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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형 펀드 올해 42조 날려

펀드 투자자들, 환매·유지·신규가입 놓고 ‘골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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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87호 성승제⁄ 2008.10.07 16:06:59

‘환매와 유지, 혹은 신규가입?’ 주식형 펀드에 가입한 금융 투자자들 중 최근 이 세 가지를 두고 고민을 안 한 사람을 아마도 찾아보기 힘들 것 같다. 한때 최고의 금융상품으로 각광받은 펀드가 최근 들어 50% 이상의 마이너스 기록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수백에서 수천만 원의 원금 손실을 보고 있다는 말을 주변에서도 쉽게 들을 수 있을 정도다. 말 그대로 펀드의 추락이 1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펀드 평가사인 제로인에 따르면, 올 들어 글로벌 금융위기 등의 여파로 주식형 펀드들이 42조 원 가까운 평가손실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국내 주식형 펀드는 연초 이후 9월 말까지 평균 수익률이 -22.89%, 해외 주식형 펀드는 -35.42%를 기록했다. 이로 인해 발생한 주식형 펀드의 평가손실은 국내 주식형 17조7000억 원, 해외 주식형 23조8000억 원 등 총 41조5000억 원으로 추산된다. 주요 현황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 펀드는 순자산 100억 원 이상 336개 펀드 중 성적이 가장 양호한 ‘동양모아드림삼성그룹주식 1클래스A’의 수익률이 -11.92%를 기록하는 등 주요 펀드들이 모두 최소 10% 이상의 손실을 냈다. 성적이 가장 부진한 ‘우리CS부울경우량기업플러스주식투자 1C 1’은 -33.24%를 기록했다. 수익률 편차가 훨씬 큰 해외 주식형 펀드의 경우 순자산 100억 원 이상 357개 주요 펀드 중 원자재 펀드인 ‘미래에셋맵스로저스코모더티(Commodity)인덱스파생상품’과 남미 신흥시장 펀드인 ‘하나UBS 라틴아메리카(Latin America)주식자 1클래스A’ 등 4개만 2~4%대의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했을 뿐 나머지는 손실을 면치 못했다. 해외 주식형 펀드 중 가장 성적이 부진한 펀드는 중국 펀드인 ‘미래에셋차이나인프라섹터주식형자(CLASS-A)’로 -58.59%를 기록했다. 펀드 열풍 주역인 중국 펀드는 수탁고(순자산)가 13조8000억 원으로 전체 해외 주식형 펀드의 3분의 1을 차지하지만,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은 -44.15%로 유형별 펀드 중 최하위에 머물렀다. 인도 펀드 역시 -39.43%로 바닥권이며, 한때 자원부국 펀드로 각광받았던 러시아 펀드와 브라질 펀드도 -38.90%와 -18.12%를 기록하는 등 브릭스(BRICs) 펀드 모두가 부진했다. 이에 비해 채권형 펀드는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이 2.44%를 기록하는 등 채권금리 하락에 힘입어 선전했다. 채권형 펀드 중 ‘아이테일러채권 3C-1’가 5.16%로 최고 수익률을 거뒀고, 가장 부진한 ‘동양매직국공채 1클래스C-1’은 0.36%를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등 악재가 상당 부분 드러난 상태여서 주식형 펀드 수익률이 추가로 악화될 가능성은 낮지만, 수익률 회복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박현철 메리츠증권 펀드 애널리스트는 “올해 하반기까지는 수익률 부진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고, 본격적인 회복은 금융위기가 어느 정도 진정되고 글로벌 경기회복이 가시화되는 내년 상반기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렇다면 지금과 같은 시기에 환매·유지, 혹은 신규가입 중 이상적인 선택은 무엇일까? 사실상 정답은 없다. 금융위기 저점이 언제일지, 또 언제 급등하게 될지는 누구도 쉽게 예견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혼란기일수록 상식과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 펀드 미래예측 불가…상식·기본에 충실해야 다만, 주식이든 펀드든 시장이 패닉(공포)에 빠졌을 때 팔면 손해만 커질 뿐이다. 리먼브러더스의 파산보호신청으로 코스피지수가 6% 넘게 떨어진 지난달 16일 펀드를 환매한 사람이 그랬다. 미 구제금융법안 부결에 대한 불안감이 최고조에 달했던 같은 달 30일 오전에 주식을 판 사람도 마찬가지다. 대우증권의 한 관계자는 “머지않아 돈이 필요한 사람이라면 주가가 오를 때 조금씩 현금화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섣부른 펀드 갈아타기도 바람직하지 않다. 각국 증시의 출렁거림이 워낙 심해서다. 자칫 수익률이 바닥을 찍은 펀드에서 돈을 빼 지금부터 떨어질 곳으로 옮겨 탈 가능성이 있다. 국내 펀드 투자자는 지난해 10월 중국, 올해 1월 인도, 5월 브라질·러시아 펀드에 각각 앞뒤 달 평균보다 최소 2.6배(브라질)에서 최대 9.1배(인도)나 많은 돈을 밀어넣었다. 하지만, 이들 나라의 주가는 바로 그달부터 고꾸라지기 시작했다. 지난해 하반기 주요국 증시가 고점일 때 주식·펀드에 투자한 사람은 2~3년 이상 둘 게 아니라면 원금 회복에 대한 미련은 버리는 게 좋다는 견해가 많다. 장기 투자자가 아니라면 무작정 버티는 게 최선은 아니란 뜻이다. 하지만, 적립식 펀드 투자자는 주가가 빠질 때 납입을 끊지 않고 계속 넣어야 나중에 주가가 오를 때 회복이 빠르다. 주식시장은 오를 땐 적정 수준보다 더 뛰고, 떨어질 땐 기업 가치보다 더 빠지는 속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코스피지수 1400선이면 투자를 고려할 만하다고 보고 있다. 물론, 장기 투자자에게 한정된 얘기다. 굿모닝신한증권의 김종철 펀드 애널리스트는 “6개월 정도 투자할 생각이라면 지금 적합한 펀드는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지금처럼 세계 증시가 불안할 땐 국내 주식형 펀드 비중을 해외 주식형보다 높이는 편이 좋다.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상대적으로 많고, 빠른 대응이 가능해서다. 국내 주식·주식혼합형 펀드는 오후 3시 이전에 환매를 신청하면 그날 종가로 최종수익률이 결정된다. 하지만 해외 주식형은 며칠 뒤 주가까지 반영되는 게 보통이다. 당장 내일 주가가 어떻게 춤출지 모르는 상황에서 안심할 수 없다는 얘기다. 삼성증권의 이재경 펀드리서치파트장은 “국내 주식형을 기본으로 하고, 나머지를 선진국과 원자재 생산·소비국 등에 분산 투자하는 게 좋다”고 권했다. 주식에 직접 투자한 사람은 보유 종목의 실적 전망이 어떤지 꼭 챙겨봐야 한다. 금융위기로 실물경제가 위축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기업 실적이 나빠지고 있어서다. 이달부터 주요 기업의 3분기 실적이 발표된다. 아직 펀드에 가입하지 않은 신규 투자자라면 서서히 가입을 준비하는 것을 고려할 만하다. 금융위기 지속으로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고, 추세 반등에 시간이 필요해 보이지만, 현재 주가 수준은 1~2년 관점에서 봐도 충분히 투자할 가치가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아직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어 단기반등을 쫓기보다는 시장이 하락할 때마다 매집하는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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