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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4년 5개월 만에 합친 살림 ‘통합민주당’

꽃을 든 남자 손학규, 家長 노릇 잘 해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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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4호 ⁄ 2008.02.18 16:57:16

대통합민주신당 손학규 대표가 당 대표 취임 한 달째를 맞아 자청한 기자회견에 장미꽃을 들고 나와 이목을 끌었다. 대선 패배 후유증과 당 분열 위기 등으로 난파선이 따로 없던 신당은 손 대표를 추대해 친정체제 구축과 당 안정을 꾀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손 대표는 충청권 이탈설을 잠재우기 위해 일일이 충청권 의원들과 만나 동요하지 말아 줄 것을 당부하는가 하면, 각 계파를 불문하고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해 호평을 받고 있다. 이처럼 손 대표의 행보가 주목되고 있는 가운데, 당 분위기 전체가 4·9총선으로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다. 이미 대통령 권력과 지방정부 권력을 장악해버린 한나라당을 대적하려니 여기저기 버거운 기색도 역력하다. 이에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이 전격 통합을 선언했다. 분당 후 4년 5개월 만에 결합한 두 당은 ‘통합민주당’이라 명칭하고 손 대표와 민주당의 박상천 대표가 공동으로 이끌어갈 예정이다. 손-박 두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어 “한나라당이 4월 총선에서 개헌선(200석)이 넘는 국회 의석까지 장악할 경우 민주정치의 요소인 복수정당 제도가 사실상 유명무실해져 민주주의에 위기가 조성될 것”이라며 정당통합 이유를 밝혔다. 한마디로 몸집부터 불려놓은 뒤 한나라당과 맞서겠다는 뜻이다. 이로써 총선 구도는 한나라당-통합민주당-자유선진당-민주노동당 체제로 재편됐다. ■ ‘옥새분쟁’ 재현될 뻔… 하지만 한 지붕 두 가족의 행보가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처음 양당은 법적 대표를 둘러싸고 상당한 신경전을 벌였다. 일단 손-박 대표의 공동 체제 운영에는 합의점을 찾았으나, 막상 선거대책관리위원회에 등록할 정식 대표 자리에는 한 치의 양보도 못하겠다는 심산인 것이다. 민주당의 경우 지난 2004년 조순형 대표와 추미애 선거대책위원장의 공천장 직인을 둘러싼 일명 ‘옥새분쟁’으로 정식 대표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다. 당시 선관위에 등록된 대표가 결정적인 힘을 발휘한다는 사실을 몸소 체험했던 민주당인 만큼 자리싸움은 치열했다. 손 대표측 역시 대립각을 세워 물러서지 않겠다며 배수진을 쳤다. 결국 이 문제는 민주당이 한 발짝 물러남으로써 일단락됐다. 박 대표측은 “총선이 다가오는데 이 문제로 오래 끌 수 없다”며 수습했던 것. 당시 정치권에서는 이로 인해 양당이 통합과정에서 한나라당과의 싸움이 아닌 집안싸움이 되는 것 아니냐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 본격적인 공천심사, 동교동계까지 가세 커진 몸집만큼이나 신당의 공천 심사도 치열할 전망이다. 특히 지지기반인 호남 지역은 양당의 합당으로 ‘공천=당선’이라는 인식이 팽배하여 눈에 띄는 경쟁이 예상되는 상황. 당 내 손 대표 진영과 민주당 출신 그리고 정동영 전 대선후보 진영에 동교동계까지 가세한 형국이니 그야말로 생존 게임을 방불케 할 지경이다. 총선을 위해 손 대표가 내세운 구체적인 공약을 살펴보면, 새로운 진보노선-매니페스토-국민참여운동 등 가치 중심적 전략이다. 물론 당 내에선 손 대표의 지지만큼이나 불신하는 무리도 많다. 총선 공약인 새로운 진보가치가 기존의 이명박 당선인의 실용노선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주장이다. 이에 손 대표는 “이미 공천이 진행 중이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지만, 급하다고 바늘허리에 실을 맬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공천을 둘러싼 네거티브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 모바일 투표 공천 고집하는 ‘손’ 공천을 앞둔 당 내 갈등이 가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모바일 경선 논란을 두고 한바탕 소란스럽다. 손 대표가 야심차게 제의한 모바일 투표 활용에 민주당이 반기를 들고 나섰기 때문이다. 더 많은 지역민의 참여를 위해서라는 손 대표의 취지에 박 대표는 신당측의 표면적인 취지일 뿐 공정하지 못한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모바일 경선이라는 것은 사람을 많이 확보한 쪽이, 다시 말해 동원 경선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그렇게 되면 금품이 개입되기 쉽고, 당의 이미지가 훼손돼서 전체 후보들이 지장을 받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을 많이 동원해 모바일 투표를 한다고 해서 그것이 지역구의 표심을 대표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공천이 과연 공정했느냐, 모바일 투표라는 공천이 과연 공정했느냐에 대해 의구심이 생기고 이의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모바일 투표 도입 여부가 쟁점이 되는 결정적 이유로 호남지역 물갈이 관련도 무시할 수 없다. 또 현재 신당 의원들이 대부분 현역의원을 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모바일 투표나 여론조사를 공천에 적용할 경우 상대적으로 민주당 출신 인사들은 공천경쟁에서 불리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결국 모바일 투표 공천 방식은 민주당 측에서 합류한 예비후보들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의 우려대로 신당과 손학규 대표에게 전적으로 유리한 제도가 될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다. 합당 후 투 톱을 형성하게 될 두 대표 사이가 벌써부터 입장차이로 미묘한 긴장감을 내뿜고 있다. 이런 가운데 그 동안 ‘난파선’이라는 비아냥에도 불구하고 “장미꽃 한 송이 만큼의 희망을 찾아냈다”는 호평만큼 지반 공사에 성공한 손 대표가 앞으로 민주당을 어떻게 보듬고 나갈지 주목되고 있다. <류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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