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됨에 따라 예측할 수 없는 여러 가지 재해와 재난이 발생하고 있다. 도시인들의 안전을 담보 받고자 하는 욕구는 늘고 있으며, 그에 대한 비용지불 의사도 함께 늘어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민의 안전에 대한 인식수준은 ‘무사안일주의’와 함께 사고를 운명시하거나 또는 최소한의 불상사로 여기는 사람이 많을 정도로 아직까지 낮은 수준이다. 재해가 수반되지 않는 사고에 대해서는 위신문제로 생각하거나 수치로 여겨 사고의 발생사실조차 은폐하려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성수대교 붕괴나 삼풍백화점 붕괴사건 등에서 보는 바와 같이, 큰 재해가 발생했을 때도 며칠 동안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는 듯하다가도 얼마 지나지 않아 다 잊어버리는 것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자신에게는 그런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확신하는지 사전대책에도 미온적이고 무계획적인 태도를 보이다가, 사고를 당한 후에야 잘못을 반성하는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 정도면 되겠지’, ‘괜찮아’, ‘대충대충’ 등의 습관들이 안전관리에 최대의 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최근에 발생한 태안반도 기름유출 사고와 졸지에 40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천 냉동창고 화재 폭발 참사는 우리 사회의 안전의식과 방재 시스템이 후진국 수준임을 뼈아프게 재확인시켰다. 우리 사회의 안전불감증은 참으로 난치병 수준이다. 방재 시스템의 전면 재점검과 함께 국민의 의식전환이 절실한 때이다. ■ 안전불감증 심각-안전의식 수준 5.31점 우리 국민들은 우리 사회의 안전불감증에 대해 75.7%가 ‘심각’한 상태로 진단하고 있었다. 또한 국민들이 스스로 평가한 안전의식 수준은 10점 만점 기준에 평균 5.31점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해 12월 소방방재청이 조사전문기관인 리서치월드에 의뢰해 ‘안전문화 활성화를 위한 국민 안전의식 조사’를 한 결과다. 세부 항목별로 자세히 살펴보면 ▲거주지역의 자연재해 안전성=안전 91.6%(2006년 89.3%), 위험 8.4%(2006년 10.7%) ▲주 생활/활동 공간의 안전성=안전 91.2%(2006년 89.5%), 위험 8.8%(2006년 10.5%) ▲재산피해나 다친 경험=있다 1.3%(2006년 2.0%), 없다 98.7%(2006년 98.0%) ▲재난/사고의 종류=자연재해 69.2%(2006년 70.0%), 화재 및 건물붕괴 15.4%(2006년 10.0%), 교통사고 15.4%(2006년 20.0%) ▲평소 재난/사고를 위한 준비=소화기 32.3%(2006년 26.7%), 비상용품 26.1%(2006년 27.8%), 상해보험 19.6%(2006년 20.4%) ▲우리 사회의 안전불감증 정도=심각하다 45.5%(2006년 46.8%), 매우 심각하다 30.2%(2006년 29.6%), 별로 심각하지 않다 22.2%(2006년 22.0%) ▲안전불감증이 심각한 이유=적당주의 46.5%(2006년 47.5%), 안전교육 및 홍보 부족 24.6%(2006년 23.3%), 정부의 정책적 미비 15.3%(2006년 18.2%) ▲우리 국민의 안전의식 수준=5.31점(2006년 5.27점) ▲안전관리헌장 인지도=모른다 84.9%(2006년 83.4%), 알고 있다 4.6%(2006년 5.5%) ▲안전점검의 날에 대해=모른다 68.9%(2006년 67.1%), 알고 있다 20.3%(2006년 20.9) ▲안전한 사회를 저해하는 취약 분야=부실공사 및 안전시설의 미흡 46.5%(2006년 46.5), 국민의식과 안전문화의 부재 33.7%(2006년 33.3%), 관련 법령 및 제도의 미비 12.4%(2006년 10.5%) ▲안전문화를 위한 사업=안전문화 관련법 제정 28.8%(2006년 23.4%), 안전문화 교육/홍보 34.7%(2006년 40.5%), 민/관 협력 안전문화 캠페인 