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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수익성·건전성 ‘빨간불’연쇄 쓰나미 우려

2금융권 ‘좌불안석’… 기업·가계 ‘돈가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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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93호 성승제⁄ 2008.11.18 22:55:15

금융권이 술렁거리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시중 은행들의 수익성과 건전성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은행들의 자본적정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도 낮아지고 있고, 이익창출 능력도 떨어지고 있다. 제2금융권은 더 심각하다. 캐피탈 업계가 정부지원 요청에 나섰고, 저축은행 부실화 전망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특히,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이어질 경우 신용카드사 역시 마이너스 수익은 불가피하다. 제2 카드대란이 금융대란으로 전개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유동성 부족으로 기업과 가계 등이 돈가뭄에 허덕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같은 위기가 언제 그칠지 모른다는 점이다. 국책연구소와 민간 연구소는 내년 경제성장률이 2~3% 초반으로 내려갈 것으로 전망하고, 이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라 제기된다. 이 같은 위기 속에 기업과 가계마저 휘청거리는 시점에서 정부와 금융당국은 어떤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짚어봤다. 11월 중순 시중은행들이 3분기 실적을 내놨다. 시장 예측대로 우울하다는 평가다. 국내 18개 은행의 올해 9월 말 BIS 비율(이하 바젤Ⅱ기준)은 10.79%로 6월 말에 비해 0.57%포인트 하락했으며. 바젤Ⅰ기준으로 본 은행 평균 BIS 비율은 10.61%포인트로 같은 기간 0.94%포인트나 악화됐다. 금융시장 여건 악화로 유가증권 평가손실이 커지면서 자기자본이 6조4000억 원 감소했고, 환율 상승 등의 영향으로 위험가중자산이 4조 원 늘었기 때문이다. 은행별로 보면, 우리·하나·외환·대구·부산은행과 농협·수협 등 7개 은행은 상승한 반면, 신한·SC제일·씨티·국민·광주·제주·전북·경남·산업·기업·수출입은행 등 11개 은행은 하락했다. 특히, 국민은행(9.76%)과 씨티은행(9.50%)·수출입은행(8.75%) 등 3개 은행은 BIS 비율이 10% 미만으로 추락했다. 금융감독원은 은행 BIS 비율이 8% 미만으로 떨어지면 적기 시정조치를 내리며, 10% 이상(자본적정성 1등급)은 우량은행으로 구분한다. 국내 은행의 부실채권비율(3개월 이상 연체)도 9월 말 기준 0.81%로 작년 말 대비 0.09% 상승해 자산건전성이 악화됐다. 금감원은 글로벌 경기둔화 영향으로 부실채권비율이 지속적인 하락추세에서 상승세로 전환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국내 은행의 충당금 적립액과 당기순이익 수준을 고려할 때 부실화 위험에 대비한 손실흡수 능력은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국내 은행들의 이익창출 능력이 떨어짐에 따라 자산건전성 악화에 대비한 체력은 약화되는 양상이다. 올해 들어 9월까지 국내 은행들이 벌어들인 순이익은 8조4000억 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36.2% 감소했다. 작년에 일시적으로 발생한 출자전환주식 매각이익을 제외하더라도 올해 9월 누적 순이익은 15.7% 줄었다. 금감원은 부실여신이 늘어나면서 충당금 전입액이 4조7000억 원으로 작년에 비해 2조2000억 원 늘어난데다 증시침체와 채권가격 하락 여파로 유가증권 관련 이익이 5조9000억 원 감소했다며 실적악화 배경을 설명했다. 다만, 이자이익은 수익자산 규모가 커지면서 작년 동기 대비 5.9% 늘어난 24조2000억 원을 기록했다. 1~9월 국내은행의 총자산이익률(ROA)는 0.72%,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0.41%로 작년 동기 대비 각각 0.59%포인트, 6.91%포인트 하락했다. ■ 저축은행·캐피탈… 제2금융권 부실악화 우려 은행뿐 아니라 저축은행·보험 등 제 2금융권도 건전성 악화로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저축은행들의 경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비중이 높아 부동산 경기 침체로 갈수록 부실 우려가 높아지고 있고, 보험회사들은 유가증권 가치 하락으로 지급여력비율이 떨어져 자본 확충을 서두르는 형편이다. 