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상호비방전을 뚫고 제17대 대통령 선거 한나라당 후보로 선출된 이명박. 예선전 격인 당내경선을 거치며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독주해온 이명박 후보지만 진검 승부는 이제부터다. 그동안 어쩌면 당내라는 울타리에서 아옹다옹 다툼이었다면 이제부터는 막강한 정보력을 가진 범 여권과의 숨가쁜 레이스를 펼쳐야한다. 경선기간 내내 발목을 잡았던 아킬레스건은 당내 검증과정을 거쳤지만 충분하지 못하다는 평가속에 넘어야할 지뢰밭은 도처에 깔려있다. 그가 넘어야할 지뢰밭은 무엇일까? 이명박 후보에 최대 걸림돌은 현대건설과 서울시장 재직 시절 발생했던 강남 땅 및 BBK 주가조작 의혹 및 인·허가 관련 의혹들이다. 부동산과 주가조작은 시장경제를 농락하는 중대범죄로 그만큼 국민적 비판과 반감 역시 커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BBK 문제는 당내 경선 과정에서 검증 청문회까지 열렸지만 어느 것 하나 의혹이 시원하게 해소되지 않았다는 게 대체적인 국민들의 인식이다. 당내 경선 내내 경쟁후보로부터 사퇴압박을 받은 것도 이 때문이고 범여권 대선주자가 결정되고 12·19 대통령선거 본선에 들어가면 이 문제는 대선당일까지 이 후보를 괴롭히는 아킬레스건이 될 수 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범 여권의 열린우리당은 이미 지난 6월 대 정부질문 등을 통해 이명박 전 시장이 횡령사건 및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집중 제기한 바 있다. 그동안 대정부질문 등을 통해 공개된 금감원 자료에 따르면, 이 전 시장은 LKe뱅크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였고 옵셔날벤처스 주가조작사건을 수사한 검찰자료에는 BBK투자자문이 LKe뱅크 계좌를 통해 수차례 가장매매 한 것으로 돼있다. 그동안 검찰의 수사는 김경준의 횡령 및 주가조작 혐의에 국한하고 있고 금감원은 ‘조사가 완료된 사안이고 실명법상 계좌와 관련된 어떤 인적 사안도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제기되고 있는 사안에 대해 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9월부터 한달동안 열리게 될 국정조사 내내 이 문제가 주요 쟁점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동안 이명박 후보는 BBK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한때 그의 사업파트너였던 김경준 씨는 이 시장의 관련성을 제기했다. 두사람이 공동으로 설립한 LKe 뱅크와 BBK 및 e뱅크중개는 지주회사와 자회사 관계로 LKe뱅크의 계좌가 40여 차례 동원됐는데 대표이사가 자금흐름을 모른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LKe뱅크의 동업자 관계였지만 실제로는 고용·피고용관계였다는 것이다. BBK가 삼성생명·심텍, 그리고 하나은행으로부터 유치한 수백억 원의 자금유치는 이 후보가 아니면 불가능하다고 밝혀 이 후보가 한나라당 검증청문회에서 자신이 유치한 것은 장신대학의 4억 원뿐이라고 한 것과 큰 차이를 보였다. 그러나 주가조작을 했다는 검찰의 기록은 사실이 아니며 인수합병을 통해 주가가 올랐을 뿐 조작은 사실이 아니라는 게 김씨의 입장이다. 검찰의 옵셔널벤처스 주가조작 수사기록에 따르면 107회에 걸쳐 130만여 주 가장매매, 61만 주의 고가매수, 3545만여 주의 허수매수주문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횡령과 384억 원의 주가조작을 한 것으로 지목된 김경준 씨는 최근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384억원의 횡령과 송금이 모두 이명박 전 시장의 일방적인 진술에 의한 것”이라고 밝혔다. 