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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물쓰레기 처리기 ‘성적표’

꼼꼼히 따져보고 골라야…감량성능·소비전력·소음·냄새 등 거품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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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81호 김대희⁄ 2008.08.26 15:51:00

제때 처리하지 못하면 악취에다 벌레까지 꼬이는 음식물쓰레기는 주부들의 가사 중 대표적인 골칫거리다. 이런 이유로 음식물쓰레기 처리기는 주부 10명 중 8명꼴로 필요하다는 조사결과가 나올 정도로 관심을 끌고 있는 품목이다. 현재 시중에는 20개 이상의 제조·판매업체가 제각각의 장점을 내세워 처리기 시장 확보를 노리고 있어, 어떤 제품을 선택할 것인지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 최근 주부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음식물쓰레기 처리기가 실제로는 표시된 감량률만큼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지 못하며, 사용되는 전기요금도 표시된 금액보다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나, 소비자들의 올바른 선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 같은 사실은 한국소비자원이 시판 중인 건조방식 음식물쓰레기 처리기(이하 건조기라 함) 11개 업체의 11개 모델을 구입해 감량성능·전력소비량·소음·냄새발생 등에 대한 시험을 실시한 결과 드러났다. 소비자들이 가장 중요한 항목으로 생각하는 감량비율의 경우, 제품 또는 광고 등에는 75%∼90%로 표시하고 있었으나, 실제로 이를 만족시키는 제품은 없었다. 건조기를 사용할 경우 예상되는 전기요금도 누진제를 적용하여 계산하면, 업체별로 표시금액의 5.6~8.3배 더 많이 소요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소비자원에 접수된 소비자 상담 사례 중 가장 많은 빈도를 차지하는 냄새와 소음 부분에서도, 일부 제품의 악취가 불쾌한 수준이었으며, 소음은 냉장고의 평균 소음보다 큰 수준으로 나타나 개선의 여지가 많았다.

■ 감량비율 표시기준 없어… 실제 전기소모량 훨씬 높아 소비자원에서 환경부 고시(환경 마크 인증기준)를 적용해 음식물 1kg 및 0.5kg에 대해 감량비율을 시험한 결과에 따르면, 제품 또는 광고 등에는 75%~90%로 표시하고 있었으나 실제 감량비율이 일치한 제품은 한 개도 없었다. 실제 감량률은 최고가 79%여서 각 업체별로 표시치 대비 5%∼27%가 부족했다. 이는 감량이 잘 되는 특정 음식물(예; 콩나물·양파 등)에 대한 감량결과를 일반화시켰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4인 가족 분량을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제품은 루펜·클리베·한경희미니·키친스마일 정도였다. 비움·쿠스한트는 1㎏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이고, 싱크대에 설치하는 에버라인은 절반도 버겁다. 소량씩 자주 사용할 때만 적합한 제품이다. 그러나 2인 기준의 음식물(0.5㎏)을 처리할 때는 감량비율이 평균 71%로 높아진다. 건조기를 사용할 때 예상되는 전기요금을 2,000∼3,000원으로 표시한 업체들이 많았으며, 전력소비량 상위 4개 제품의 월 평균소비전력량 59kwh는 누진제를 감안하지 않았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소비자원이 소비전력량이 많은 비움·루펜·키친스마일·하츠 등 4개 제품을 대상으로 평균 전기 소모량을 조사한 결과, 1㎏ 처리 기준으로 약 59kwh, 이를 0.5㎏씩 두 번에 나눠 처리하면 평균 약 64kwh가 소모됐다. 모두 에너지 소비효율 1등급의 전기냉장고(700)의 소비량(40kwh)보다도 많다. 월 320kwh를 사용하는 가정을 예로 들어 계산해본 결과, 건조기 때문에 추가로 사용된(59kWh) 전기요금은 1만6,680원 늘어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따라서, 단순 소비전력으로 표시하는 방식은 불합리하므로, 월간 소비전력량으로 표시하는 방법으로 개선이 필요하다고 소비자원은 지적했다. 그러나 전력소비와 관련해 가장 개선이 시급한 사항은 건조기가 음식물의 양과는 관계없이 항상 일정한 전력을 소비한다는 점이었다.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음식물의 양 및 건조 상태를 감지해 일정한 수준까지 감량이 진행된 이후의 가열 여부를 자동으로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 음식물 0.5kg과 1kg에 대한 감량 성능 및 전력 사용량 등을 종합적으로 비교해본 결과는, 대부분의 제품들이 음식물의 양이나 건조 상태에 따른 전력 사용량의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고 소비자원은 전했다. 즉, 음식물 0.5kg을 처리할 때도 1kg을 처리할 때와 비슷한 전력을 소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에너지 효율을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최근 절전형 건조기 ‘이브’를 출시한 에코포유 관계자는 “이브의 월 소비전력량은 약 35kwh로,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국내 음식물 처리기 중 월 소비전력량의 최대치인 67kwh와 비교할 때 절반 정도에 그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전기료도 각 가정의 전력 사용량에 따라 다르지만, 월 320kwh의 전력을 사용하는 가정을 기준으로 하면 누진세를 적용해도 8,000원대로 1만 원이 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웅진코웨이 관계자는 “소비자원에서 실험한 제품은 2년여 전에 출시한 제품이어서 문제점이 있었던 건 사실”이라며 “최근에 나온 제품이나 문제점을 보완한 제품은 많은 개선이 이뤄졌고, 어떤 음식물을 처리하느냐에 따라 감량이나 전력량이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웅진은 클리베를 올해 초에 런칭하면서 시장에 뛰어든 후발업체”라며 “클리베는 다른 제품에 비해 소비자 불만이 적다”고 강조했다. ■ 냄새와 소음, 소비자 불만 가장 많아 그 동안 음식물 처리기 보급 확대의 걸림돌 중 하나는 건조과정의 악취였다. 소비자원에 접수된 품질 불만사례만 봐도 냄새와 관련된 상담이 가장 많았다. 지난해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건조기와 관련해 소비자원에 접수된 상담사례는 80건인데, 품질이나 A/S에 대한 불만이 67건(84%)으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품질에 대한 불만 44건 중에서 가장 많은 부분이 악취발생 등의 냄새 관련이었으며(22건), 소음 및 감량 성능이 각 10건이었다. 관능검사로 냄새 유무를 시험한 결과, 필터 방식의 경우 공통적으로 밀폐된 환경에서는 냄새를 감지할 수 있었지만, 실제 사용상 지장은 없는 수준으로 평가됐다. 한편, 건조기는 보통 싱크대 근처에 설치되며, 악취 방지를 위해 24시간 연속 동작되는 경우가 많아 소음 역시 중요한 선택요소이다. 열풍건조방식의 소음은 주로 공기순환용 팬에서 발생되며, 분쇄건조방식은 분쇄장치의 소음(분쇄건조 과정에서만 발생)과 팬의 소음이 합쳐진 것이다. 건조기의 소음은 냉장고의 평균 소음인 30dB 전후보다 큰 수준(열풍건조방식:34∼38dB, 분쇄건조방식:46dB 이상)을 보여, 시끄럽다고 느낄 정도로 큰 편이었다. 쓰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듯, 음식물쓰레기 처리기 또한 제품마다 장·단점이 있게 마련이다. 달콤한 얘기들로 꾸며진 광고만 보고 제품에 쓰인 글귀와 성능만 믿고 구입하기보다, 좀 더 꼼꼼히 따지고 알아보는 현명한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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