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시하지 않겠다’는 언성으로 박근혜측으로부터 밀려난 이재오 의원. 제17대 대선이 끝나자마자 다시 이명박 당선자 곁으로 돌아왔다. 그가 돌아오자, 한나라당내에서는 다시 숨을 죽이고 있다. 특히 정몽준 의원이 입당한데 이어, 박근혜 전 대표도 대선에서 승리의 견인차 역할을 했기 때문에, 이들 3인의 자리는 3각함수 관계로 전개되고 있다. 이들 3인은 내년 총선을 놓고 각 계파간에 공천권 샅바 싸움을 벌일 것으로 보고 있다. 만일 샅바 싸움이 소 싸움으로 변할 때 이들 계파는 총선 전에 갈라 설수도 있다는 극단론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이명박 당선자가 3각함수를 어떻게 푸느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명박 당선자의 경선 캠프에서 좌장 역할을 하며 ‘2인자’로 불려 왔던 이재오 전 최고위원은 당내 친이(이명박)계의 대표주자다. 이 후보는 ‘6·3 동지회’멤버로 활동하면서 15대 국회 때 나란히 등원한 이래 각별한 사이로 지내왔고, 경선 당시 인사 영입과 세 불리기에 큰 공헌을 했다. 박 전 대표가 당 대표일 당시에는 원내대표로서 호흡을 맞추기도 했다. 하지만 이 전 최고위원은 대선 전 당내 친박계 의원들을 향해 “아직도 경선 중인 걸로 착각하는 세력이 당내에 있다.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해 논란을 빚었고, 박 전 대표로부터 “너무 오만의 극치라고 본다”는 비난을 받고 결국 최고위원직을 물러났다. 친이계 의원들은 “한나라당에 ‘개혁 드라이브’를 걸어야 하며, 새 정부와의 당정협의 등을 위해서도 친이계 중심으로 당이 재편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실제로 대선 한 달 전인 11월 22일 본회의장에서 이 전 최고위원과 이명박 당선자의 복심으로 불리는 정두언 의원이 ‘당 대표 문제’와 관련된 메모를 놓고 이야기를 나누던 모습이 한 언론에 의해 촬영되기도 해 대선 후 당권 문제가 불거질 것임을 예고했다.
■ 친박계, 昌 신당·인사청문회 무기 하지만 탄핵역풍으로 없어질 뻔한 당을 구해냈고 이번 대선에서 큰 역할을 한 박 전 대표와 측근들도 만만히 볼 수 없다. 박 전 대표는 대선 막바지에 이 당선자를 화끈하게 밀어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이 당선자도 당선 소감에서 박 전 대표의 유세가 큰 도움이 됐다는 취지의 인사를 통해 감사를 표했다. 이 당선자는 선거운동 당시 박 전 대표를 ‘국정의 동반자’라고 수 차례 말했고, 대선 직전 유권자들에게 일괄 발송된 공보 마지막 장에는 ‘이명박근혜, 이명박이 열어가고 박근혜가 보장하는 국민성공시대가 열립니다’라는 문구가 들어 있어, 향후 박 전 대표가 어떤 역할을 할지에 관심이 모아졌었다. 또 당내 30~40석을 차지하는 친박, 범박계 의원들이 집단 행동을 할 경우 당장 내년 예산안 통과, 새 정부 장관 인사청문회, 부처 개편 등이 난관에 부딪힐 수도 있다. 더군다나 박 전 대표의 수족을 무리하게 잘라낼 경우 무소속 이회창 후보가 2월 초께 창당할 ‘보수신당’에 친박계 의원들과 박 전 대표가 넘어갈 수도 있다는 점도 경계해야 한다. 친박계 의원들은 18대 총선 공천을 앞두고 최대한 집단행동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전략적으로 인사청문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까지 공천을 마쳐줄 것을 요구할 가능성도 높다. 친이계와 친박계의 싸움 사이에서 혈혈단신으로 입성한 정몽준 의원의 역학구도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일설에 의하면 차기 정부의 국무총리 역할론이 대두되고 있다. ■ ‘정몽준, 몽니냐 대권이냐’ 정몽준 의원은 한나라당 입당선언을 통해 “오늘의 야당은 과거 집권시기의 잘못을 반성하고 새로운 국정철학을 제시하는 것이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면서 “(한나라당을) 발전시켜 나가는데 동참하겠다”고 당 개혁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정 의원은 “끊임없는 개혁과 변화는 보수에도 필수적인 덕목”이라며 “폭풍과 같이 몰려오는 급격한 변화 속에서도 우리가 꼭 지켜야 할 기본가치를 보전하려는 것이 미래를 지향하는 새 보수의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정 의원의 이 같은 발언은 당내 친이계가 주장하고 있는 ‘개혁 드라이브’에 찬성한다는 입장으로도 읽힌다. 또 입당에 앞서 이 후보와 모종의 약속을 했을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김현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