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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 두 마리 토끼 잡기

오바마, 매직 넘버 달성 임박…부통령 도전인가, 차기 대권 노림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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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8호 박성훈⁄ 2008.05.26 14:54:30

미국 대선에 앞선 민주당 경선은 이미 대세가 기울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민주당 경선 후보가 선출직 대의원의 과반수를 확보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현지시각 20일 오리건 주와 켄터키 주에서 경선을 실시한 가운데,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경선 후보는 켄터키 주 경선에서 65% 지지율로 오바마(30%)에게 압승했으나, 오바마 후보는 오리건 주에서 60%를 득표해 힐러리 후보와 1승1패의 성적을 거두었다. 이에 따라, 오바마 후보는 적어도 25.5명의 선출직 대의원을 추가해서 모두 1636명을 확보했다. 총 3253명인 선출직 대의원의 과반수인 1627명을 훌쩍 넘은 수치이다. 여기에 슈퍼 대의원을 포함하게 되면 모두 1965명의 대의원을 확보해 매직 넘버(대선후보 지명에 필요한 대의원 수)에 근접했다. 이 같은 경선 결과에 따라 11월 4일에 치러질 미 대선은 오바마 민주당 상원의원과 존 매케인 공화당 대선 후보와의 양자 대결로 사실상 확정됐다. 아직 경선 종료일(6월 3일)까지는 푸에르토리코(63명)와 몬태나(24명),사우스다코타(23명)등 세 군데의 경선이 남아 있는 상태이긴 하나 힐러리가 이 세 지역 경선을 모두 승리한다 해도 역전은 불가능하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바마는 전국 지지도(55%)에서도 힐러리(39%)를 압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바마 후보는 이날 밤 경선 첫 승리를 거둔 ‘정치1번가’ 아이오와 주 디모인에서 집회를 열고 “내가 처음 대권 도전에 나섰을 때 많은 사람이 얼마 못 갈 것이라고 말했다”며 “오늘 승리를 통해 미국민의 변화 열망이 표출됐다”고 연설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경선이 사실상 끝났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상원의원은 경선 완주를 고집하고 있다. 힐러리는 20일 켄터키 루이빌에서 집회를 열어 “오바마는 ‘매직 넘버’에 이르지 못했다. 경선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플로리다와 미시간 주 경선 결과까지 합치면 전체 유권자 득표에서 오바마를 제압했다”고 경선에 끝까지 임할 의사를 밝혔다. ■“아직 매직 넘버 이르다” 막판 뒤집기 기대 이에 따라, 오바마에 패배한 힐러리 의원이 이같이 ‘버티는’ 이유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미국 언론들도 결국 힐러리의 이 같은 집념에 오바마와 매케인의 양자구도에 맞춰진 초점을 다시 오바마와 힐러리의 경선구도, 힐러리의 전략과 향후 행보 등으로 옮겨 그를 다시 조명하기 시작했다. 이는 지난 웨스트버지니아 주 경선에서 힐러리가 압승을 거뒀음에도 ‘빛바랜 승리’, ‘불쌍한 힐러리’ 등으로 기술하며 힐러리에 대한 짙은 패색을 예견한 것과 대조적이다.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스 등 미국내 유력 일간지에는 요즘 힐러리에 대한 기사가 연이어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21일자 보도를 통해 힐러리가 경선완주를 고집하는 이유가 “자신이 후보가 될 가능성이 아직 유효하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힐러리는 일루의 희망을 걸고 21일(현지시간) 플로리다 주를 방문했다. 힐러리는 이곳에서 플로리다 주와 미시간 주의 경선결과를 인정해야 한다며 오는 31일 최종 방침을 결정할 것으로 예정된 민주당 전국위원회를 압박했다. 당규를 어기고 조기 경선을 실시하는 바람에 결과를 인정받지 못한 2개 주의 선출직 대의원이 이들 2개 주에서 승리한 자신에게 돌아와야 한다고 당 지도부를 간접 압박한 것이다. 하지만 오바마와의 지지율 격차가 너무 벌어져 판세를 뒤집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그래도 마지막 희망을 바라는 힐러리는 남아 있는 세 지역 경선 전승과 슈퍼대의원들의 표심 잡기를 시도하고 있다. 뉴욕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지지의사를 내비치지 않은 슈퍼 대의원들로부터 경선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 보라는 조언이 많아 막판 역전 가능성도 기대하고 있다고 힐러리 후보 측근은 설명했다. 이 같은 힐러리의 선전에 사실상의 ‘경선승리자’인 오바마도 이날 플로리다를 방문해 표심잡기에 나섰다. ■차기대권 노리나 그러나 사실상 경선 판세가 오바마 후보에게 기운만큼, 힐러리의 경선완주 선언은 정치적으로 살아 남을 수 있는 계기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는 분위기이다. 