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는 에너지안보 시대다. 에너지의 과잉 생산과 소비로 인한 지구온난화로 인류의 생활환경이 치명적으로 파괴되고 있다. 하지만 에너지 없이 한 순간도 생존할 수 없는 것 또한 인간의 현실이기에 에너지와 환경보존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는 인류가 풀어야 할 또 하나의 숙제다. 지금까지 인류의 역사는 성장과 발전을 지향하며 전개되어 왔다. 앞으로도 이러한 역사는 계속될 것이며, 오히려 더욱 심해질 것이다. 그런 가운데 인류는 공멸을 막아내기 위한 온갖 지혜를 짜내어 인류의 생명을 이어가려는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이 점에서 우리 한국도 결코 예외가 될 수 없다. 지금 우리는 에너지자원의 부족으로 21세기 세계화사대의 무한경쟁에서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물론 전적으로 에너지자원의 부재 때문에 우리의 오늘의 삶이 힘들다는 뜻은 아니다. 적어도 에너지자원의 확보가 향후 대한민국과 통일코리아의 생존과 번영을 결정짓는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 문제가 국정의 최우선 순위에 자리잡아야 한다는 점을 주장하는 것이다. 이 점에서 우리는 중앙아시아를 주목해야 한다. 아니, 주목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빨리 진출전략을 마련해서 에너지 확보의 길을 뚫어야 한다. 지금, 중앙아시아는 냉전 해체와 더불어 새롭게 형성되는 세계질서 속에서 가장 부상하는 지역 중의 하나다. 중앙아시아가 지니는 지정·지경학적 가치는 이 지역에서 펼쳐지고 있는 열강들의 치열한 각축전이 잘 말해주고 있다. 지정학적으로 중앙아시아는 고대로부터 중국에서 유럽에 이르는 ‘비단길(silk road)’ 문명의 중심지였다. 이러한 중앙아시아가 냉전 종식 이후 국제사회에서 다시 부활하고 있다. 현대에 이르러서도 이 지역에 거점을 확보하지 않고서는 광활한 유라시아 대륙에서 영향력을 유지하기 어려울 만큼 중앙아시아는 지정학적 요충지다. 지경학적으로도 중앙아시아는 ‘제2의 중동’이라 불릴 정도로 풍부한 에너지 및 지하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또 유망한 상품 수출시장 및 자본 투자처로도 떠오르고 있다. 이에 브릭스(BRICs)로 지칭되는 러시아·인도·중국 등의 인접지역에 위치해 있어 발전 잠재력이 매우 높은 지역으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 러시아·중국·인도·일본 등은 중앙아시아 국가들과의 양자관계 강화는 물론 다자협의체 구축, 에너지·경제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먼저, 러시아는 ‘포스트 소비에트 국가’들에 대한 영향력 복원과 이 지역의 에너지자원 통제 차원에서 어느 때보다도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현재 구소련 지역에서 생산되는 석유 및 가스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갈수록 커지고 있으며, 2010년경에는 세계 수요의 25%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는 에너지의 전략자원화를 추진하고 있는 러시아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다음, 최근 중국의 중앙아시아에 대한 투자는 주로 에너지자원 개발 및 이와 관련된 인프라 구축에 집중되어 있다. 특히 중국석유천연가스공사(CNPC)는 카자흐스탄을 비롯한 중앙아시아의 에너지자원 개발에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중국은 에너지자원의 수송을 위해 카자흐스탄에서 중국까지 3,000㎞에 이르는 송유관과 가스관의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에너지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인도 역시 중앙아시아의 협력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10억이 넘는 인구와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세계 6위의 에너지 소비국으로 떠오른 인도는 에너지 수급을 위해 이미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다양한 프로젝트를 추진한다는 협정을 체결한 바 있다. 인도는 그동안 ‘포스트 소비에트 국가’들의 에너지자원에 대한 접근이 어려웠던 주요 요인인 수송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억달러가 소요되는 1,400㎞의 ‘에너지 고속도로(Energy Highway)’를 건설하고 있다. 