부동산 경기가 깊은 침체의 수렁으로 빠져들자,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의 PF 대출 부실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금융권의 PF 금융규모는 지난 6월 말 현재 97조1000억 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대출은 78조9000억 원,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이 15조3000억 원에 이른다. 그나마 은행권의 PF 대출 연체율은 0.64%로 나은 편이지만, 제2금융권은 그렇지 않다. 증권사와 여신전문 금융회사의 PF 대출 연체율은 각각 6.57%, 4.2%로 은행권보다 훨씬 높다. 특히, 저축은행의 경우 PF 대출이 12조 원으로 전체 대출의 24%를 차지하는데다 연체율도 무려 14.3%에 달한다. 저축은행들은 PF 대출 가운데 사업성이 뛰어난 것에 대해서는 만기를 연장하고 있으나, 그렇지 않은 곳은 자금을 회수하거나 손실처리하고 있다. 신규 PF 대출에 대해 몸을 사린 지는 오래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은행권의 경우 PF 대출 비중이 4% 수준에 불과해 부실이 발생하더라도 감내할 수 있지만 저축은행은 그렇지 못하다”면서 “다만 미국처럼 자산 유동화 비율이 높지 않아 저축은행 여신이 부실화하더라도 전체 금융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회사들도 주식·채권 등 보유 유가증권의 가치 하락으로 지급여력비율이 떨어지자 서둘러 자본확충에 나서고 있다. 미래에셋생명은 오는 12월 중 15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할 계획이다. PCA생명·ING생명·KB생명도 증자 또는 후순위 채권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손보사 중 그린화재보험의 지급여력비율이 150% 아래로 떨어져 연말 이전에 증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제일화재도 지급여력비율이 150% 미만으로 하락해 증자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보험사의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이 100% 아래로 떨어지면 적기시정 조치를 내리고, 150% 미만이면 자본확충을 권고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의 한 관계자는 “9월 말 현재 지급여력비율이 100% 미만인 곳은 없지만 잠정치 기준으로 5~6개 정도가 150% 아래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캐피탈사는 자금 조달처인 회사채와 기업어음(CP)·자산유동화증권(ABS) 등의 발행이 막히면서 정부에 지원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우리파이낸셜은 모회사인 우리금융지주에서 3000억 원, 하나캐피탈은 계열사인 하나은행으로부터 2000억 원 규모의 유동성 지원을 받게 될 예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미국 리먼브러더스 부도 이전부터 준비한 할부 금융채는 발행이 이루어졌지만 그 이후에는 채권 수요가 없어 발행이 거의 안 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자금 조달이 안 되다 보니 자동차 할부와 신용대출·리스 등 할부금융사의 주요 영업이 크게 위축됐다”며 “이런 상태가 연말까지 지속하면 유동성 위기에 빠지는 할부금융사가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신용카드사는 그나마 채권 발행이 가능하나 금리가 8% 중반까지 뛰어올랐고 발행 규모도 줄었다. 지난달 카드채 발행 규모는 6400억 원으로 전월 대비 25.6% 감소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올해 4월에는 카드채 금리가 6% 수준이었지만 이후 2~3% 정도 뛰었다”며 “상반기에는 기관 수요가 많았지만 금융위기가 불거진 이후에는 기관 수요가 거의 없어 대부분 소매로 소화하는 등 발행의 질도 저하됐다”고 설명했다. ■ 돈 좀 빌려주세요… 기업·서민 ‘죽을 맛’ 이처럼 금융시장이 불안해지자, 대출 문턱을 굳게 닫으면서 기업과 서민들이 죽을 맛이다. 시중은행의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최고 금리는 2002년 이후 처음으로 10.0%에 진입했다. 게다가 올해 초까지 가계에 돈을 빌려주려고 마케팅에 열을 올리던 시중은행들은 최근 대출을 급속히 억제하고 있다. 국내외 금융시장에서 자금 조달이 어렵다 보니 확실하게 회수가 가능한 대출이 아니면 웬만해서 돈을 빌려주지 않으려는 것. 