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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비정규직을 스스로 선택하나?

전경련, ‘비정규직 보고서’로 ‘통계 왜곡’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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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4호 ⁄ 2007.09.10 13:37:10

“비정규직이 좋아서 비정규직을 스스로 선택한 사람이 전체 노동자의 절반이 넘는다. 임금 차이도 거의 안 난다. 비정규직을 무조건 악으로 보는 이분법적 사고와 정규직화를 강요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비정규직법 시행에 따른 갈등의 원인이다. 노조는 비정규직 문제를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회장 조석래)가 쏟아낸 얼핏 봐도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들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이달 초 ‘비정규직법 시행에 따른 문제점과 개선방안’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비정규직 가운데 51.5%가 자발적으로 비정규직 고용형태를 선택했으며 300인 이상 사업장의 비정규직은 무려 80.5%가 비정규직을 스스로 선택했다”고 주장했다. 임금과 고용보장에서 받는 차별을 스스로 인정한 사람들이 전체의 절반이 넘는다고 전경련은 역설하고 있는 셈이다. 전경련의 이 보고서는 ‘비정규직법 시행에 따른 갈등과 원인’, ‘비정규직 관련한 오해와 실체’, ‘바람직한 비정규직 갈등 해소방안’의 3가지 목차로 구성되어 있는데,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전비연)은 “전경련이 발표한 비정규직 보고서는 통계로 장난을 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상식’이 ‘오해’라고? 전경련 보고서는 “비정규직이 만족스러운 일자리를 구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비정규직을 선택했다는 일반적인 인식은 ‘오해’”라고 주장했다. 전경련 노동고용정책비서관실에서 지난해 8월 조사한 ‘고용형태별 일자리 선택 동기’를 통해, 전체 비정규직의 절반이 넘는 51.5%가 스스로 비정규직을 선택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100인 이상 사업체 비정규직은 77.7%, 300인 이상 사업체 비정규직의 80.5%는 자발적으로 비정규직 고용형태를 선택해야 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임금과 고용보장 등 여러 조건에서 차별 받는 비정규직을 스스로 선택한 사람이 전체 노동자 가운데 절반이 넘는다는 결과는 어떻게 나왔을까? 전경련이 인용한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설문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통계청 조사 51번 질문 항목은 “현재의 일자리 형태로 일하게 된 것이 자발적인 사유에 의한 것입니까? 아니면 비자발적인 사유에 의한 것입니까?”라고 적고 있다. 즉 이 질문을 받은 상당수는 ‘기간제 고용형태를 자발적으로 선택했는가’라고 묻기보다 ‘금융업을 자발적’으로 선택했는가라는 질문으로 이해되기 십상이다. 전비연은 “우리가 흔히 이해하고 있는 ‘자발적 비정규직’ 규모를 정확히 조사하려면 질문 내용은 이렇게 바뀌어야 한다. ‘정규직으로 일할 기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비정규직 고용형태를 선택했는가’ 혹은 ‘정규직으로 일할 기회가 있다면 고용형태를 바꿀 의사가 있는가’라는 질문 내용이 정확하다“고 지적했다. ■비정규직-정규직 임금에 차이가 없다? 보고서 가운데 ‘비정규직 관련한 오해와 실체’를 보면, 전경련은 “비정규직 임금이 정규직 임금의 절반에 미치지 못하고 비정규직 대부분이 비자발적으로 비정규직을 선택했다는 일반적 인식은 사실과 다른 이야기”라고 주장했다. 노동계에선 일반적으로 비정규직이 정규직의 절반에 불과한 임금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한다. 2006년 통계청 자료를 봐도 비정규직 임금은 정규직과 비교해 62.8%에 불과하다. 하지만 전경련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에 임금격차는 거의 없다고 밝혔다. 통계청 조사가 3개월 평균임금을 비교한 것으로 단순히 근로시간을 감안하여 시간당임금으로만 보면 비정규직의 임금은 정규직의 71%에 달한다는 것이다. 전경련은 이 근거로 한국노동연구원과 노동부 연구용역보고서 등을 부분 인용하고 있다. 우선 전경련 한국노동연구원이 2003년 발표한 보고서 99~108페이지를 인용하면서, “2002년 사업체 패널조사 분석결과 동일업무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의 상대적 생산성은 78%이며 임금은 80%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또 2005년 한국노동연구원 ‘고용형태별 노작입 유무별 시간당 임금’을 인용해 노조에 가입한 비정규직 임금이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정규직보다 9% 높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올해 6월 한국노동연구원에서 발표한 ‘노동과 차별, 인식과 실제(안주엽 외)’라는 보고서를 통해, “근로자의 인적특성과 사업체 특성까지 통제할 경우 비정규 근로자의 정규근로자에 대한 상대임금은 95%를 넘고, 노동조합이 임금에 미치는 효과를 고려하고 직무까지 통제한다면 상대임금은 96~97%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임금에 거의 차이가 없다는 말이다. 전비연은 “전경련이 마치 300인 이상 사업장 비정규직 임금수준이 매우 높은 것처럼 주장하고 있는데 이 또한 비정규직 규모에 대한 잘못된 분석과 통계수치를 이용해 엄청나게 부풀려 놓은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제조업 대공장 사내하청을 비롯한 용역·도급·하청 등 간접고용과 대형보험사의 보험모집인을 비롯한 특수교용은 정부 통계상 300인 이상 사업장 비정규직은 물론‘비정규직 범주’자체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전비연은 “오직 대기업과 직접고용 관계에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만 포함될 뿐인데, 그래서 전경련이 파악하는 비정규직 규모는 불과 36만여 명으로 노동계가 주장하는 전체 비정규직(871만)의 4.2%에 불과하고, 정부 주장 비정규직(545만)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6.7%수준이다”고 강조했다. 전비연은 “엄격하게 좁혀놓은 대기업 비정규직과 상당수 비정규직이 포함된 중소기업 정규직 임금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정규직-비정규직 간 임금격차 비교에 혼란을 초래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전경련은 현재의 비정규직법 시행에 따른 갈등과 원인을 ‘정규직은 선으로 보고 비정규직은 악으로 보는 선입견’과 ‘정규직화를 강요하는 듯한 사회적 분위기’, ‘노동계의 비정규직 활용전략’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통계도 설문조사도 없는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다. 전경련은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등 소위 지식인사회단체도 이랜드 용역중단과 비정규직 해고철회, 외주화 규제와 사용사유 제한 등을 담은 비정규직법 개정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며 정규직화를 강요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싸잡아 비난했다. 전비연은 “사실왜곡한 통계를 통해 주장하려는 점은 이데올로기적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무장해제시키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오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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