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전화시장의 경쟁이 본격적으로 가열될 전망이다. 경기침체로 가계통신비 절감에 관심이 커지면서 인터넷 전화에 대한 관심도 더불어 높아지고 있다. 10월 말 번호이동제 시행 이후 기존의 집 전화를 바꾸지 않고도 인터넷 전화를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인터넷 전화 번호이동제란 유선전화에서 인터넷 전화로 이동할 때 쓰던 번호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 제도로, 기존에는 인터넷전화 가입시 식별번호 ‘070’을 사용해야 했지만, 번호이동제 도입으로 번호 변경 없이 시내전화(PSTN) 번호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인터넷 전화 번호이동제 도입으로 KT는 일반전화 가입자 수 2,000만 명 선을 정점으로 잡고 기존 유선 가입자의 이탈을 막기 위해 인터넷 전화보다 싼 요금제를 출시하며 방어와 공격의 병행 마케팅을 펼칠 예정이다. 반면, LG데이콤과 SK브로드밴드는 저렴한 요금을 무기로 인터넷 전화 가입자 유치를 위한 공격적 영업에 올인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사업자들은 저마다 저렴한 요금제와 결합상품, 다양한 기능을 갖춘 단말기를 앞세워 다변화될 집 전화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마케팅 경쟁에 나섰다. 하지만, 쓰던 전화번호를 그대로 이동할 수 있는 인터넷 전화 번호이동제가 시행 한 달이 지났지만, 기대했던 대로 통신업계에 큰 바람을 일으키지는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10월 31일부터 시행된 인터넷 전화 번호이동제 신청건수는 11월 말 현재 11만8,206건을 기록했다. 집 전화에서 인터넷 전화로 바꾼 케이스도 4만1,300건에 그쳐 기대에 부흥하지 못했다. 업계에서도 시행초기인 점과 신규 가입자들의 인터넷 전화 선택이 갈수록 증가추세에 있어 비관할 상황은 아니라는 주장이 있는 반면, 아직 인터넷 전화에 크고 작은 단점 등으로 소비자들이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다. ■ LG데이콤, 단말기 필요 없는 ‘인터넷 전화 모뎀’으로 차별화 지난해 6월 통신사업자 중에서 최초로 인터넷 전화 ‘myLG070’을 출시한 LG데이콤은 1년 3개월 만에 가입자 100만 명을 돌파하며 업계 1위 자리에 올랐다. 번호이동제 신청자 수 역시 다른 사업자에 비해 압도적이다. 번호이동제 이후 LG데이콤의 마이LG070으로 번호이동을 신청한 사람은 전체 신청자의 약 6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LG데이콤은 1위 수성을 위해 다양한 이벤트 마케팅과 유통망 확대를 꾀한다는 전략이다. LG데이콤의 강점은 별도의 단말기를 구입할 필요 없이 인터넷전화를 이용할 수 있는 ‘인터넷 전화 모뎀’ 서비스다. 또 ‘와이파이(WiFi)폰’을 이용하면 뉴스·날씨·증권정보 등의 무선 콘텐츠를 데이터 통화료 없이 손쉽게 이용할 수 있다. 아울러, 자회사인 LG파워콤과 공동으로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의 대형 할인 마트에서 체험 존을 활용하며 이용자 대상의 현장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반면, IPTV 서비스인 마이 LG TV에서 아직 경쟁력이 부족한 부분이 결합상품 구성의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 SK브로드밴드, ‘기본료無’ 결함상품 등 경제적 요금 강점 올해 8월에 070 인터넷 전화 사업에 뛰어든 SK브로드밴드는 번호이동제 미시행으로 사업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인터넷 전화 번호이동제가 본격 도입되면서 약 15%의 번호이동 신청자를 모집했다. 이에 따라, SK브로드밴드는 인터넷 전화 기본료 무료에 070 가입자 간 무료통화, 시내외 단일요금, 저렴한 국제전화 등을 무기로 가입자 확보 및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무엇보다 SK브로드밴드의 가장 큰 경쟁력은 저렴한 요금이다. SK브로드밴드는 월 3만3,000원에 초고속 인터넷과 IPTV, 인터넷 전화 서비스를 모두 이용할수 있는 결합상품인 ‘브로드앤올(broad & all)’을 출시했다. 다른 사업자의 결합상품에 비해 6~10% 이상의 요금경쟁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SK브로드밴드측의 설명이다. 특히, SK브로드밴드는 타 경쟁사들이 시행하고 있는 2,000원 내외의 기본료를 아예 없애는 과감함으로 요금경쟁력을 강화했다. 여기에 SK텔레콤과 함께 이동통신 서비스를 결합한 상품도 올해 안에 출시할 계획이다. 아울러, 3년 이상 약정 고객에게 무선 인터넷 전화기를 무료 임대 방식으로 제공하고 있다. 한편, SK브로드밴드는 11월에 인터넷 전화 전용 무선 전화기를 출시해 자유로운 통화로 이용자의 편리성을 대폭 개선했다. ■ KT, 유선·인터넷 전화 병행 마케팅 전략 KT는 번호이동제 도입에 따른 가입자 이동을 막기 위해 인터넷 전화 요금보다 저렴한 유선전화 요금제를 내놓고 대응에 나섰다. 가정용 단말기인 sandwich phone과 WIFi-phone 등 다양한 기능과 디자인이 결합된 인터넷 전화용 단말기를 내놓고 있다. 또한, 자신의 사용유형에 맞춰 요금제를 선택하거나, 기존의 일반전화를 초고속 인터넷, IPTV 등과 함께 사용하는 결합상품에 가입한 가입자에게는 할인 혜택을 부여해 실질적으로 인터넷 전화보다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KT의 ‘통화당 무제한 요금제’는 기본요금에 월정액 3,000원을 더 내면 시내외 전화를 시간제약 없이 통화당 39원에 이용할 수 있는 요금제다. 초고속 인터넷 메가패스와 집 전화 선택요금제에 3년 약정으로 가입하면 기본요금 월 3,000원이 면제된다. 이 밖에, 싱글 CGV 전화요금제, 전국단일 요금제, 정액형 요금제 등을 이용하면 기존의 집전화보다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KT는 인터넷 전화도 본격 서비스에 나서 LG데이콤 등 경쟁사 수준의 요금으로 낮추고, 할인요금제를 적용해 착신통화 전환, 부재 중 안내, 통화 중 대기 등의 통화 팩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KT의 인터넷 전화는 영상통화서비스, 홈 ATM 등 다양한 부가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한, 신한은행과 공동으로 제공하는 홈 ATM 서비스는 현금인출을 제외한 계좌이체, 거래내역 및 잔액조회, 지로납부 등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이 밖에, 생활밀착형 서비스로 음식점·병원·약국·학원·관공서·스포츠센터 등의 업소명·전화번호·지도 등을 제공하며, 즉시 통화 연결도 가능하다. 실시간 교통정보 서비스도 제공하여 수도권·전국 고속도로 및 서울시 간선도로, 한강교량 등에 대한 실시간 CCTV를 제공한다. 그 동안 집 전화의 90% 이상을 독점해 왔던 KT로서는 인터넷 전화 번호이동 신청자가 늘어날수록 유선전화의 수익이 감소하기 때문에 기존 고객 유지와 인터넷 전화 마케팅에 적극 나설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이와 관련, KT는 아직 서비스 브랜드를 확정하진 않았지만 인터넷 전화 서비스의 새로운 브랜드를 계획·준비 중에 있으며, 출시와 함께 더욱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