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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도 못 건드리는 이성태 한은 총재의 뚝심

새 정부 들어 유일하게 살아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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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2호 성승제⁄ 2008.06.23 13:22:41

한국은행 출입기자 - “최근 금융시장 불안 요인이 커지면서 콜 금리 인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총재께서는 이 부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이성태 총재 -“한국은행은 전체 시장을 보고 콜(정책) 금리를 결정합니다. 단순히 금융시장이 어렵다고 금리 인하 여부를 결정한다면 다른 시장은 그만큼 혼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달 한국은행 정책 금리 기자회견에서 기자와 이성태 한은 총재 간에 오간 문답이다. 사실상, 이 총재의 말은 모든 질문에 대해 뭉뚱그린다는 표현이 적절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일부 한은 출입기자들은 콜 금리 동결이 예상되면 아예 기사를 미리 써 놓는 경우도 있다. 또 기자 질문에 대해서 일부 분야는 어떤 말을 하는지도 미리 맞출 수 있을 정도다. 한은의 한 출입기자는 “기자회견 때 발표하는 내용이 거의 대동소이하다”며 “(브리핑 내용이) 큰 틀을 벗어나는 경우를 거의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물론, 이는 정책 금리 기자회견이 매달 열려 이 총재를 자주 접할 수 있고 여기에 한은 총재의 성향도 미리 파악한 예리한(?) 기자들에 한해서다. 뭉뚱그린다는 말이 어찌 보면 뻔한 결과 혹은 이야기라 생각할 수 있지만, 이 잣대가 이 총재를 향한다면 꼭 그렇지 않을 수 있다. 참여정부 시절 임명된 금융 공기업 수장 가운데 유일하게 살아남은 인물이며, 또 콜 금리를 인하하라는 정부의 압박(?)에도 끝까지 소신을 지켜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또 다른 한은 출입기자는 “박승 전 한은 총재가 튀는 카리스마 금리정책을 시행했다면, 이 총재는 조용한 카리스마로 한은을 운영해 왔다”고 평가했다. ■ 원칙·소신 뚜렷…한은 ‘독립체제’ 구축 ‘이성태 총재’ 하면 원칙과 소신이 뚜렷한 인물로 통한다. 뭉뚱그린다는 표현 역시 뒤집어 보면 큰 틀을 벗어나지 않고 약점을 보이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이는 이 총재를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콜 금리를 동결하거나 올리는 경우, 예리한 기자가 까칠한 질문을 해도 이 총재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특유의 조용하고 부드러운 말투로 원칙과 소신을 가지고 답변한다. 결국 비슷한 맥락과 똑같은 답변인데도 불구하고 더 이상 질의할 빈틈을 주지 않는다는 게 출입기자들의 평가다. 일례로,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공격적인 금리 인하에도 이 총재는 동결을 유지해왔다. 이에 대해 한 기자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국내 금융시장이 위기를 겪고 주식시장도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며 금리 동결에 의문점을 던졌다. 하지만, 이 총재는 “아직까지 국내 유동성이 높은 증가세에 머물러 있어 국내 금융시장만 보고 금리를 내릴 수 없다”고 입장을 분명히 했다. 물론 콜 금리 정책은 7명으로 구성된 금융통화위원회 투표를 통해 결정된다. 이들 7명은 콜 금리를 발표하는 날 오전부터 심도 있는 회의와 함께 투표를 시작한다. 이 총재 역시 한 명의 투표인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는 한은의 수장으로서 동결과 인상·인하 결정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이다. 이 때문에 그의 소신에 따라 정책 금리가 움직인다고 해도 과장된 말은 아니다. 그가 콜 금리 정책 기준의 책임을 대부분 안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이성태 총재를 둘러싼 주변 여건은 금리인하 요구의 목소리가 크다. 이 총재 스스로 언급한 것처럼 경기 둔화 가능성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수출은 여전히 증가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소비와 투자 등에선 증가세가 분명히 꺾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총재도 향후 한국 경제의 전망을 두고, “대외여건이 크게 나빠지고 있어 올해 경제성장이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크게 둔화될 것 같다”고 예상했다. 따라서 일부 경제 전문가들은 경기가 본격적인 침체 국면으로 접어들기 전에 한국은행이 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경제 살리기’에 사활을 건 MB 정부의 성장 중심 정책 추진도 이 총재에겐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미 지난달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등은 한은의 금리정책에 간접적으로 불만을 나타내는 등 정부와 한은 사이의 보이지 않는 힘 겨루기가 진행 중이다. 특히 한때 ‘성장보다는 물가’를 밝혔던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내수 위축에 대한 대책을 지시한 것도 이 총재 입장에선 신경 쓰이는 대목이다. 내수 활성화를 위해선 소비와 투자를 올려야 하고, 금리인하 역시 중요한 정책 도구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이 6월 10일 “총선 이후 (규제완화 등) 더 속도를 내자”며 정부의 경기부양 대책을 독려하자, 이 총재의 고민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이 총재는 “정부도 마찬가지다. 경제가 안정되는 것이 장기적으로 경제가 발전하는데 도움이 된다. 특히, 중앙은행은 중장기적 (경제) 안정에 더 많은 관심을 생태적으로 가지고 있다. 물론 정부와 대화도 하지만, 주어진 환경을 받아들여 대응해 나갈 것이다”라며 오히려 더 분명하고 명확하게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새 정부 들어 금융 공기업 CEO들이 대거 교체됐다. 유일하게 남은 곳이 한국은행이다. 정부의 금융 정책에 구애받지 않고 독립기구로 나가겠다는 이 총재의 취임 시절 목표가 아직까지는 지켜진 셈이다. 이성태 총재(60)는 자타가 인정하는 ‘실력파’로 일찌감치 총재감으로 거론돼 온 인물. 서울대 상대를 수석입학·수석졸업 했으며, 노무현 대통령의 부산상고 2년 선배이기도 하다. 한은의 핵심 업무인 조사부와 자금부 등 요직을 거쳐 실물경제와 금융 분야에 두루 정통하고, 원칙에 충실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90년대 초 한은 자금부 부부장으로 재직 중 투신사에 대한 한은 특별융자에 끝까지 반대, 특융허가 서류에 끝내 서명하지 않은 일화는 유명하다. 부인 박경원(60) 씨와의 슬하에 1남 1녀를 두고 있다. △경남 통영 △부산상고, 서울대 상대 △한국은행 자금부 과장, 조사국장, 부총재를 거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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