박형준 대변인을 통해 옵셔널벤처스코리아의 주가조작이 BBK투자자문의 불법행위가 금감원에 적발된 이후에 이뤄진 일이며, 이 후보와 김경준 옵셔널벤처스코리아 사장과의 관계는 BBK 불법행위가 적발되면서 단절됐기 때문에 전혀 무관한 일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서혜석 열린우리당 의원은 BBK의 불법행위에 대한 조치가 2001년 4월 27일 이뤄졌지만 옵셔널벤처스코리아의 주가조작은 이보다 5개월 전인 2000년 12월부터 이뤄졌다며 이 후보의 관련성을 부각했다. 도곡동 땅 의혹도 이 후보의 발목을 잡을 커다란 족쇄가 될 수 있다. 검찰이 지난 13일 밝힌 도곡동 땅의 실제 주인이 이 후보의 형인 이상은 씨의 땅이 아닐 가능성이 있다는 발언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물론 도곡동과 서초동 땅 의혹이 2개월여 동안 계속 제기돼 왔지만 지지율이 크게 좌우되지 않고 있다. 이 후보가 하늘이 두쪽나도 도곡동땅은 자신과 무관하다고 강조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상황을 반영한 것이지만 2002년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는 아들 병역비리 의혹이 선거기간 내내 발목을 잡으며 막판 뼈아픈 역전패를 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검찰이 사건수사를 계속 진행할 예정이고 보면 사건 수사내용과 수사결과는 메가톤급 위력이 될 수 있다. 검찰은 그동안 제기된 도곡동 땅 실제 소유주와 관련, “이 후보의 차명재산 의혹이 제기된 서울 도곡동 땅 가운데 이 후보의 형 상은 씨 명의 절반이 제3자의 차명재산으로 보인다”며 “김만제 전 포항제철 회장이 1995년 도곡동 땅을 포스코개발이 매입하는 과정을 주도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다만 도곡동 땅 가운데 이 후보의 처남 김재정 씨 지분과 김 씨 명의의 전국 각지의 대지는 대부분 김 씨의 소유로 보인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검찰은 상은 씨 명의 도곡동 땅을 제3자의 차명재산으로 보는 근거로 ▲상은 씨가 땅을 팔고 남은 돈 150억여 원 중 100억여 원을 금리가 낮은 채권상품에 10년 이상 묻어둔 점, ▲재산관리인인 두 이모 씨가 관리한 자신의 자금 운용 내역을 전혀 모르고 있었던 점, ▲5년간 매월 수천만원씩 총 15억 원이 현금으로 빠져나간 점 등을 들고 있다. 검찰은 포스코개발의 도곡동 땅 매입건과 관련, 포스코건설 임·직원들이 “당초 아파트 부지로 사려다가 가격 조건 등이 맞지 않아 단념했는데 모기업인 포철관계자로부터 가격까지 265억원으로 지정해 사라는 지시가 있었다”는 진술과 함께 매입은 김 전 회장에 의해 이뤄졌다고 전했다. 그러나 김 전 회장은 두차례의 소환요구에 “당의 지시로 나갈 수 없다”며 모두 거부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이 후보는 서초동 땅 매입에 대해서도 자신은 전혀 모르는 일로 회사(현대건설)가 매입한 것으로 설명했지만 당시 현대건설 관계자는 터무니없는 얘기라고 반박한 바 있다. 이밖에 이 후보의 주민등록주소지 이전 등 공직후보자로서 지녀야할 덕목에서 볼 때 도처에 깔린 지뢰는 아직까지 폭발력을 지니고 있는 게 사실이다. 물론 김경준 씨가 조만간 귀국할 것으로 알려져 그의 입 하나하나에도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없다. 현재까지 제기된 각종 의혹에도 불구하고 이 후보의 지지율 독주는 확고한 양상이다. 그러나 대선전이 본격화되고 검찰의 수사가 진전되고 적시에 공개될 경우 그 파장은 예상하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다. <이철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