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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등록금 1000만원 시대!

천정부지로 올린 등록금, 재단 배만 불려…
학생들 “학자금 대출로 미래를 저당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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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7호 박성훈⁄ 2008.03.10 15:43:17

대학교 등록금 1000만 원 시대가 열렸다. 지난 10년 간 국내 대학들은 재정난을 이유로 무려 70%의 등록금을 올렸다. 매년 봄철마다 대학교 총학생회에서는 가파르게 치솟는 등록금 인상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그 부담을 조금이나마 줄이기 위해 ‘등록금 투쟁’을 지속하고 있다. 연례행사처럼 이어지는 총장실 점거 등 대학 측과 학생 측의 갈등에도 불구하고, 각 대학들은 역시 연례행사처럼 매년 등록금을 올려 결국 연간 등록금 1000만원 시대를 맞게 된 것이다. 이는 일반 도시 근로자의 월급 세 달치를 모은 액수보다 많다. ■한 학기 등록금 700만원 넘는 곳도 교육인적자원부에서 제공한 자료에 의하면, 4년제 사립대의 등록금은 매년 평균 6.3% 가량 올라 2002년부터 2007년 사이 약 180만 원이 올랐다. 그래서 2007년에는 사립대 한 학기 평균 등록금이 689만 원으로 약 700만 원 가까이 되는 돈이 학기마다 등록금으로 지출되었다.

국립대는 사립대와 비교할 때 등록금이 훨씬 저렴하다는 이유로 인상에 대한 압박이 비교적 덜하다는 인식 때문에 인상의 폭이 더 가파르다. 국립대의 등록금은 2002년부터 매년 최소 7.4%에서 10.2%씩 올랐다. 이 인상률은 해가 갈수록 더 벌어져, 올해 인상률은 평균 10.5%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국립대의 등록금은 6년 동안 130만 원이 올라 작년 평균 377만 원을 기록했다. 올해도 등록금 인상률은 가히 살인적이다. 국립대인 경북대는 14.1%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등록금 인상률을 보였고, 광운대가 9.7%, 연세대가 8.9%, 홍익대가 8.7%로 고율의 등록금 인상을 했다. 다른 대학들도 기본이 6.2%를 상회하는 등록금 인상률을 보였다. 따라서, 고려대 의대의 한 학기 등록금은 723만 원을 기록했고, 다른 사립대의 공대와 예술대, 약학대의 등록금도 500만 원을 훨씬 웃돌았다.

