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에 ‘미국 인맥 총동원령’이 떨어졌다. 미국 대선에서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 뽑힌 민주당 버락 오바마 당선자에게 어떻게든 줄을 대려는 노력이 한창이다. 차기 백악관 주인과의 친분은 글로벌 시장에서 사업 영역을 확대하려는 국내 기업들에게 큰 자산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오바마 당선자가 상원의원으로 중앙 정치 경험이 일천(日淺)해 ‘줄’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따라서, 오바마 당선자가 졸업한 하버드대(大)가 오바마 당선자와 우리나라 재계를 이어줄 접속 창구가 될 것으로 조심스레 점쳐진다. 우선, 당장 삼성그룹에서는 이건희 전 회장의 뒤를 이어 3세 경영을 준비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가 하버드대를 나온 점이 눈에 띈다. 이 전무는 2001년 하버드대 비즈니스 스쿨 박사과정(DBA)을 마쳤다.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과 김인수 삼성전자 유럽총괄 부사장은 이 학교에서 최고경영자 과정을 수료했다. 삼성의 고위 관계자는 “회사는 미 대선과 관련해 일상적인 정보 수집도 하지 않았다”며, 이 전무가 오마바 당선자 측과 연결되는 데 대해 일단 선을 그었다. 혹 있을지도 모를 차기 미 행정부와의 유착 의혹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을 경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재용 전무가 하버드대를 나온 것이 삼성에게 플러스 요인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는 게 재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조석래 전경련 회장(효성그룹 회장)의 둘째 아들인 조현문 효성 부사장은 오바마 당선자가 나온 하버드대 로스쿨을 나왔다. 국내 재계 인사들 중에서 학맥으로 오바마 당선자와 가장 가까운 셈. 조 부사장은 미국에서 변호사 경험을 쌓기도 했다. 효성그룹 홍보팀 이상철 상무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조현문 부사장과 오바마 당선자가 연결되는 고리를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요인이 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 팀장은 “게다가 조석래 회장이 한미재계협회 한국 측 위원장을 맡아 활발할 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덧붙었다. 오바마의 대통령 당선으로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는 업종이 자동차 쪽인데, 현대기아차그룹 임원들 중에서 하버드대 출신은 단 한 명도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기아차그룹 홍보담당 중역인 김봉경 부사장은 “다른 측면에서 오바마 당선자와 연결될 수있는 선을 찾고 있다”고 털어놨다. LG그룹은 전자·상사·화학 등 계열사 임직원들 중에서 하버드 출신을 찾아 집중관리할 계획이다. LG그룹의 하버드대 출신 한 고위 임원은 “오바마 행정부에 들어갈 미국 내 동창들은 찾아봐야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