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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빨리 늙는다

경제성장률 줄줄이 하향 전망…“투자 늘리는 성장 모델로 복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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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3호 김대희⁄ 2008.04.14 18:14:34

우리 경제에서 최근 나타나는 특징 중 하나는, 수출의 성장기여도는 하락하고, 내수의 기여도가 확대될 전망이라는 점이다. 원화강세에도 불구하고 세계 경제의 호황과 대개도국 수출에 힘입어 우리 수출은 5년 평균 18%대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하며 성장했다. 그러나 미국을 중심으로 확산되는 세계경제 침체의 여파로 수출의 성장기여도가 축소될 전망이다. 반면, 2008년 내수의 성장에 대한 기여도는 5%대로 높아질 전망이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지난 2월 수출은 전년동기 대비 20.2% 증가한 315.4억 달러를 기록했으며, 수입은 27.3% 상승한 323.4억 달러로 나타났다. 이로써 무역수지는 8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 1월보다 적자폭은 둔화됐지만, 연속 3개월째 적자기록을 유지하고 있다. 원/달러 상승은 수출업체에 환이익을 남기지만, 원화를 달러화로 바꿔 결제대금을 지불해야 하는 수입업체는 환손실을 입게 된다. 이로 인해, 수출실적은 20%대를 상회하는 호조세지만, 수입량이 수출보다 많아 경상수지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수출의존도를 줄이고 내수시장 활성화에 힘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예로 스위스의 경우, 산업별 비중 면에서 광업·건축업·제조업을 포함한 2차 산업이 31.2%, 서비스 등 3차 산업이 66.3%를 차지하고 있지만, 견고한 제조업을 바탕으로 높은 서비스 수지 흑자를 이뤄내고 있다. 이에 최근 우리나라가 저성장, 성장주기 단기화와 같은 경제 조로화(早老化)에서 벗어나려면 투자를 늘리는 성장모형으로 복귀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저성장 벗어나려면 자본투입 주도의 성장 패턴 필요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해 말 우리 경제가 선진국의 문턱에서 조로화 현상에 직면해 있다는 문제를 제기한 적이 있다. 경제규모와 소득수준에 어울리지 않는 경제와 사회 시스템의 비효율성 문제로 인해 ‘선진국의 후진국’인 영원한 중진국의 위치로 고착화될 우려가 높다는 지적이었다. 이어, 최근에는 ‘산업별 성장잠재력 제고를 위한 제언’이라는 보고서에서 외환위기 이후 우리 경제는 성장률도 낮고 성장주기도 짧은 조로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현상은 저출산·고령화 등으로 양적 투입 위주의 성장 패턴이 한계에 부딪히면서 한국 경제가 효율 중심의 저성장 구조로 전환되고 있는데 따른 결과로 추정된다며, 특히 최근의 성장 패턴의 변화는 투자정체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고 설명했다. 또, 우리 경제는 1980년대 이후 실질성장률이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2000년대 이후에는 성장주기도 짧아지는 경제 조로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 경제의 실질성장률은 1980년대 9.0%, 1990년대 5.7%, 2000년대 4.7% 등 추세적으로 하락하고 있고, 잠재성장률은 1991∼1997년 6.6%에서 1998∼2006년 4.5%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연구원은 추정했다. 연구원은 또한, 우리 경제는 2000년대 들어 노동과 자본 등의 생산요소 투입 주도의 성장단계에서 기술수준이나 사회적 효율성 등 총요소생산성 주도의 성장단계로 이전하고 있으며, 산업별로는 제조업의 경우 이미 총요소생산성 주도의 성장단계로 진입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서비스업은 아직도 노동 투입에 의존하는 성장단계에 머물러 있고, 제조업과 서비스업 중 전체 경제성장률을 견인하는 부문은 제조업이라고 연구원은 밝혔다. 연구원은 “총요소생산성 주도의 경제성장은 선진국형 성장 패턴이지만, 5%대 이상의 고도성장을 달성할 수 없다”며 “우리 경제는 아직 중진국 수준에 머물러 있는 만큼 설비투자 등 자본 투입을 늘리는 방법으로 높은 성장률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임희정 연구위원은 “경제 성장을 견인하고 있는 제조업은 시설 확장이나 신규 사업 등 투자확대를 통해 성장력을 확충하고, 서비스업은 전기·가스·수도업 등 생산성이 부진한 분야의 효율성을 높이면서 자본투입과 연구개발·투자 확대를 통해 대형화와 고부가가치화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연구원은 산업별 성장잠재력 제고를 위한 제언으로 5가지의 정책적 시사점을 들었다. 첫째, 한국 경제가 자본 투입 주도의 성장 패턴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정책적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 둘째, 투자 확대의 결과에 의한 노동 투입 증대를 도모하여 생산성 저하를 방지해야 한다. 