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대선은 인터넷과 보수언론의 싸움이었다. 그렇다면 2007년은? 이번에도 역시 인터넷과 보수언론의 싸움이다. 보수언론의 창을 통해 세상을 보고 세상에 영향력을 행사하던 사람들은 2002년 대선을 목격하고 경악했다. 그 거대한 조·중·동이 애들 장난 같은 인터넷에 질 줄은 상상도 못했다. 하지만 보수언론은 한 번 졌다. 그건 실수일 수도 있고 우연일 수도 있다. 한 번의 승부로 세상의 창과 권력도구로서의 보수언론에 대한 믿음을 거둘 수는 없었다. ■“그럴 수도 있지” “과연 또 그럴까?” “역시 그래도 종이신문이야” 2002년 이후에도 보수언론에 대한 의존과 기대는 변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들의 소리에 귀 기울였고 여전히 긴장했다. 오히려 친야지(親野紙)로 권력이 더 강해졌다는 평가까지 나오기도 했다. 가히 보수언론의 부활이라 부를만 했다. 그런데 2007년 대선에 보수언론이 또 지면 어떻게 될까. 좀 감이 안 오시나. 그러니까 보수언론이 인터넷에게 두 번 지면 어떻게 되겠냐 말이다. 위에 말한 대로 한 번 지면 우연이나 실수로 돌릴 수 있다. 그러나 두번 지면 그런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보수언론이 또 지면 권력이 보수언론에서 인터넷으로 다시 바뀌는 게 아니다. 이제 권력의 패턴이 바뀌게 된다. 보수언론과 인터넷이 권력을 주고받는 게 아니다. 보수언론이 권력의 장에서 아예 사라지게 된다. 권력의 패턴에 그들의 경로가 아예 등록되지 않는 것이다. 어떤 현상이 벌어질까. 대탈주가 시작될 것이다. 그간 그래도 종이신문이라며 보수언론에 대한 믿음을 거두지 않던 사람들이 급격히 빠져나가게 된다. 권력의 패턴이 바뀐 것을 보고 사람이 빠져나가고 그 빠져나간 사람으로 상실된 권력을 목격한 사람들이 또 빠져나간다. 급격한 쏠림이 삽시간에 벌어진다. 중국의 왕조들의 탄생사를 보면 이런 쏠림이 얼마나 무서운지 실감한다. 수천 명의 유방이 수십만의 항우에 대해 전세를 역전시킨 것은 겨우 몇 달 새였다. 죽느니 저항이나 해보자며 일어섰던 이세민의 당나라도 이런 급격한 쏠림에 의해 탄생했다. 그들도 안다. 이번에 지면 끝장이라는 것을. 그래서 보수언론은 초조하다. 이명박·박근혜의 지지율이 70%를 넘어섰다는 것은 보수언론의 초조함의 반증이다. 무조건 최대한 모아놓으면 나중에 박살이 나더라도 50%는 남지 않겠냐는 불안한 심리에서 나온 ‘막무가내 물량 작전’이었다. 그러나 좋지 못한 작전이었다. 문제는 인플레이션이었다. 과도한 지지율은 후보 간의 기대심리를 높였고 그들 간의 이전투구를 만들어 냈다. 역시나 ‘인플레이션이 전쟁의 최대 주범’이라는 역사의 교훈은 틀리지 않는다. 2007년 대선에서 야당이 또 실패한다면 그 가장 큰 원인 제공자는 보수언론이다. 또 지면 끝장이라는 공포감에 그들은 정밀한 계산을 하지 못하고 그냥 지지율만 막 끌어 모으는 실수를 저지른 것이다. 게임에서 두려워하면 오판을 하고 실수를 저지르게 된다. 그래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는 노랫말도 있다. 측은하기까지 하다. 그들의 꿈은 소박했다. 이번 대선에서 보수언론의 꿈은 생명연장의 메치니코프였다. 조금이라도 더 살자. 그러나 그 소박한 꿈마저 이제 위태해졌다. 이건 야당후보의 인플레이션을 만든 그들이 자초한 결과다. 그들은 이번 대선을 “친노와 반노의 전쟁”으로 부르고 싶어 한다. 그러나 이번 대선은 인터넷과 보수언론의 2차전이다. 2002년 대선의 연장전이다. 2007년 이후의 권력을 네티즌과 블로거가 주도하느냐 아니면 보수언론이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하느냐. 민주주의의 역사는 권력의 분산 과정이다. 엘리트의 권력은 점점 대중에게 넘어오고 있다. 대중은 틀릴 수 있다. 그러나 대중은 엘리트보다 틀릴 확률이 적다. 엘리트의 독재보다 대중의 우중정치가 더 폐해가 작고 확률적으로도 발생한 가능성이 낮다. 그래서 엘리트가 실수하고 오판할 때마다 점점 권력은 대중에게 이전되고 분산된다. 보수언론은 엘리트의 폐해를 극심히 드러낸 하나의 현상이다. 보수언론을 매개체로 엘리트들은 동맹을 맺고 있다. 이 동맹들의 한심한 작태를 보면서 대중은 엘리트가 얼마나 위험하고 저열하고 기가 막힌 존재들인지 절실히 깨달았다. 엘리트의 폐해가 드러났으므로 민주주의의 이행 원리에 따라 이제 권력의 분산과 이전이 시작되어야한다. 2007년 대선 네티즌과 블로거가 맞은편에서 엘리트로부터 권력의 이전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과연 그들은 권력을 이전받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