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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주르! 줄리엣 비노쉬

어머니의 유산으로 빚어진 삼남매의 미묘한 갈등 그린 프랑스 영화 <여름의 조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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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10호 이우인⁄ 2009.03.24 14:32:53

영화 <퐁네프의 연인들> <블루> <잉글리쉬 페이션트> <폭풍의 언더> <댄 인 러브> 등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프랑스 여배우 줄리엣 비노쉬가 3월 16일 처음으로 한국 땅을 밟았다. 안무가 아크람 칸과 선보이는 현대무용 (인-아이) 공연과 영화 <여름의 조각들> 그리고 <시네프랑스-줄리엣 비노쉬 특별전> 홍보차 내한한 것. 그는 18일 오전에 관련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뒤, 오후 3시부터 혜화동 ‘하이퍼텍나다’(동숭아트센터 1층)에서 열린 <시네프랑스-줄리엣 비노쉬 특별전> 및 영화 <여름의 조각들>의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마흔다섯이라는 나이가 무색할 만큼 생기가 가득한 얼굴과 목소리, 늘씬한 몸매 등 줄리엣 비노쉬는 등장만으로도 빛이 났다. 그는 올해로 설립 20주년을 맞는 동숭아트센터의 김옥랑 대표가 전하는 내한 기념 선물인 도자기 인형을 두 손에 들어 보이며 환한 미소를 보냈다. 줄리엣 비노쉬는 이날 취재진에게 “내가 안 보이면 테이블에 올라가겠다” “모든 질문에 답할 준비가 돼 있다” “그 질문에 더 구체적인 예를 들어준다면 그에 대해 성심성의껏 답하겠다” 등 아주 적극적인 자세로 임해 눈길을 끌었다. 한편, 줄리엣 비노쉬·샤를르 베를랭·제레미 레니에 주연,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의 영화 <여름의 조각들>(Summer Hours)는 어머니의 유산 문제로 미묘한 갈등을 겪는 삼남매의 이야기를 현실적으로 그린 작품으로, 오는 26일 개봉한다. ■줄리엣 비노쉬와 함께한 기자회견 풍경 <퐁네프의 연인들> <나쁜 피> 등이 개봉되며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기를 “황금기란 말로는 부족하다. 다이아몬드기가 적절한 표현”이라고 표현하면서도 “그때나 지금이나 뜨거운 열정은 변함없다”고 한 말을 비노쉬는 자신의 행동으로 증명해 보였다. 한국에 와서 이틀 간 무얼 했느냐는 질문에 “직접 지도를 보면서 음식점을 찾아 불고기를 먹었고, 어제 저녁에는 영화 <밀양>을 봤다. 하지만 자막이 잘 돼 있지 않은데다 나한테는 너무 긴 영화라 30분을 보다 말았다”고 답했다. 이어 한국 영화에 대해 그는 “한국 영화를 더 알고 싶은 갈증을 느낀다”며 “호텔에 10여 장의 한국 영화 DVD가 들어와 있어, 기자회견과 공연 리허설이 끝나면 볼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또 한국 영화감독에 대한 질문에는 “한국 영화감독들을 칸에서 많이 만났지만 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다음에 부산국제영화제를 방문할 때 감독의 이름을 꼭 외워 오겠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여름의 조각들>은 어떤 영화? 이 영화는 적은 예산으로 아주 짧은 시간에 찍었다. 때문에 촬영하는 동안 즉흥적으로 이뤄진 순간도 있지만, 즐겁고 가족적인 분위기에서 만들어진 영화이다. 영화뿐 아니라 무용·회화 등 다양한 매체로 자신을 표현하는 이유는? 나 자신을 재창조하는 일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새로운 변화는 나로 하여금 능력 부족 등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게 하기 때문에 저절로 겸손하게 만든다. 또 배우의 삶에 자양분이 된다. 그리고 배우로서 은퇴할 나이지만 춤을 추면서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기 때문에 즐겁다. 이번 특별전처럼 다른 문화를 가진 사람들에게 자신의 영화를 보여주는 의미는 무엇인가? 예술의 형식은 자유로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가나 문화 간의 사고방식 등을 모두 교류하고 공유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예를 들면, 과거에 프랑스 영화가 큰 물결일 때는 동양 영화에 많은 영향을 줬지만, 지금은 아시아 영화가 서양에 많은 영감을 주고 있다. 서로 감흥하면서 오가는 교류가 중요하다. 이는 회화도 마찬가지이다. 나는 동양의 서예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 서양의 회화는 채우는 데에 신경을 쓰는 반면, 동양의 회화는 빈 공간을 남겨 여백의 미를 느낄 수 있어 인상적이었다.

+[리뷰] 프랑스판 김수현 드라마…영화 <여름의 조각들> 뛰어난 예술적 감각으로 카밀 코로·오딜롱 르동·루이 마조렐 같은 19세기 작가들의 작품을 소장하며 한평생을 보낸 어머니. 한여름에 가족들과 함께 생일을 기념하던 어느 날, 그녀는 자신이 죽으면 있을 집과 집안의 물건들에 대한 처리 문제로 큰아들 프레데릭(샤를르 베를랭 분)에게 털어놓지만, 프레데릭은 이 집은 당연히 보존될 것이라며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하지만 어머니가 죽은 후 동생인 아드리엔(줄리엣 비노쉬 분)과 제레미(제레미 레니에 분)는 어머니의 유산을 처분하길 원하고, 프레데릭은 어머니의 흔적이 사라지는 현실에 아쉬워한다. 프랑스판 김수현 드라마라고 할 수 있는 전형적인 가족 영화다. 70세의 노모(老母)와 그녀의 자녀들, 그리고 손자·손녀 등 삼대가 오밀조밀 스크린을 가득 메운다. 노모의 생일 때마다 연중행사처럼 모이는 가족, 가정부와 단둘이 사는 노모의 외로움, 각자의 바쁜 일상에 빠진 삼남매, 또 다른 세상을 만드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큰 화폭에 담긴 풍경화처럼 담담하게 그려져 있다. 유산을 놓고 간간이 갈등하지만 서로 대립되어 큰소리를 내면서 싸우는 등 김수현식 갈등은 없다. 속으로 서운함을 삭이며 상대를 이해하려 노력하는 모습이 다르다. 유산의 대부분은 어머니가 평생 간직해 온 19세기 예술품으로, 프랑스 오르세 미술관 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기획된 영화답게 1848년부터 1914년까지 사실주의·인상주의·아르누보 인상파 작가의 그림·조각·가구·식기류 등 실제 작품과 작가의 이름이 등장해 사실감을 더한다. 특히, 어머니와 아드리엔이 똑 닮아 실제 모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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