18.2%(2006년 19.7%) ▲안전문화 진흥을 위한 법 제정시 효과=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 59.9%(2006년 62.1%), 별 도움이 안된다 19.6%(2006년 19.5%), 매우 도움된다 16.5%(2006년 13.0%), ▲범국민적 안전문화 정착을 위한 교육/홍보 방법=언론을 통한 지속적 홍보 38.3%(2006년 30.3%), 국민 참여 프로그램 개발 27.9%(2006년 31.3%), 어린이 안전교육 강화 18.1%(2006년 21.7%), 재난현장 체험 13.7%(2006년 14.6%) 등으로 나타났다. 2006년에 이어 연속으로 조사된 국민안전의식 조사결과에 따르면, 거주지역의 자연재해와 주 생활공간 안전성에 대해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응답이 조금 상승했다. 동일한 질문으로 2005년부터 조사한 3년간의 조사결과에서 매우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응답이 다소 상승한 경향을 보이고 있어 전국민의 재해 및 재난 안전성 제고에 조금이라도 가시적인 성과가 있음을 시사한다. 안전문화를 위한 사업으로 안전문화 교육·홍보에 대한 응답이 가장 높은 가운데, 관련법 제정에 대한 필요성의 경우도 전년 대비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 향후 안전문화 관련법 제정도 검토할 필요성을 나타낸다. 또한 정부가 2004년에는 제정한 ‘안전관리헌장’이나 ‘안전점검의 날’ 등과 같은 구체적 실천방향 등에 대해 홍보를 강화하는 등의 방안이 검토돼야 한다.
이에 앞서 소방방재청에서 지난해 5월 일반 국민들을 대상으로 ‘국민안전의식 자가진단’ 이벤트를 실시한 결과에서는 우리나라 국민들의 안전의식이 100점 만점에 57점인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는 생활·소방·재난 안전 3개 분야, 전기·가스·화재·태풍 등 45개 항목에 대해 진행됐으며, 분야별 안전의식 수준은 재난안전 62.09점, 생활안전 59.89점, 소방안전 48.37점 순으로 나타났다. 소방방재청은 ‘국민안전의식 지수’를 Red(미흡, 43.41점 미만), Yellow(보통, 43.41~69.05), Blue(우수, 69.05 초과) 등 3단계로 나누고 선진화 목표지수를 69.05점으로 설정한 바 있다. 조사 결과, 우리나라 국민안전의식 수준은 56.78점으로 보통(Yellow) 수준에 해당되는 것으로 조사돼, 선진화 목표지수인 69.05점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의 태도는 안전에 대한 개인적 가치에 영향을 줄 수 있고, 개인의 가치 역시 태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수행된 행동 결과에 따라 개인이 형성하는 태도나 가치는 다양할 수 있고, 이에 대한 개입방법이 잘못됐을 경우 안전행동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일상적으로 ‘국민안전의식 수준이 낮다’, ‘국민안전의식이 발달되지 않았다’ 등의 말을 흔히 사용하고 있지만, 국민안전의식 수준이 어느 정도 발달돼 있는지에 대한 수준은 불명확했다. 또한, ‘국민안전의식 수준을 높여야 한다’, ‘안전문화를 이룩해야 한다’ 등을 말하지만, 어느 시점까지 어떤 수준에 도달해야 하는지 분명하지 않았다. 따라서 소방방재청의 국민안전의식 지수의 개발 및 측정은 국민안전의식의 현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소방방재청 안전문화팀 박성규 행정관은 “국민안전의식의 결여가 안전불감증을 불러왔다”며 “안전의식은 무엇보다 관심이 가장 중요하다. 가까운 것, 작은 것부터 관심을 갖는다면 큰 사고나 재난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덧붙여 “국민안전의식 자가진단 시스템을 구축해 오는 5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며, 보다 실질적인 방안으로 체계화된 안전문화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김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