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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영어 공교육 방안 학부모 가슴 내려앉히나

급조·밀어붙이기 영어교육정책으로 학부모들 강력하게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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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3호 ⁄ 2008.02.11 16:58:18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야심차게 내 놓은 영어교육정책이 각계 찬반논란으로 야단법석이다. 영어교육을 둘러싸고 정치권과 교육계가 인수위를 상대로 대립각을 세우느라 진땀을 빼고 있는 가운데, 전국교직원노동조합측은 아예 공개반대에 나선 상태다. 경제 대통령이 돌연 교육 대통령이 됐다는 비아냥마저 나올 정도다. 하지만 인수위측은 오히려 “영어 안하겠다는 사람들 배우기만 해봐라”는 막무가내식이다. 이 당선인은 “영어몰입정책에 대한 반대여론과 언론의 비판은 옳지 않은 처사”라며 불쾌한 심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 영어실력이 곧 소득 인수위에 따르면, 세계 각국의 소득차이는 영어 수준에 따라 달라지는 추세다. 이 당선인은 “외국을 다녀보면 알겠지만, 영어를 얼마나 하느냐에 따라 일자리와 소득에 차이가 난다”면서 “살아가는데 필요한 수단이라서 일자리가 다르고, 같은 일자리에서도 대우가 달라 소득에서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우리나라 직장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승진이나 연봉 책정 때 영어능력을 반영하는 곳이 70~80%나 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스위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난 2001년 스위스 제네바대 언어경제학자 프랑수아 그랭이 분석한 ‘영어가 소득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연봉차가 남자의 경우 30.7%, 여자의 경우 21.6%에 이르렀다. 기러기 가족, 유아 영어, 심지어 태교 영어에 이르기까지 영어교육을 위한 학부모들의 눈물겨운 노력도 바로 여기에 뿌리를 두고 있다. 차기정부가 제안한 영어교육정책 역시 기러기 가족·사교육비, 빈부격차의 악순환을 줄이고자 하는 취지이다. ■ ‘빛 좋은 개살구식’ 정책인가 아이러니하게도 현재 영어교육정책의 가장 큰 장벽은 교육계도 정치계도 아닌 학부모들의 강력한 반대인 것으로 드러났다. 즉,사교육비가 문제라는 것. 한 조사기관에 따르면, 사교육비 급증 우려가 30.9%에 이르렀다. 다음으로 ▲영어 공교육 방안의 급조 분위기 및 향후 대책 부재(22.0%) ▲교육의 부익부 빈익빈 우려(13.6%) 순이다. 이는 대통합민주신당의 여론조사 결과와도 별반 다르지 않다. 영어몰입교육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51.3%였으며, 사교육비 부담 전망에 대해서도 ‘증가할 것’이라는 답변이 78.8%에 달했다. 특히 초등학교부터 영어몰입교육을 실시하게 되면 이에 적응하기 위해 유치원부터 영어 사교육을 시켜야 될 사태도 무시할 수 없다. 또 영어 이외의 과목까지 영어수업을 할 공교육 기관의 숫자도 문제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교원단체의 60%가 반대입장을 보이고 있는 교육계의 저항도 역시 같은 이유에서다. 외국인 교사 영입 때의 자격증 여부에 대해서도 명확히 제시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영어교육 시간을 늘리는 대신 줄여야 할 과목 등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조차 없다. 때문에 인수위 영어교육정책은 현실을 도외시한 탁상행정 발상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해답 없는 정책남발로 사회적 혼란만 가중시킨 셈이다. ■ 총선 앞둔 정치판, 영어교육 놓고 ‘표 계산’ 이런 핫 이슈에 정치권이 빠질 수 없다. 현재 영어몰입교육 비판에 대통합민주신당도 둘째가라면 서러울 판이다. 공교육을 둘러싼 국민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덩달아 합세한 꼴이라는 지적까지 일고 있다. 하지만 이번 영어교육 논란이 오히려 총선의 호재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자 신당은 아예 TF팀까지 구성해 인수위와 이 당선인을 공격하고 있다. 신당 지도부는 인수위의 영어 공교육 정책을 ‘조령모개식 졸속 정책’으로 규정, 자체적으로 미래희망교육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박명광 최고위원이 위원장으로 임명됐다. 박 최고위원은 “영어몰입교육을 하겠다고 하다 부정적 여론이 확산되자 철회하는 등 인수위의 영어교육정책은 평가할 가치조차 없는 졸속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우상호 대변인도 “사범대를 안 나와도 영어교사를 하도록 하는 것은 영어만이 출세의 지름길이라는 뜻 아니냐”며 “자칫 부모 잘 만나 외국에서 조기유학했던 사람만 사회의 중요한 역할을 맡는 구조가 될 수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명박 정부의 정책이 서민교육 말살이라는 주장이다.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인수위의 막무가내식 정책 추진 때문에 4월 총선에서 ‘표심’을 잃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때문에 인수위가 여론수렴을 위한 공청회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내부 불만의 목소리는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 핵심인사에 따르면, 인수위의 여론을 무시한 막무가내식 정책 발표와 자화자찬식 보도로 내부 의원들의 불만이 이미 최고조에 달했다고 한다. 또 이 인사는 “인수위에 주의해줄 것을 건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교육계와 시민단체측은 교육정책 앞에서 밥그릇 싸움으로 여념없는 정치계에 어이없다는 반응 일색이다. YMCA 관계자는 “지금 학부모와 학생들이 영어정책으로 우왕좌왕 갈피를 못 잡고 있는데 자신들 배불리기에 급급한 정치인들 머리에서 대체 무슨 좋은 교육정책이 나오겠느냐”며 일침을 가했다. ■ 영어교육 개혁안 일정별 로드맵 한편, 이 당선인은 당내 움직임을 의식한 듯 “인수위에서 만드는 영어 공교육 문제가 정치쟁점화되는 것은 반대다”라고 입장을 명확히 했다. 이어 “국가의 미래를 위해 머리를 맞대야지 반대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고속도로에서 상·하행선이 분명한데도 역주행을 해 대형사고가 일어난다. 요즘 왜 이렇게 역주행이 많은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인수위가 현재까지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서 반대 세력에 대해 “물론 반대 세력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설득해 함께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 당선인은 “비영어권 나라에서 영어 잘 쓰는 나라의 국민이 영어 못 쓰는 나라 국민보다 잘산다. 세계화시대에서 그렇고 앞으로 더 그럴 것”이라며 “영어를 가르쳐야 하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총력을 기울여서 자라는 아이들이 세계를 향해 나아가고 그 수준에 갈 수 있도록 만드는 책임이 있다고 본다”며 거듭 강조했다. 당장 내년부터 인수위가 계획한 영어교육 개혁에 따른 일정별 로드맵을 살펴보면, 2009년부터 2013년까지 2만 3,000여명의 영어전용교사를 채용할 예정이다. 또 현직 영어교사에 대해선 매년 3,000명 국내외 연수를 보내 영어수업 진행을 위한 재교육을 실시하고, 2010년부터 영어전용 교사를 교육현장에 투입하여 2011년부터 본격적인 영어수업을 진행시킬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2013년부터는 수능 영어시험을 대체하는 영어능력 평가시험이 듣기와 읽기 위주로 실시되지만 점수가 아닌 등급제로 성적을 나누고, 2015년부터는 쓰기와 말하기 시험을 포함시킬 예정이다. <류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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