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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타와 수면결핍’이 한 전투경찰을 ‘자살’로 내몰아

군의문사위, ‘조준환 일경 사건’ 경찰청장에 재심의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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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7호 ⁄ 2007.07.23 11:21:45

선임 부대원들의 잦은 구타와 만성적 수면결핍 등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인해 발병한 정신분열증으로 자살에 이른 한 전투경찰대원의 사망 진상이 대통령소속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아래 군의문사위, 위원장 이해동)의 조사로 밝혀졌다. 18일 군의문사위는 조준환 사건(2002년 사망, 당시 21세)에 대한 진상규명결정 내용을 발표했다. 조준환(당시 일경)은 2002년 10월 28일 제주 해안경비단 소속 해안경비초소에 전경으로 근무 중 근처 바닷가에서 이마에 관통상을 입고 사망했다. 당시 경찰은 군생활부적응으로 인한 자살로 내사 종결했다. 하지만 고인의 아버지 조성용 씨는 지난 해 4월 3일 군의문사위에 ‘아들이 자살할 이유가 없다’며 사망원인 진상 규명과 명예 회복을 요구하는 내용의 진정을 제기했다. 군의문사위는 이날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조사결과 조준환이 근무했던 초소는 전경이 근무하는 곳이라곤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가혹하고 심각한 근무 부조리가 자행됐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5년이 지나도 남은 ‘잦은 구타’의 흔적? 군의문사위가 밝힌 ‘망인의 동료와 후임병들의 진술’에 따르면, 당시 초소에선 군기를 잡는다는 명목으로 1주일에 평균 2∼3회 집합 후 개머리판으로 머리를 내리치는 구타와 ‘깍지 끼고 엎드려뻗쳐’, ‘원산폭격’ 등 가혹행위가 벌여졌다. 당시 구타가 얼마나 심했던지 망인의 동기병인 김 아무개씨와 후임대원 최 아무개씨는 제대 후 군의문사위 참고인 조사를 받은 2007년 현재까지 정강이 등에 흉터가 남아 있었다. 더구나 망인을 비롯한 초소 근무자들은 2002년 당시 월드컵 기간 강화된 경계근무와 함께 그 해 9월 제주도를 강타한 태풍 루사 피해복구와 교통 근무 등에 동원돼 2개월간 계속 극심한 수면결핍에 시달렸다. 이 기간에도 선임대원들의 구타는 계속됐고, 잠은 하루 3, 4시간밖에 자지 못해 대원들은 “눈이 빨갛게 되고 항상 멍한 상태”로 지내야 했다. 이와 관련 조 일경의 아버지 조성용씨는 “아들 준환이가 휴가 나와서 잠만 자고 갔다”고 진술한 바 있다. 급기야 망인은 직무수행과 관련 잦은 구타와 가혹행위, 만성적 수면결핍 등 혹독한 근무환경으로 정신분열증이 발생해, 동료들에게 귀신을 봤다는 얘기를 자주했고 주의력이 약해져 선임병들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증상이 악화된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소대장, “집합이나 구타가 전혀 없었다” 주장 한편, 부대 관리를 책임진 당시 소대장과 부소대장은 군의문사위 조사에서 “집합이나 구타가 전혀 없었다”며 “월 1회 정기적으로 1대1 면담과 신체검사를 했으나 구타나 가혹행위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소대장 이 아무개씨는 “가혹행위는 발견하지 못했고, 부대 분위기는 좋았던 걸로 판단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군의문사위는 망인의 동료 부대원들의 일관된 진술과 신경정신과 전문의의 감정 결과 조준환은 선임대원들의 계속된 집합과 구타, 만성적 수면결핍 등 가혹한 근무 조건으로 정신분열증 등 정신질환이 발병하여 자살에 이르렀다고 판단했다. 이해동 군의문사위 위원장은 “당시 경찰은 망인이 근무했던 초소 내에서 근무 부조리나 선임대원의 구타와 가혹행위는 일체 없었다고 주장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며 “부대 내 사망사고에 대한 철저한 조사로 더 이상 억울한 죽음이 발생치 않도록 조치해 줄 것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생때같은 아들을 잃고 한 맺힌 세월을 살아야만 했던 고인의 유족에게 진심으로 위로의 뜻을 전한다”면서 “조준환 일경의 사망구분에 대한 재심의를 경찰청장에게 요청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7월 11일 현재 군의문사위는 총 600건의 사건 중 231건에 대해 조사개시결정을 내렸다. 조사가 끝난 사건은 진상규명결정 11건, 진상규명불능 1건, 기각 7건을 비롯해 각하 5건, 종료 7건 등 총 44건이며 계류 중인 사건은 7건이다. <오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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