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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서 ‘외고’ 간다”

특목고 쏠린 명문대의 문호…고려대 특목고 우대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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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94호 박성훈⁄ 2008.11.25 13:22:06

전국에서 신입생을 모집했던 부산외국어고와 국제고 등 부산지역 4개 특수목적 고교가 2010학년도부터 광역자치단체 단위로 신입생을 모집한다. 부산시 교육청은 11월 17일 부산시내 3개 외국어고와 1개 국제고의 입학 지원 대상을 부산시내 중학교 졸업예정자와 졸업생, 고입자격검정고시 합격자 등으로 제한한다고 밝혔다. 충북도 교육청도 11월 18일, 2010학년도부터 외고와 국제고가 없는 광역시 내 중학교를 졸업한 학생의 지원을 제외하고 청주외고와 중산외고의 신입생 모집지역을 `도내로 제한한다고 밝혔다. 충북 도 교육청의 이 같은 제한 조치는 자녀들을 특목고에 보내려는 학부모들의 지나친 교육열에 기인한다. 작년에 발생한 김포외고 시험지 유출 사건에 이어, 11월 17일 과천외고와 고양외고의 시험과정에서 발생한 출제 오류에 대해 수험생들이 강한 불만을 제기해, 경기도 교육청과 학교가 해당 문항의 배점을 올린 일은 치열한 특목고 입시 현실을 방증한다. 특목고가 특수목적을 위해 존재하지 않고 오로지 일류대학에 들어가기 위한 양성소에 불과해 한국 교육사회의 양극화를 초래하는 존재로 자리잡았다. 올해 대입 전형이 지방보다는 수도권, 수도권에서도 특목고 학생들에게 유리하게 진행돼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이명박 정부의 대학 자율화 방침 이후 더욱 뚜렷해졌고, 앞으로도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 고려대 특목고 우대, 고교등급제 부활하나 11월 17일 고려대가 2009년도 수시 2-2에서 특목고 학생을 우대했다는 논란이 일어나 문제를 일으켰다. 내신이 더 좋은 일반계 학생을 제치고, 낮은 내신의 특목고 학생들이 대거 합격한 것이다. 하지만,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고려대학교의 특목고 학생 우대 논란을 사실상 묵인하기로 했다. 대교협 박종렬 사무총장은 17일 이 문제에 대해 “모든 입시전형 일정이 끝난 뒤 대학윤리위원회에 회부하겠다”면서 “현재 입시전형 일정이 진행 중이므로 지금 단계에서는 어떤 입장도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 박 사무총장은 “3불정책(본고사·고교등급제·기여입학제 금지)을 위반했는지 여부, 입시요강으로 발표한 내용을 그대로 지켰는지 여부가 검토 대상”이라며 “그러나 기본적으로 대교협이 관여할 수 있는 범위에는 한계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2009학년도 입시전형은 내년 2월 말까지이지만, 고려대에 대한 대교협의 최종 입장은 내년 2월 이후에나 나올 전망이다. 따라서, 고려대가 고교등급제를 적용하여 ‘3불정책’을 어긴 사실을 사실상 묵인했다는 주장이 나온 것이다. 고려대가 특목고 학생을 우대해 사실상 고교등급제를 부활시켰다는 논란에 휩싸이면서, 이명박 정부가 선거공약으로 내세운 대학입시의 대학 이양을 놓고도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학에 입학 자율이 주어질 경우 특례입학이 늘어나는 한편 일부에서는 기여입학도 일어날 것으로 보여 교육의 사회양극화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고려대는 ‘피겨 요정’ 김연아를 이번 수시에서 최종합격자로 뽑기도 했다. ■ 고려대 홈페이지 “외고 6등급 합격? 기가 차서…” 지난 10월 25일 고려대 입학처 홈페이지 ‘입시상담’ 코너에는 특목고 학생들이 내신이 더 좋은 일반고 수험생들을 제치고 무더기로 합격했다며 합격기준을 공개하라는 수험생들의 항의 글이 빗발치고 있다. “우리 아이가 전교에서 내신 성적이 가장 좋아 당연히 15배수는 통과하리라 믿었는데 (떨어져) 어이가 없다”고 억울함을 호소하는 학부모와 “아이가 학원에 갔다 오면서 모 외고에서 5등급·6등급인 아이들은 모두 1차 합격했다는 얘길 듣고 기가 찼다”는 등의 항의글이 올라와 있었다. 특히, 일부 외고의 경우 한 학교에서 무려 100명이 넘는 합격자가 나온 것으로 알려져,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고교등급제’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한 수험생은 “모 외고에서 수시 1단계에 153명이 합격했는데 이 학교 진학반은 정원이 200명도 안 된다”며 “전부 지원했다면 내신 8등급으로도 합격이 가능했다는 말”이라고 주장했다. 학부모와 학생들이 항의하는 주요 내용은 학교생활기록부(내신) 성적만이 선발 기준임에도 불구하고 내신 등급이 좋은 일반고 학생들은 떨어지고 등급이 더 나쁜 특목고 학생들이 다수 합격했다는 것이다. 고려대는 수시 2-2 1단계에서 학생부(교과 90%, 비교과 10%) 성적을 기준으로 모집인원의 15~17배수를 선발했다. 고려대 측은 “교과 성적의 경우 석차등급·원점수·과목평균·표준편차를 이용해 재산출하며, 이 과정에서 등급 간 차이가 다소 달라질 수 있다”고 해명했다. ■ 수도권 대학, ‘본고사형’ 수시 문항 출제 다른 수도권 대학에서도 본고사 문항에 가까운 문제를 출제해 3불정책이 사실상 무너진 모습이다. 지난 9월부터 치러진 일부 대학의 수시모집 논술고사에서 상당수 문제가 수학과 과학의 이론을 가미한 심층 문제풀이에다 외국어 해석까지 요구하는 본고사형 문제로 출제됐다고 한다. 