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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페트병 소비도 문화현상

생활문화로 자리잡는 페트병 소비…주부들 ‘리폼’으로 재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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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3호 ⁄ 2008.02.11 18:28:00

결혼 4년차 주부 김경선(31.경기도 파주시) 씨. 김 씨는 페트병 ‘리폼’의 고수다. 그녀의 집안 곳곳은 페트병을 ‘리폼’해 만든 살림 도구들로 빼곡히 차 있다. 색종이를 오려 붙여 조금 멋을 내니, 버려할 폐품이 예쁘장한 양념통, 화분 등으로 변신한다. 김 씨의 집에 놀러온 이웃들이나 숙제 때문에 찾아온 초등학생 아들놈 친구들은 “음료수 병이 이렇게 변할 수 있다니!”라며 놀라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한다. 김 씨는 “쓰레기 분리하기도 귀찮고 버리기도 아까워 2년 전부터 ‘리폼’을 시작했는데 주위의 반응이 이토록 좋을 줄 몰랐다”며 “아이디어를 좀 더 짜내서 페트병 ‘리폼’으로 만든 제품들을 전문적으로 생산하고픈 포부도 있다”며 환하게 웃는다. 주부 박지현(34.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씨도 요즘 페트병 리폼에 푹 빠져 있다. 두 아이를 키우느라 일을 계속할 수 없던 차에 2개월 전 김 씨와 같은 이유로 리폼에 관심을 갖게 됐다. 박 씨는 “무언가 하나를 만들고 나면 느끼는 만족감 때문에 리폼을 하게 되는 것 같다”며 “아이들과 함께 만들면서 느끼는 기쁨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고, 만들어진 작품도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것이라 보람도 크다”고 말한다.

■음료수 페트병 우리 생활 속으로 이처럼 고작 음료수를 담는 ‘페트병’이 화려한 변신을 시도하며 우리 생활의 일부가 돼가고 있다. 특히 리폼에 대한 관심은 쓰레기 재활용의 지평을 넓히는 데 한몫 톡톡히 하며 페트병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리폼은 낡거나 오래된 물건을 새롭게 고치는 것을 말한다. 리폼을 통해 낡거나 버려질 물건들에 새로운 쓰임을 제공하고 새 생명을 불어넣는다는 점에서 재활용과 맥은 같다고 볼 수 있다. 리폼 도구들이 일반화되고 리폼 방법들이 많이 알려지면서 재활용할 수 있는 대상도 그만큼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페트병이 생활에서 재활용되고 있는 곳은 바로 우리 가정이다. 새벽 약수터에서는 페트병 한두 병을 손에 쥔 등산객들을 흔히 볼 수 있다. 더군다나 이런 페트병은 생활의 살림 도구로 변신하고 있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새롭게 변신 그럼 페트병 ‘리폼’은 어떻게 시작하면 될까? 새로운 쓰임을 찾을 수 있는 눈과 약간의 부지런함만 있다면 페트병은 우리 생활의 살림 도구로 변신할 수 있다. 김경선 주부의 도움을 받아 생활 속에서 살림 도구로 사용이 가능하도록 페트병 활용법을 알아보자. ◆대용량 컵을 만든다= 카레 등을 만들 때 200cc 계량컵으로 여러 번 물을 계량하는 작업은 번거롭다. 또 어느 정도 넣었는지를 넣다가 잊어버리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1.5ℓ 페트병으로 대용량 계량컵을 만들면 매우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먼저 페트병의 윗부분을 잘라 1ℓ짜리 계량컵을 만들 수 있다. 