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자도 동의하지 않은 강제입원, 약 똑바로 못 먹는다고 폭행, 샤워실엔 CCTV까지…” 정신병원이나 요양원 등 정신보건시설에서 벌어지는 환자들에 대한 인권침해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2일 국가인권위원회가 올해 권고 결정을 한 15건의 진정사건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정신보건시설은 여전히 ‘인권의 사각지대’에 머물러 있었다. ■한 번 들어가면 나올 수 없다(?) 정신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에게 병원은 한 번 들어가면 나가기 어려운 ‘감옥’같은 곳이었다. 정신장애인 김 아무개씨는 지난 2003년 11월 경기 김포의 한 정신병원에 입원했다. 친척과 같이 병원에 갔다가 정신과 의사의 지시에 따라 곧바로 강제 입원했다. 김 씨는 지난 2006년 11월 퇴원할 때까지 꼬박 3년을 병원에 머물렀다. 이 병원은 보호의무자 자격도 없는 외삼촌이나 올케 등의 허락만으로 입원시키면서 입원동의서도 받지 않았다. 현행 정신보건법은 보호의무자를 직계혈족이나 배우자 등으로 정하고 있지만 병원 측은 이를 어긴 것이다. 이렇게 강제입원한 환자들은 퇴원하기도 어려웠다. 병원이 진료기록부를 거짓으로 작성해 환자들의 퇴원을 막은 것. 정신보건법 제24조 제3항과 같은 법 시행규칙 제14조 제2항에 따르면, 정신보건시설에 입원한 환자들은 6개월마다 계속 입원해야 하는지 심사를 받아야 한다. 만약 병원이 이 절차를 어기면 1년 이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하지만 문제가 된 정신병원은 환자들의 입원과 퇴원을 반복한 것처럼 거짓으로 진료기록부를 작성해 ‘계속입원심사청구’를 피해갔다. ■약 안 먹는다고 때리고… 치료 핑계로 청소시키고… 정신병원에서 벌어지는 폭행과 강제노동도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도에 있는 모 정신병원에서는 보호사가 뇌를 다쳐 의사표현도 하지 못하는 환자에게 손가락에 볼펜을 끼워 넣고 괴롭히고, ‘약을 똑바로 먹지 못한다’는 이유로 환자의 머리를 벽에 부딪히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남의 한 정신병원에서도 보호사가 보호자가 없거나 정신질환이 심한 환자들에게 욕을 하고 구타를 하는 등 정신보건시설 환자들에 대한 폭행이 빈번했다. 또 다른 정신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은 전화통화를 하려면 2주일을 기다렸다가, 단 한번 그것도 3분만 할 수 있었다. 집으로 보내는 편지는 간호사실에서 먼저 확인한 뒤 발송여부를 결정했다. 이른바 ‘작업치료’라는 명목의 강제노동도 심각한 수준이었다. 문제가 된 한 정신병원에서는 환자들 일부를 ‘봉사원’으로 정해서 정신보건시설 안에 있는 식당·매점·세탁실 등을 장시간 청소하도록 강제 노동을 시켰다.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돈을 환자들에게 주었지만, 병원 측은 ‘치료적 작업 요법 프로그램’을 형식적으로만 운영하고 있었다. ■샤워실에 CCTV…종교행사에 강제동원 경상남도 모 정신병원에는 샤워실이 딸린 화장실에까지 CCTV를 설치해 환자들이 용변을 보는 모습과 목욕하는 모습이 모두 CCTV에 찍혔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는 입원 환자들에게 수치심과 굴욕감을 불러 일으키고 인격권과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한 것”이라며 올해 4월 해당 병원에 시정을 권고했다. 병원 측은 지난 2005년 12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이 제기된 뒤 1년 반이 지난 뒤 권고가 나오자 화장실과 샤워실에 차폐막을 설치하고 CCTV를 철거했다. 또한 충북의 모 정신병원은 환자들에게 특정 종교의 찬양행사에 참여하도록 강요하기도 했다. 몸을 움직일 수 있는 환자들은 종교의 유무나 다름도 묻지 않고 찬양대회에 강제로 참석해야 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해당 진정건에 대해 올해 2월 “헌법 제19조가 보장하는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며 강제적인 종교행사에 참여하는 일을 중지할 것을 해당병원에 권고했다. 정강자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은 “인권위가 생긴 이후 정신보건시설과 감독기관에 재발방지 등을 꾸준히 해왔지만 일부 정신보건시설에서는 예전과 유사한 사례가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오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