외국어대는 지난 10월 3일 수시 2-1학기 ‘외대 프런티어 전형Ⅰ’ 인문계열 논술고사에서 영어 지문을 제시했다. 영어 지문을 완벽하게 해석하지 못하면 문제를 풀 수 없는 수준이었다고 한다. 경희대는 수시 2-1학기 자연계 논술에 ‘어떤 시각 t에서의 전력을 구하는 함수를 제시한 뒤 하루 중 전력 소비량이 가장 큰 시간을 구하라’는 물리 문제를 출제해 논란을 가중시켰다. 연세대 등 26개 대학의 수시 2학기 논술고사에서도 이 같은 유형의 문제가 잇따라 출제될 것으로 보여 논란이 확산될 전망이다. 이 같이 대학들이 입시 자율화를 명분으로 ‘3불’을 어기고 있는데도 대교협은 “제재 권한이 없다”는 입장이다. 박종렬 대교협 사무총장은 “대교협의 대입 관여 범위에 한계가 있고, 입시권한을 위임받았다 해도 기본적으로 교육정책은 행정기관 몫”이라며 책임을 떠넘겼다. 교과부 관계자는 “대학 입시 업무가 대교협으로 이미 넘어갔기 때문에 대교협 측의 문제 제기가 없는 이상 정부가 나서서 조사나 제재를 할 명분이 없다”고 말했다.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의 최미숙 대표는 “대입 자율화를 통해 다양한 학생들이 선발될 것을 기대했는데, 특목고 출신 등 일부 학생들만 혜택을 보고 있다”며 “학생과 학부모로서는 배신감이 들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 지방 학생들, 수도권 대학 가기 점점 힘들다 지방에 사는 주민들 사이에서는 “수도권 규제와 종부세 완화 등 부자를 위한 전반적 분위기가 교육계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며 교육 양극화의 심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만연해 있다. 지방 수험생들의 수도권 대학 진학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어려워지는 논술을 꼽을 수 있다. 해마다 수능이 끝나고 논술과 면접 등 수시2학기 전형이 시작되면, 200만∼300만 원이 고액 논술과외를 받기 위해 서울로 올라오는 지방 고3 수험생들이 넘쳐난다. 올해도 수능 직후 성균관대를 시작으로 연세대·고려대·서울대 등이 논술시험을 실시하고 있다. 정부가 대학 자율화 방침을 밝힌 직후 한국외대는 수시1학기 심층면접에서 영어 지문을 사용한 문제와 풀이과정을 요구하는 수학 문제를 제출해 본고사 부활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수능도 특목고생을 위해 맞춰져 있다. 2009학년도 수능 출제위원장인 안태인 서울대 교수는 수능일인 11월 13일 기자회견에서 “특목고 학생들의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수리와 외국어의 난이도를 조정했다”고 밝혔다. 올해 수험생들은 수리영역이 특히 어려워 최상위권을 제외하고는 평소보다 20점가량 성적이 낮아졌다. 나름대로 변별력을 갖췄다고 볼 수 있지만, 일부 최상위권을 변별하기 위해 전체 수능 난이도를 조절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공교육 강화를 위해 필수적인 내신의 비중도 점점 낮아지고 있다. 서울대는 2010학년도 대입에서 수능의 비중을 더 늘리겠다고 밝혔다. 서울대가 다른 대학의 입학 정책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 대입의 경향도 수능 강화에 맞춰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말이다. ■ “외국어고, 어학영재 육성 목적 잃었다” 과학고는 영재교육 양성을 위해 일정 부분 제 몫을 하고 있지만, 외국어고는 일류대로 가기 위한 발판 정도로 인식되고 있다. 이는 외고 졸업생 중 대부분이 외국어 관련 학과에 가기보다는 법대·경영대 등 인기학과로 진학하는데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지금 외고는 17%의 학생만 어문계열에 진학하고 법대·경영대, 심지어 의대까지 진출하고 있다. 외고 내부에서도 영어과·일어과 등 인기학과와 비인기학과로 나뉘어 위화감이 조성된 상태다. 서울대 합격생 중 특목고와 자사고 출신 학생 비율은 2005년 16.6%에서 2006년 18.8%로 상승했다. 이들 고등학교 출신 학생들은 특히 특기자 전형에 초강세를 보였는데, 이들 학생들은 2005년 특기자 전형 합격생 중에서 53.5%, 2006년에는 52.8%를 각각 차지했다. 강남지역 고교 출신 학생과 특목고·자사고 출신 학생들의 합격생 비율을 단과 대학별로 살펴보면 더욱 심각한 편차를 보인다. 2006년 서울대 합격생 중 음대는 합격생의 80.0%, 미술대는 74.5%를 차지했다. 또한, 법대와 경영대 합격생 가운데도 강남지역 고등학교·특목고·자사고 출신 학생들의 비율이 상당히 높았다. 2006년 합격생 중 이들 고등학교 출신 합격자의 비율이 법대는 38.5%, 경영대는 37.5%에 달했다. 이와 관련, 정진화 전교조 위원장은 “상위층이 특목고에 가는 게 당연시되면서 사교육시장이 팽창하게 되었다”며 “특히 외고는 어학영재 육성의 목적을 이미 이탈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미 특목고의 목표에서 벗어난 이상 특목고로서의 기능을 상실했기 때문에 일반 고교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서울시 교육청에서는 국제중을 설립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또 다른 외국어고를 만들려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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