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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방카슈랑스 4단계, ‘은행 울고 보험사 웃다

은행ㆍ보험권, 기 싸움 ‘팽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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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5호 ⁄ 2008.02.25 16:10:15

오는 4월1일 시행예정인 방카슈랑스 4단계 도입 철회와 관련 은행권이 울고 보험권이 웃었다.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법안심사소위가 일단 철회하겠다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동안 종신보험 등의 판매를 준비한 은행권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방카슈랑스 4단계 도입이 철회된다면 은행권은 IT투자 손실규모가 100억원을 넘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여기에 사업을 중단한 IT업계의 간접 피해를 합치면 그 규모는 더욱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이번 결정이 국회가 총선을 앞두고 표를 의식한 정책이라며 노무현 정권이 안되면 이명박 정부라도 설득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이마저 무산되면 ‘위헌 소지’를 걸어 법적으로 문제를 풀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그러나 보험업계 주장도 만만치 않다. 만약 (은행에서 보험을 판매하면)불완전 판매로 소비자 불만을 낳고 은행에 대한 보험사의 종속을 가속화시킨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 “보험 상품 선택 폭 넓혀”vs “잘못 끼워진 단추” 방카슈랑스란 은행 창구에서 파는 보험 상품을 말한다. 지난 1998년 외환위기 직후 경영난을 호소하는 은행권의 요구로 도입됐다. 이에 대해 보험업계는 ‘처음부터 잘못 끼워진 단추’라고 주장한다. 도입 당시 명분은 ‘소비자의 금융 상품 선택권 확대’였지만 보험업계의 밥그릇을 은행권에 내주는 셈이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전부 4단계로 나눠 단계적으로 상품의 범위를 확대하기로 하고 2003년 8월 1단계가 시행에 들어갔다. 저축성 보험(연금ㆍ교육보험 등), 순수 보장성 보험(질병ㆍ상해 등), 만기 환급형 보험 등이 차례로 은행 창구 판매가 허용됐다. 4월1일부터 시행될 예정인 마지막 4단계는 은행에서 자동차 보험과 종신보험, 치명적 질병(CI) 보험 등 보장성 보험을 판매하도록 허용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들 상품은 손해보험업계와 생명보험업계의 간판 상품에 해당하는 것이어서 특히 갈등이 심했다. 이 때문에 2005년에도 한 차례 ‘3년 연기’가 결정됐다가 이번에 아예 백지화가 된 것이다. 이에 대해 재정경제부는 막판까지 “예정대로 시행한다”는 입장이었지만 통합민주당과 한나라당이 철회에 합의하자 이를 수용했다. 보험업계는 방카슈랑스가 “불완전 판매로 소비자 불만을 낳고 은행에 대한 보험사의 종속을 가속화시킨다”는 입장이고 은행업계는 “소비자의 보험 상품 선택권을 넓히고 상품 가격도 낮췄다”고 주장한다. ■ 방카 4단계 철회 보험업계 일단 안심 이번 방카슈랑스 4단계는 시행은 보험권의 완승으로 일단락 됐다. 방카슈랑스가 시행되는 시점이 4월부터고 총선시기가 4월 9일인 점을 감안하면 무조건 3월 안에는 시행령이 개정된다고 보고 있기 때문. 특히 국회 입장에서는 보험설계사 30만명의 그 가족까지 100만명에 이르는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 기간 중에 은행측의 목소리가 끼어들 여지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현재의 국회가 마무리되는 시점도 6월까지인 것을 감안하면 일단 올 상반기까지는 무난하다고 볼 수 있다. 또 신정부가 출범하더라도 손바닥 뒤집듯이 몇 개월 만에 또다시 시행령을 개정하는 모험을 강행하지는 않을 것이란 판단이다. 다만 은행권이 어떤 입장을 내세울지 앞으로의 행보에만 주목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은행권은 ‘가만있지 않겠다’는 태세다. 지난 주 서울 신라호텔에서 은행장들이 긴급 회견을 갖고 ‘위헌 소지’를 거론하며 법적으로 문제를 풀겠다는 의지도 내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차기 정부에서 재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금융업계는 이 문제가 잠복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새 정부가 출범하고 4월 총선이 끝나면 언제든 다시 불씨가 살아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사실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방카슈랑스 4단계의 표류는 예견된 것이었다. 총선을 앞둔 정치권이 30만 보험설계사와 그 가족 등 100만표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당초 ‘유보’하는 선이 될 것이라는 예상을 뛰어넘어 ‘철회’라는 강수가 나오자 은행업계는 크게 당황했다. 겉모양만 보면 보험업계의 손을 번쩍 들어준 셈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은행장들은 “국회가 선거를 의식해 일부 대형보험사와 설계사들의 억지주장에 굴복한 것”이라며 “방카슈랑스 4단계의 시행이 중지되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금 더 깊숙이 보면 결국 노무현 정권이 ‘공’을 차기 정부로 떠넘긴 것이란 분석이다. 보험업법을 개정해 ‘방카슈랑스 4단계’를 철회하려던 신학용, 안택수 의원의 발의안을 채택하는 대신 정부가 시행령을 개정하는 방식으로 사안을 봉합했기 때문이다. 뒤집어보면 앞으로 시행령을 개정해 방카슈랑스 4단계를 다시 추진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진 것이다. 더구나 시행령은 법률보다 개정이 쉽다. 총선이 끝나 ‘표’의 압박이 사라지면 이명박 정부가 소신에 따라 방카슈랑스 4단계를 재도입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 이에 대해 은행권 일각에선 기대가 상당하다. 은행업계 한 관계자는 “새 정부는 금융규제 완화를 강조하고 있다”며 “당초 정치권에서 ‘하한선’으로 거론되던 ‘3년 유보’보다 더 앞당겨 시행될 수도 있다”고 기대했다. 반면 보험업계 관계자는 〃재논의가 되더라도 정치권에서 하한선으로 논의된 ‘3년 유보’는 보장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결국 은행과 보험권의 밥그릇 싸움은 당장은 잠잠해 졌지만 언제든 다시 불붙을 수 있는 ‘휴화산’의 상태인 셈이다. <성승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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