다. 또 형사처벌을 받은 기업의 경우 60%가 ‘처벌에 부당한 점이 있다’고 응답(대체로 타당하다 4.0%, 모르겠다 36.0%)해 적절한 정책개선조치가 필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례로 경기지역의 중소제조업체 A사는 공장 인근에 새로 들어선 아파트 주민들이 소음 문제로 항의하자 공장 둘레에 소음차단막을 쳤다가 건축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회사대표와 회사가 각각 500만원씩의 벌금을 물었으며, 공장 내에 250마력 이상의 모터를 쓸 경우 신고해야 한다는 환경법 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또한 각각 250만원씩의 벌금을 물기도 했다. 또한, 건설업체 B사는 등록 당시에는 없었던 새 제도가 생긴 것을 몰랐다가 6개월간 영업정지처분을 받은적이 있다. 그 이유는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이 개정돼 건설업체로 등록하려면 공제조합 등의 보증기관에 자본금의 20% 이상을 예치하는 것이 의무화되고, 이전 등록업체에도 소급 적용된다는 사실을 모른 채 기업 활동을 계속했기 때문이다. 또 연간 매출액이 7억원에 불과한 중소제조업체 C사의 경우도 주총에서 연임된 이사를 재등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회사대표가 200만원의 과태료를 물기도 했다. 이에 대한상의 관계자는 “이런 사례처럼 전혀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법을 어기게 되는 중소기업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복잡한 법령 내용이나 법개정 동향을 잘 알지 못하더라도 준법경영을 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대한상의는 복잡한 법령 내용이나 법개정 동향을 잘 알지 못해 발생하는 위법을 줄인다는 차원에서 ‘기업관련법령 자문단’을 두어 생산현장에서 발생하는 법률문제를 밀착서비스하는 한편, 현재 공정거래법과 약관규제법 등에 부분 도입되어 있는 사전심사청구제도를 확대 도입해 줄 것을 주문했다. 사전심사청구제도란 기업이 특정행위를 하기 전에 미리 그 행위의 위법성 여부를 관련 부처에 문의해 확인받는 제도로서 최근 용인시 등 지방자치단체에서 민원처리에 도입해 기업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받고 있다. 한편, 법위반시 처벌의 적절성을 묻는 설문에 대해 응답기업의 57.1%는 ‘별다른 애로가 없으며 수긍한다’는 의견이었지만 ‘소명기회 부족’(15.8%), ‘과도한 처벌’(13.9%), ‘행정벌과 형사처벌의 이중처벌’ 등의 애로를 호소한 기업도 적지 않았다. 이와 관련, 대한상의 관계자는 “처벌규정을 그대로 적용하기에 앞서 기업측에 충분한 소명기회를 부여하는 방안을 제도화할 것”과 “법위반시 먼저 경고처분이나 시정명령 등을 내리고 재위반할 경우에 대해서 벌금이나 과징금 등 좀 더 무거운 처벌을 부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현재 종업원이 법을 위반할 경우 회사나 회사대표까지 일상적인 관리책임을 물어 반드시 함께 처벌하는 내용의 양벌조항이 담긴 법률이 환경·노동·건축·사업장 안전관리 등 기업 활동 전반에 걸쳐 약 300개에 달하고 있다”면서 “일률적인 양벌조항을 탄력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법령을 정비해 줄 것”을 주문했다. 한편, 응답업체의 22.9%(64개)가 2003년 이후 민사소송을 당한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소송을 제기한 주체로는 소비자 32.8%(21개사), 경쟁기업 23.4%(15개사), 지역주민 14.1%(9개사),시민단체 6.3%(4개사), 주주1.6%(1개사), 기타21.8%(14개) 등의 순이었다. 소송에 대비해 임원배상책임보험이나 생산물책임보험 등에 가입했는지 묻는 설문에는 49.3%의 기업들이 아직 어느 것에도 가입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둘 중 하나에만 가입한 업체는 전체 기업중 35%이며, 15.7%가 임원배상책임보험과 생산물책임보험 둘 다 가입했다고 대답했다. 또한, 응답업체의 16.1%만이 법무팀을 두고 있었으며,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이 비율이 2.1%(3개)에 불과해 기업에 대한 체계적인 법률지원 서비스가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응답 기업들은 제도개선과제로서 ‘지키기 어렵거나 모호한 법령의 정비’(48.8%), ‘과도한 형벌이나 행정제재 개선’ (12.5%), ‘양벌조항, 배임죄 등의 제도개선’(12.5%) 등의 순으로 주문했다. 이번 조사와 관련해 대한상의는 최근 준법경영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기업의 위법행위가 예전에 비해 개선되고 있다고 평가하고, 법률 환경에 어두운 중소기업들이 예기치 않게 법을 위반해 고통받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책당국의 적절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염미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