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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속 대책 없는 이랜드 농성에

충담(忠談)의 「안민가」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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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8호 ⁄ 2007.07.30 11:20:08

지나간 우리 왕조사를 훑어보면 어진 통치자가 나타나 태평성대를 누린 적도 없지 않았지만, 때로는 연산군 같은 포악한 군주들과 못된 간신배들에게 놀아난 무능하고 머저리 같은 군왕들이 있어 선량한 백성들에게 많은 피해와 고통을 주었었다. 「삼국사기」 2권에는 신라 35대 경덕왕(景德王)과 충담(忠談)스님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스님은 삼월삼짇날 서라벌의 남산 삼화령(三花嶺)에 계시는 미륵불에게 차를 달여 공양하고 돌아오는 길에 왕과 마주쳤다. 왕으로부터 백성을 다스려 편안케 할 노래를 지어달라는 왕의 청을 받은 충담스님은 즉석에서 다음과 같은 시를 지어 왕에게 바쳤다. 이것이 안민가(安民歌)이다. 『왕은 아비요 신하는 사랑하실 어미시라/ 백성을 어여쁜 아이로 여기시면/백성이 그 사랑을 알리다/ ……/ 아, 왕답게 신하답게 백성답게 할지면/ 나라 안이 태평하리이다』― 한 나라의 최고 통치자나 관료나 국민 각자가 자기 분수부터 알고 처신한다면 온갖 갈등과 불안이 해소되고 태평할 것이라는 내용의 시이다. 비정규직 해고에 항의하여 장기간 매장점거 농성을 벌여온 이랜드 계열 노조원들이 경찰에 의해 강제해산 되었다. 서울경찰청이 71개 중대 7천여 명을 투입해 노조원 168명을 연행했다. 경찰 투입으로까지 이르러서 일단은 조용해 졌지만 이랜드 노조파업은 비정규직보호법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비정규직보호법은 약자를 보호한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그런데 일부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되는 부작용에 휘말리게 된 것이다. 이랜드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80만 원 가량의 월급을 받으며 일해 왔다. 『해고만은 말아 달라』는 그들의 주장처럼 이번 파업은 생계형 파업인 것이다. 그런 만큼 경찰의 강경진압은 노조원들의 생계수단을 끊어버리는 행태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한동안 유화적 분위기로 나아가던 노동계가 눈에 불을 켜는 조짐이 보인다. 이랜드 노조의 상급단체인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공권력 투입은 비정규직보호법의 안착을 방해하는 것』이니 『이랜드가 다시는 국내에서 기업 활동을 못하도록 할 것』이라며 강경투쟁을 선포했는데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도 여기에 가세하고 있다. 이런 마당에 경찰 투입을 감행한 정부는 아무런 후속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노동부는 『사태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농후해 취한 부득이한 조치』라는 해명성 보도 자료를 내놨을 뿐이다. 이랜드사측은 노동계의 반발로 이어질 매출감소를 크게 걱정하고 있다. 결국 지난달 30일부터 시작된 이랜드노조의 점거농성은 노사정 어디에도 득이 되지 못하였다. 오히려 비정규직보호법을 둘러싼 노사정의 대리전 양상이 우려될 뿐이다. 경찰 투입을 한 정부는 왜 후속대책에 함구만하고 있으며, 비정규직보호법을 남용타가 손실을 보는 이랜드는 무슨 꼴인가, 현장 점거농성의 노조는 또 무슨 꼴이란 말인가. 『아, 왕답게 신하답게 백성답게 할지면 나라 안이 태평 하리이다』라는 충담의 안민가는 자기 분수에 성실을 다 하면 국태민안 한다는 것이다. 정부(왕) 사용자(신하) 노동자(백성), 이 삼자가 사리사욕의 누추한 옷을 벗어던지고 공명정대(公明正大)하게 분수를 지켜야 한다는 「안민가」의 뜻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볼 만하다. 「안민가」를 들은 왕은 충담을 왕사(王師)로 봉하려하지만 충담은 사양하였다. 국정자문위원이 되는 것은 수행자답지 않은 처신임을 스스로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횡재(橫材)를 뿌리치고 산행을 하는 충담의 도포자락이 눈에 어린다. <박충식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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