이 도로가 완성되면 에너지와 물류가 러시아를 출발하여 우즈베키스탄·투르크메니스탄·카자흐스탄을 경유하여 인도와 중국의 관할 하에 있는 카슈미르까지 용이하게 이동할 수 있게 돼, 이 지역의 경제교류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역시 1997년 ‘유라시아 외교’를 표방한 이후 중앙아시아에 대한 다자적 접근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일본은 중앙아시아의 안정과 세력균형의 향배가 동북아 정세에도 밀접하게 연관된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전략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한국의 입장에서도 중앙아시아는 중요한 안보·외교·경제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에너지 등 천연자원 확보와 상품수출시장 개척, 현지 자본투자, 각종 건설 및 자원개발사업 참여는 물론이고 35만명에 달하는 현지 거주 고려인의 권익 보호 및 모국과의 유대 강화 차원에서도 중앙아시아는 전략적 중요성을 갖는 지역이다.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역내 국가들의 협력을 끌어내기 위한 외교적 지평의 확대라는 측면에서도 중앙아시아는 매우 유용한 지역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한국과 중앙아시아 국가들 간의 경제협력 및 에너지협력은 상호 보유하고 있는 잠재력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첫째, 그동안 한국의 종합적인 對중앙아시아 진출전략이 없었기 때문이다. 예컨대, 해외 에너지자원 수급과 관련하여 중앙아시아의 에너지자원 확보를 위한 시의적절하고 체계적인 민·관 공동협력체제가 구축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 결과, 앞으로 한국은 중앙아시아의 에너지자원 확보를 위한 국제경쟁에서 후발주자로 나서게 되면서 선발국들에 비해 보다 높은 탐사, 개발 및 참여비용을 지불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대통령에 권력이 집중되어 있는 수직적 통치체제를 특징으로 하고 있어 대통령의 정치적 의지가 대외경제협력에도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한국측은 활발한 고위급 인사 교류를 통한 협력추진방안이 미흡했기 때문이다. 셋째, 한국기업의 중앙아시아 현지 진출의 장애요소인 현지의 법적 안정성 미흡 및 인맥 등을 통한 비공식적 거래 관행의 만연을 비롯한 제도적 진입장벽의 존재, 중앙아시아 정부의 자원민족주의 및 자국기업 우대 경향 대두, 특정 산업별 현지 인적 네트워크 미비, 중앙아시아 전문인력의 부족 등을 극복하기 위한 대책을 제대로 수립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풍부한 천연자원을 보유하고 있어 한국의 자본 및 기술과 결합할 수 있는 훌륭한 상호보완적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다. 중앙아시아 국가들도 정보통신·건설·운송 등 제반 경제 관련 분야에서 한국과 협력관계를 발전시키길 적극 희망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을 적극 활용하여 지속성과 체계성을 갖춘 주도면밀한 중앙아시아 진출전략을 구축하고 실행해야 할 것이다. 기름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국민들이 아우성이다. 정부와 정유사들은 상대방을 탓하며 기름값 인하를 위해 상대방이 각각 세금과 마진을 양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민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으니 표가 필요한 캠프들은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관심을 ‘가질 것 같다.’ 그러나 더 큰 틀 속에서 문제에 접근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에너지안보에 관한 정책과 전략을 내놓고 있지 못하니 말이다. 평소부터 고민을 하고 있어야 대책이든 뭐든 나오겠지만, 지금껏 이미지 관리에만 몰두하면서 대권 욕심만 키워 왔는데 컨텐츠가 있을 리 없다. 후보들 탓만도 아니다. 유권자들 또한 공범이다. 잘 먹고 잘 살게 해달라고 아우성은 치지만 정작 대통령을 뽑을 땐 정책이고 능력이고 별 관심이 없다. 패거리만 잘 만들면 되고, 잠시 유권자들을 ‘유혹’만 잘하면 된다. 대통령 되고나면 자기 마음대로다. 입에 발린 말이 국민이고 국익이지, 실제 정책결정은 자기 꼴리는 대로 한다. 이것이 대한민국 대통령의 수준이고 유권자들의 정치 수준이다. 다시 후보들과 유권자들에게 ‘쇠귀에 경 읽기’를 한다. 기름 아끼는 일은 당장 실천하면 된다. 미래의 대안에너지 개발은 정부와 기업이 지속적으로 투자해주면 된다. 그러나 이것으로 에너지안보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 해외에서 에너지자원의 안정적인 확보루트를 마련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선진화를 이루어내겠다고 나선 후보들은 에너지안보 차원에서 對중앙아시아 진출전략을 내놓길 바란다. -우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