셋째, 제조업 부문은 시설 확장이나 신규 사업 투자 확대를 유도하여 성장력을 확충해야 한다. 넷째, 서비스업 전반으로는 노동 투입에 의존한 성장 패턴에서 자본 투입과 총요소생산성 주도의 패턴으로 이행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요망된다. 다섯째, 서비스업 내에서는 업종별 성장 패턴에 따른 차별적인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 한편, 일부 시장 관계자들은 침체된 내수시장 극복보다는 경장수지 흑자 전환을 위해 수출업체 경쟁력 강화에 힘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제조업 업종별 특성과 수출경쟁력’ 보고서를 통해 “수출경쟁력 도모를 위해 힘써야 한다”며 “수출기업 금융비용 부담을 경감시키고 외주활동을 장려하는 한편, 고용 유연성을 높여 수출경쟁력을 강화시켜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글로벌 달러 약세에 따라 원자재 가격 상승 및 환율 상승으로 인한 수입단가 증가 등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자, 수출업체 기업환경 제고를 통해 경상수지 적자폭을 줄여 환율변동 피해를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경제연구소들, 경제성장률 전망치 하향조정 한국경제연구원은 ‘KERI 경제전망과 정책과제’ 보고서를 통해 2008년 성장률을 지난해 12월 전망치 5.1%에 비해 0.6%포인트 낮아진 4.5%로 전망했다. 전망치를 하향조정한 이유는 원/달러 환율 상승, 엔/달러 환율 하락, 세제개편 등 우리 경제의 성장률 상승효과보다는 세계 경기 둔화, 국제 유가 및 원자재 가격 급등 등의 성장률 하락효과가 더 크기 때문이다. 소비자물가는 원화 절하, 국제 유가 및 국제 원자재 가격 강세 등의 영향으로 2001년(4.1%) 이후 처음으로 4%대의 상승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고, 경상수지는 서비스 수지 적자가 지속되는 가운데 상품수지 흑자폭이 크게 축소되면서 98년 이후 처음으로 적자(약 88억 달러)로 반전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2008년 대외 여건의 악화를 상쇄할 수 있는 적극적인 내수 활성화 정책이 요구되며, 올해 30대 그룹의 투자계획(92.8조 원)의 실현 여부에 따라 5%대의 성장률이 가능할 수도 있다고 한경연은 내다봤다. 한편, 경기부진이 심화될 경우 상반기 중 금리인하도 고려해야 하고, 2007년 물가상승률이 2.5%인 점을 감안할 때 현재의 물가상승 추세가 지속된다면 생산비 절감 등을 통한 물가안정 정책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또한, 경상수지 적자 축소를 위해서는 서비스 부문의 경쟁력 강화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경제연구소도 ‘2008년 세계 및 국내 경제 전망’ 보고서를 통해 한국경제는 2008년 1/4분기 중 경기가 하강국면으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경제성장률은 상반기의 4.9%에서 하반기에는 4.4%로 하락이 예상되며, 연간 경제성장률은 4.7%로 2007년의 4.9%에 비해 소폭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2008년 수출은 2003년 이후의 두 자릿수 증가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이지만, 세계 경기의 하강으로 증가세 둔화는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LG경제연구원은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을 수출과 내수의 동반 둔화로 작년보다 0.3% 포인트 낮은 4.6%로 전망했다. 세계 경제 둔화는 수출증가율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하겠지만, 개도국 경제의 고성장세 유지와 원화 절하 등이 수출의 버팀목 역할을 하여 그나마 경제성장률이 소폭 하락하리라는 분석이다. 수입은 수출보다 높은 증가세를 기록할 것으로 보여 올해 경상수지는 97억 달러 적자로 돌아선다고 예상했다. 또, 민간소비와 설비투자는 둔화되고, 건설투자는 공공부문의 대규모 개발 사업에 힘입어 소폭 회복될 전망이다. 물가상승률은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에다 환율 절하 요인까지 가세하여 3%대 중후반으로 예상됐으며, 올해 경제정책은 대외 여건 악화가 국내 금융시장 등에 파급되는 충격을 차단하고 중장기적인 안정성장 기반을 다지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결국, 이들 전망은 모두 정부가 목표로 제시한 6% 성장률보다 1% 포인트 이상 낮은 수치로,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 전망은 점차 낮아지고 있다. 외국계 예측 기관이 바라보는 한국 경제의 전망은 더욱 어둡다. 골드만삭스가 5%에서 4.8%로 낮췄고, 리먼브러더스는 4.6%에서 4.3%로, UBS는 4.1%에서 3.6%까지 내려 잡았다. 미국발 금융위기와 국제 유가·원자재 값 급등 같은 글로벌 경기의 불안이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은 효과가 경제성장률 전망치의 하향조정으로 가시화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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