하나은행은 이전보다 높은 신용등급을 갖춰야 돈을 빌려주는 쪽으로 신규대출 자격요건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은행 관계자는 “요즘은 가계대출을 심사할 때 수익이 얼마나 날 것인지보다 대출의 건전성을 더 따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 지점장도 “신용이 확실한 전문직 이외의 일반 직장인 대출은 소득·타행대출 등을 조사해 전보다 까다롭게 대출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반 은행에서 대출받기 힘든 서민들이 주택구입자금을 마련할 때 도움이 됐던 한국주택금융공사의 ‘보금자리론’도 재원 부족으로 허덕이며 대출을 억제하고 있다. 주택금융공사가 발행하는 주택저당증권(MBS)의 채권 가산금리(국공채 금리에 발행주체의 위험도를 고려해 덧붙이는 금리)는 연초 0.4%포인트에서 최근 2%포인트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이에 따라 10년 만기 고정대출 보금자리론의 금리 7.25%보다 조달 비용이 더 높아졌고 상품을 팔면 팔수록 손해가 나는 상태이다. 이에 따라 주택금융공사는 예전에는 허용되던 ‘갈아타기’ 목적의 대출을 중단했다. 보험사·신용카드업체·캐피털회사들도 가계신용의 부실 우려가 높아지자 대출 및 연체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A카드회사는 지난달 말 리스크관리본부 아래 있던 연체관리 부서를 따로 떼어내 본부로 만들었다. 고객 연체율이 높아지는 것에 대비해 연체한 카드 대금을 회수하는 조직을 강화한 것. 이 회사 관계자는 “연체관리 부서가 독립된 것은 2003년 신용카드 사태 이후 처음”이라고 말했다. 대부업체들마저 자금 확보가 안 돼 영업을 중단하거나 축소하고 있다. 한 대부업체 관계자는 “대형 대부업체의 자금조달원인 저축은행과 캐피털사가 자금을 죄면서 소액 신용대출이 최근 3개월 간 70% 급감했다”며 “급전을 찾는 서민 고객은 늘고 있는데 우리도 돈을 조달하지 못해 대출을 못해주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고 대출이자는 높아지면서 서민들 중에 집을 경매에 넘기는 사람도 늘고 있다. 경매 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8월 수도권 주거용 부동산의 경매 진행 건수는 총 2085건으로 7월 1493건에 비해 40% 늘었다. 또, 최근 경매 접수 건수도 급격히 늘고 있다. ■ 내년 금융경제 더 어둡다 문제는 이 같은 어려움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점이다. 국내 금융 전문가들은 아직까지 지금의 경제현황을 위기로 규정하기는 힘들다는 견해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하락하고 있지만, 여전히 감독당국의 지도 기준인 8%보다는 높다는 것이다. 한국은행 조정환 은행연구팀장은 “국내 은행들의 충격 흡수 능력은 양호하다”며 “일시적으로 자산의 위험이 커지면 BIS 비율이 낮아질 수도 있는데 현재까지는 약간의 진폭이 있는 정도”라고 평가했다. 문제는 글로벌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 대출 연체율 등 여신 건전성이 급격히 악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경기에 민감한 건설업이나 중소기업 대출 등에서 건전성이 크게 나빠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우려는 신용평가사들이 금융사들의 신용등급을 잇따라 하향조정하면서 불안감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10월 29일 SC제일은행의 재무건전성 등급 전망을 ‘긍정적’에서 ‘안정적’으로 변경한데 이어, 7일에는 외환은행에 대한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조정했다. 앞서 지난달 1일 국민·우리·신한·하나 등의 4개 은행의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내렸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도 국민은행 등 7개 국내 금융기관들의 신용등급을 부정적 관찰 대상에 올렸다가, 한국과 미국의 통화 스와프 협정 체결을 계기로 이를 해제한 바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김현욱 연구위원은 “요즘처럼 거시경제에 큰 충격이 오면 BIS 비율이 상당히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며 “최근과 같은 상황에서는 바젤이든 바젤 Ⅱ든 어떤 기준을 적용하더라도 BIS 비율이 높아지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금융연구원 구본성 선임연구위원도 “지금까지는 자본 적정성이나 건전성이 양호한데, 앞으로 수출 둔화와 내수 부진이 지속되면 장기적으로 건전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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