가볍고 잡기가 쉬워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물의 양을 조절하는 물뿌리개로 사용 한다= 시판되는 물뿌리개는 물이 한꺼번에 많이 나오므로 작은 화분에 물을 주기가 힘들다. 그 대신 작은 페트병을 이용하여 물뿌리개를 만든다. 페트병 뚜껑에 구멍을 뚫어 손으로 누르는 강약에 따라 물의 양을 조절 할 수 있다. ◆모종삽을 만든다= 종래의 스푼식 모종삽에 비해 페트병으로 원통형의 모종삽을 만들 수 있다. 표면이 울퉁불퉁하지 않은 페트병을 골라 비스듬하게 잘라 내는데, 원하는 선에 비닐 테이프 등을 붙여 선을 가위로 자르면 깔끔하다. 큰 것과 작은 것 두 개를 만들어 두면 편리하다. ◆페트병에 플라스틱 뚜껑을 씌워 새 용기처럼 사용한다= 페트병의 위쪽 3분의 1 부분을 수평이 되게 잘라서 참치 통조림에 덮여 있는 플라스틱 뚜껑을 씌우면 투명 밀폐용기로 새롭게 탄생된다. 냉동용으로 사용해도 좋다. 자를 때 뚜껑의 사이즈를 확인하여 페트병을 고르자. ◆주방세제 용기에 물을 넣어 창틀의 더러움을 흘려 보낸다= 다 쓰고 버리는 주방세제 용기를 창틀 청소용 물뿌리개로 사용한다. 알루미늄 새시 등의 청소에 사용하면 편리하다. 좁은 문틀에 쌓인 흙먼지 등을 쉽게 없앨 수 있다. 칫솔로 문지르면 깨끗이 청소할 수 있다. 김 씨는 “페트병뿐만 아니라 조금만 눈을 돌리면 버려야 할 쓰레기들이 생활소품으로 변신할 수 있다”며 “페트병으로 만들어진 생활소품들을 자주 전시하고 소개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된다면 ‘리폼’이 좀 더 우리 생활 속으로 파고들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1976년 미국 듀퐁사가 첫 개발 한편, 페트병은 지난 1976년 미국 ‘Du-pont(듀퐁)’사에서 처음 개발, 시판된 이래 종래의 유리병 등 식음료 용기의 대체용기로 단기간에 전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며 성장했다. 국내에선 1979년 식용유 용기로서 처음 소개된 이후 80년대에 경제발전과 더불어 음료소비의 증가에 힘입어 매년 큰 폭의 신장세를 유지해왔다. 현재는 우리 생활 주변 어디에서나 접할 수 있고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용기로 자리잡고 있다. 최근 페트병 수요는 생활수준의 향상에 따른 소비문화의 변화와 사회적 간편화 추세에 따라 기호음료 및 건강음료 등의 확산으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페트가 병의 소재로 많이 쓰이는 이유 ‘페트(PET)’는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olyEthylene Terephtalate)’의 약자로 플라스틱의 한 종류다. 플라스틱은 그 구성성분에 따라 다양한 종류가 있다. 예를 들어 칫솔, 볼펜 같은 플라스틱제 생활용품은 주로 폴리에틸렌(PE)이나 폴리프로필렌(PP)으로 만든다. 가볍고 싸고 만들기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플라스틱 병은 거의 100% 페트 재질이다. 다른 재질에 비해 페트가 병으로 많이 쓰이는 이유는 뭘까? 우선, 페트는 투명도가 유리에 버금갈 정도로 뛰어나다. PE나 PP가 따라갈 수 없다. 기체 투과도도 중요한 요소다. 내용물이 물이라면 별 문제가 아니지만, 탄산음료나 주스가 되면 병의 자격조건이 까다로워진다. 병 속의 이산화탄소가 빠져 나가도 안 되고, 바깥의 공기 중 산소가 안으로 들어와도 문제가 생긴다. 페트는 PE나 PP에 비해 기체 차단성이 50배나 더 높다. 페트의 높은 강도도 장점이다. 같은 두께일 경우 PE나 PP에 비해 페트가 더 단단하다. 