■물가인상률을 세 배나 웃도는 등록금 인상률 지난 32년 간 물가는 약 8배가 올랐다. 그러나 같은 기간에 대학 등록금은 사립 4년제 인문계 기준으로 25.7배가 올랐다. 물가 인상보다 3배 이상 폭등한 것이다. 한 학기 등록금에 해당하는 다른 상품가격과의 인상폭을 비교하면 그 차이가 체감된다. 32년 동안 8배가 오른 물가인상폭으로 환산하면 2008년 현재 금 44돈이면 충당할 수 있어야 할 등록금이 32년 동안 25.7배나 오르는 바람에 금 138돈을 모아야 충당할 수 있게 되었다. 또, 6가마니만 팔면 등록금을 낼 수 있어야 할 쌀의 경우도 20가마니를 팔아야 할 정도로 폭등한 것이다. 2008년에도 대학의 등록금 인상률은 2.5%의 물가상승률을 훨씬 넘는 6~20%의 인상이 이루어져, 물가상승률을 약 3배에서 8배나 웃도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천정부지로 치솟은 대학 등록금은 특히 저소득층의 가계에 극심한 어려움을 끼치고 있다.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소득을 10분위로 나누어 최저층인 1분위와 최상위층인 10분위의 소득과 2006년 대학 등록금을 비교했을 때, 10분위는 0.8개월치면 해결할 수 있는데 비해, 1분위는 7개월치를 모아야 등록금을 부담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소득층은 한 달 번 돈으로도 등록금을 내고도 남는데, 최저소득층 사람들은 한 푼도 안 쓰고 6개월 이상은 모아야 자식을 대학에 보낼 수 있다는 계산이다. 교육 양극화가 심히 우려되는 부분이다. ■‘알바’로 번 돈 쓰지 않고 몽땅 모아도 등록금 안돼 고액의 등록금으로 인해 학생들은 경제적으로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대의 한 학생은 일주일에 3일 간 아르바이트를 하여 한 달에 33만 원을 받는다고 한다. 제 능력으로 등록금을 벌어 학교를 다니고 싶어도 고액의 등록금을 메울 수 없는 현실이 막막하기만 하다. 이 학생은 “생활비로 쓰고 나면 남는 돈이 없는데, 어떻게 등록금을 마련할지 앞이 캄캄하다”면서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도 등록금을 채울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등록금 부담으로 어쩔 수 없이 휴학하게 됐다는 숭실대 임도균 학생은 “학교를 너무 다니고 싶은데, 휴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내 자신이 한심하고, 때로는 가난한 집안 탓을 하게 된다”며 “진리의 상아탑인 대학교에서 학생들이 등록금 때문에 공부를 못하고 아르바이트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서 교육의 공공성이 파괴되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한 집에 두 명 이상의 대학생을 둔 집은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서울대 농대에 다니는 한 남학생은 “누나도 이화여대에 다니고 있는데, 한 학기 등록금만 1000만 원 가까이 필요하다”며 “가족 모두가 버는 돈으로도 등록금을 감당할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높은 이율의 학자금 대출도 문제 학생들의 유일한 희망인 학자금 대출도 이율이 많이 올라 대개 ‘그림의 떡’이다. 2008년 1학기 정부보증 학자금 대출금리는 지난해보다 1% 오른 연 7.65%로, 시중은행의 대출금리와 거의 맞먹는 수준이다. 더구나, 많은 학생들이 학자금 이자 연체로 대출거부를 당하고 있다. 학자금 대출을 진작부터 받아온 학생들은 매월 납부해야 하는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신용등급이 낮아져 대출을 거절당하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올해부터는 신용평가기준이 상향 조정돼, 개인신용 10등급 뿐만 아니라 9등급도 대출을 받을 수 없다. 먼저 소개한 서울대 농대의 학생은 그 동안 받은 대출의 원금만 5000만 원이라고 한다. 그는 “매월 이자만 16만 원씩 내고 있는데, 조금이라도 납부가 늦거나 이자를 연체하면 신용불량자가 되니까 빨리 납부하라는 독촉장이 온다”며 “아르바이트하는 돈으로 이자를 내고 있는데, 이자 안내면 대출해 줄 수 없다고 하니 고통스럽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그는 이어 “당장 올해 3월부터 이전 학기분의 원금을 갚기 시작해야 하는데, 원금과 이자를 어떻게 갚아 나가야 할지 모르겠다. 청춘을 반납당한 것 같고, 심적 고통이 크다”며 답답한 심경을 전했다. 이처럼 학자금 대출을 거부당한 일부 학생들은 어쩔 수 없이 40%대 고금리의 제2금융권 대출 상품을 선택하고 있어 신용불량자가 되는 악순환을 거듭하게 된다. ■재단만 살찌우는 대학 이런 상황인데도 학교에서는 계속해서 등록금을 올리고 있다. 그리고 그 인상분의 상당부분은 재단의 자산을 불리는데 사용된다. 지난 2006년에는 수도권 사립대 69곳이 평균 108억 원의 적립금을 책정해 땅을 사고 건물을 짓는 데 사용했다. 실상, 재단의 자산인 빌딩과 부지를 매입하는데 사용되는 비용은 재단의 자산 전입금으로 충당해야 한다. 그러나 재단 전입금으로 부동산 관련 지출을 충당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2006년에 일부 주요 대학교는 500억~600억 원의 건축비와 토지매입비를 등록금으로 충당했다. 이 밖에 많은 대학들도 등록금을 학생복지나 연구 목적의 사업에 집행하기보다는, 부동산 매입이나 건물 신축비 등에 무게 중심을 더 주고 지출하고 있다. 학교의 돈줄을 죄고 있는 재단에 대하여 대학 당국은 하라는 대로 할 수밖에 없는 처지인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재단은 각종 수익사업 등을 통해 학교 운영자금을 지원하는 것이 원칙이다. 정부에서는 학교재단의 수익사업에 대해서 세제혜택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재단의 대학재정 기여도는 너무나 보잘것없다. 대학 수입에서 차지하는 재단 전입금의 비중은 9% 안팎이지만, 재단이 탄탄한 일부 학교를 제외하면, 평균 2%에도 미치지 못한다. 대학 재단 35곳은 교직원 연금이나 건강보험료 등 재단의 법정 부담금조차 내지 않는다고 한다. 미국의 경우, 2000년 재단 전입금은 평균 21%로 우리나라에 비해 상당히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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