경선 이후의 상황에 대한 고도의 정치적 계산에 따른 행보라는 해석이다. 6월 3일 몬태나와 사우스다코타 경선까지 소수의 대의원이라도 확보해 조금이라도 정치적으로 더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또 지더라도 자신의 선거 공약을 오바마의 대선 공약에 최대한 반영하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경선완주를 통해 ‘철의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쌓는 데 이어 차기 대권에 재도전할 수 있는 명분을 만들어 놓기 위함이라는 해석도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힐러리가 경선을 끝까지 완주하는 것이 차기 대선을 위한 전략이 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의 한 기고문에서는 ‘힐러리가 여성으로서 차별받은 부분이 없지 않은 만큼 차기 대선 출마를 위해 경선에 끝까지 매달릴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만일 미국 대선에서 오바마 민주당 경선후보가 매케인 공화당 후보에게 패하게 되면, 2012년이나 2016년에 힐러리에게는 차기 대선에 출마할 자격이 충분하다. 그런가 하면, 일각에서는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 이듯이 예측할 수 없는 돌발변수, 예를 들면 오바마의 치명적 스캔들도 완전히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오바마-힐러리 러닝메이트 가장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는 예측은 힐러리 후보를 부통령 후보로 지명해 오바마-힐러리의 러닝메이트를 구성한다는 의견이다. 힐러리 후보는 웨스트버지니아 주와 켄터키주 등지의 선거에서 저소득층을 비롯해 저학력·백인 노동자들로부터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오바마 후보는 이들에게 외면당한 면이 없지 않다. 따라서 미 언론들은 오바마 의원이 힐러리 후보와 연대하지 않을 경우 대선에서 공화당의 존 매케인 상원의원과 대결하여 백인 노동자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지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바꿔 말하면, 오바마 후보가 힐러리 후보에게 부통령 후보 자리를 청할 수 밖에 없는 ‘외통수’ 구조를 만들어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지지층 구조를 예상했는지, 오바마 후보는 경선승리를 결론짓는 미 언론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경선승리를 선언하지 않았고 경쟁자 힐러리 후보를 치켜세우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비판의 칼날은 존 매케인 공화당 대선 후보의 공약을 향한 뒤 “여정이 길고 힘들지라도 미국을 위대한 변화로 이끌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를 두고 CNN 보도는 조기에 경선 승리를 선언할 경우 경선이 남아 있는 지역 유권자들의 선택을 가로막는다는 비판과 힐러리 지지층의 반발 등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오바마 후보가 민주당 대선후보가 된 후에도 힐러리 후보와 정치적 동반자로서 함께해야 백인 노동자들의 표를 끌어 모을 수 있다는 정략이 숨어 있는 것이다. 따라서 힐러리 후보는 자신에 대한 백인 노동자층의 지지가 무시할 수 없는 변수라는 점을 은근히 드러내고 있다. 힐러리 후보가 자신의 지지자들을 향해 “오바마가 싫다고 공화당의 매케인 의원을 지지하는 것은 더더욱 안 된다”는 말을 잊지 않는 것도 결국에는 대선에서 오바마 후보를 돕겠다는 뜻을 내비친 발언으로 보인다. 비록 대선 후보에 나서지 못하더라도 최초의 미국 여성 부통령 자리는 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이 밖에도, 힐러리 후보가 상원 원내대표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고, 최근에는 연방대법관 기용설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연방대법관 주장도 솔솔 워싱턴포스트의 제임스 앤드류 밀러 정치전문가는 ‘다음 자리는 대법원인가?(Next Stop,Supreme Court?)’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민주당의 단합을 위한 카드로 ‘힐러리 연방대법관’을 주장했다.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도 20일 오바마가 대선 승리를 전제로 힐러리를 종신제인 연방대법관에 기용할 것이란 분석도 내놨다. 힐러리 입장에서는 100명 중 한 명에 지나지 않는 상원의원 신분으로 되돌아가기보다는 국가적 위상을 지닌 연방대법관이 되는 게 유리하다는 추론이다. 민주당 내에서는 경선이 끝나면 결국 오바마와 힐러리는 서로 손을 내밀게 되고 모든 앙금도 잊혀질 것이라면서 단합과 결속을 다짐하고 있다. 힐러리 후보가 제시한 경선 완주 발언은 이처럼 무서하게 향후 행보에 대한 예측을 낳았다. 일단 앞에 놓여진 힐러리의 행보는 대선 후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는 오바마 후보의 승세가 결정된 듯한 분위기에서도 플로리다 주와 미시간 주의 대의원을 유효화하기 위한 투쟁을 통해 경선전을 8월 전당대회까지 이어 나갈 전망이다. 플로리다와 미시간 주 대의원을 합칠 경우 ‘매직 넘버’는 2209명으로 늘어나 이로써 경선을 8월 전당대회까지 연장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제기돼 왔다. 앞으로 남은 푸에르토리코와 몬타나, 사우스다코타 3개 지역 경선의 선출직 대의원 배분과 200명 가량의 ‘슈퍼 대의원’의 향배를 더 지켜봐야 미국의 향후 정국을 점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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