비슷한 강도를 지닌 병을 만들 경우 그만큼 재료를 아낄 수 있다. 단열성도 뛰어나서 영하 160℃까지 내려가는 국제우주정거장 표면에 페트 재질의 단열층이 붙어 있을 정도다. 이런 여러 장점 덕분에 음료를 담을 용기로 페트가 선택됐다. 같은 재질로 돼 있지만, 페트병은 내용물에 따라 모양새가 제각각이다. 좀 더 들여다보면 페트 재질 자체도 조금씩 다르다. 경제성과 기능성을 고려해 목적에 맞는 최적의 조건을 찾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생수병과 콜라병을 놓고 보면 같은 용량일 경우 생수병 두께가 더 얇다. 가장 두드러진 차이는 밑 부분이다. 생수병은 편평한데 비해 콜라병은 굴곡이 있다. 자세히 보면, 밑이 반구처럼 볼록한 병을 세우기 위해 둘레로 대여섯 개의 지지대, 즉 발이 있는 형태다. 톡 쏘는 탄산음료를 담고 있으니까 병 모양도 튀게 만든 것일까? 콜라와 같은 탄산음료 페트병이 이렇게 독특한 모양을 한 이유는 내부의 압력 때문이다. 이산화탄소를 주입하면 병 내부의 압력이 2.5~3.5기압이나 된다. 생수병 모양이라면 아래 부분이 압력을 이기기 못해 불룩 튀어나오게 된다. 따라서 제조된 날부터 소비자가 마실 때까지 고압의 내용물을 담고 있으려면 내부 힘을 분산시킬 수 있는 디자인이 필요하다. 페트병이 담고 있는 내용물의 성질, 보관조건에 따라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한다. 가장 적은 비용으로 최적의 모양을 찾는 것이다. 실제로 생수병에 탄산음료를 넣고 시뮬레이션해 보면 힘을 많이 받는 병 밑 가운데 부분이 불룩 튀어나오는 모양을 확인할 수 있다. 페트병이 담는 음료의 범위가 넓어지면서 웰빙 음료, 맥주 등을 담을 기능성 페트병도 개발되고 있다. 웰빙 음료는 대체로 미생물에 취약하다. 생수는 영양분이 없고 탄산음료는 산성이라 미생물이 자라기 어렵다. 그런데 웰빙 음료는 보통 중성이고 영양분이 있어 미생물이 자라는데도 ‘웰빙’이다. 균을 확실히 죽이기 위해 90℃ 정도의 고온에서 병에 내용물을 넣는다. 그런데 일반 페트병이 물렁물렁해지기 시작하는 온도는 75℃로 90℃에서는 무용지물이 된다. 따라서 물렁물렁해지는 온도를 90℃ 이상 끌어올리는 공정이 필요하다. 특히 주입하는 액체가 처음 닿는 병목 부분은 조금만 변형이 생겨도 뚜껑이 꼭 닫히지 않으므로 더 확실해야 한다. 병목 부분은 따로 적외선을 쬐어 온도를 높여준 뒤 서서히 식혀주는 결정화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분자들이 더욱 촘촘하게 배열된 고분자가 얻어지고 겉모습은 불투명한 흰색이 된다. 기체가 드나드는 것을 좀 더 확실하게 차단하는 페트병도 나왔다. 맥주는 이산화탄소가 톡 쏘는 게 제맛이다. 사람들이 가장 쾌감을 느끼는 병 속 압력은 2.5기압. 탄산음료의 경우 미리 3.5기압의 이산화탄소를 넣어 유통과정에서 조금 빠져 나가도 탄산의 느낌을 주도록 한다. 그러나 맥주는 자연발효 과정에서 탄산이 생성되는데 2.5기압 정도밖에 안 된다. 따라서 공기 유입이 완전히 차단되는 페트병이 필요하다. 맥주 페트병은 안팎의 페트 재질 층 사이에 기체 차단성이 높은 특수 합성수지 필름이 놓여 있다. 세계적으로 페트병 수요는 급증하고 있다. 전세계에서 일 년에 나오는 페트병은 150만톤에 이른다. 무겁고 깨지는 유리, 속이 안 보이고 한 번 따면 다 먹어야 하는 알루미늄 캔. 페트병에 익숙해질수록 이런 불편함이 더 거슬린다. 게다가 이제는 담지 못하는 내용물이 거의 없을 정도로 다양한 기능성 페트병이 나오고 있다. 이제 모든 병은 페트로 통하는 게 아닐까. 강석기 과학 칼럼니스트, 출처: KISTI의 과학향기 <신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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