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국 연세의대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 심장내과 부교수 요즘은 TV·라디오·신문과 같은 매스컴을 통해 의학 관련 정보를 많이 접할 수 있어, 몸에 조금만 이상이 있어도 혹시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하고 병원에 찾아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 중에서도 허리가 아프면서 다리가 저리고 아픈 증상은 디스크와 같은 척추질환 또는 대동맥이나 하지동맥 같은 혈관이 심하게 좁아지거나 막히면서 나타날 수도 있어, 일반인에게는 어느 진료과로 가야 할지 매우 혼돈스럽다. TV에서 혈관에 대한 방송이 나가면 디스크 환자들이 대거 심장혈관 관련 진료실로 몰려들고, 디스크에 대한 방송이 나가면 정형외과·신경외과 쪽으로 이러한 증상을 가진 환자들이 몰린다. 실제로 디스크라는 진단을 받고 수술까지 받았는데도, 걸으면 다리가 아파서 여러 병원을 거쳐 재검사를 받아본 결과 다리의 동맥이 막힌 것을 확인하는 경우를 간혹 경험하게 된다. ■증상에 어떤 차이가 있을까 다리의 동맥이 심하게 좁아지거나 막혀서 나타나는 하지동맥 질환의 대표적인 증상은, 가만히 있으면 안 아프지만 걸으면 걸을수록 주로 종아리(혈관이 막힌 부위에 따라 허벅지·엉덩이 부위까지)에 쥐가 난 것처럼 땡기며 아픈 증상이 나타나고 쉬면 통증이 사라지는 간헐적 파행이다. 혈관이 막힌 정도가 심할수록 혈액공급에 차질이 생겨 통증 없이 걸을 수 있는 보행거리가 단축되고, 아주 심한 경우에는 가만히 있어도 다리가 아프며, 다른 신체부위에 비해 차면서 근육이 위축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발가락과 같은 말단부위의 조직이 죽어 상처가 나는 괴사가 나타날 수 있다. 디스크와 같은 척추질환에서도 신경이 눌리면서 척추 이상 부위에 따라 허리 또는 다리가 저리거나 아프고 감각이상이 나타나는데, 혈관의 경우와 달리 걸을 때뿐 아니라 걷지 않아도 허리와 다리가 아프고 오래 앉기도 힘들다. 또, 허리에 통증이 있고, 허리를 앞뒤로 구부리거나 펴기가 힘들다. 다리를 들어올리면 허리와 다리가 땡기고 아프다. 심한 경우에는 배뇨기능에도 이상이 나타나고, 변비가 생기며, 성기능의 이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또한, 고관절이나 무릎관절의 이상으로도 다리의 통증이 나타날 수 있는데, 이때는 주로 통증이 관절부위에 국한되어 나타나고, 관절을 움직일 때 증상이 더 심해진다.
■어떻게 혈관의 이상을 진단할 수 있을까 쉽게는 피부 표면에 가까운 동맥이 만져지는지를 확인한다. 일반적으로 사타구니 부위(대퇴동맥), 무릎뒤(슬와동맥), 발등(족배동맥), 안쪽발목부분(후방정강동맥)에서 동맥의 박동을 만질 수 있는데, 맥이 촉지되는지 여부와 맥의 강도로 하지동맥에 심한 협착이나 폐쇄가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발목의 혈압이 손목의 혈압보다 높아, 발목 대 손목 혈압의 비 (ankle-brachial index, ABI)는 정상의 경우 0.9~1.0 이상이고, 0.9 이하인 경우 하지동맥의 폐쇄나 심한 협착을 의심할 수 있다. 그 밖에 영상을 이용한 진단방법으로는 CT·MRI·초음파 등으로 진단할 수 있으며, 가장 정확한 방법은 혈관 안으로 카테터를 삽입하여 조영제로 혈관을 촬영하는 혈관조영술이다. ■어떻게 혈관질환을 치료하나 혈관의 막힌 정도와 형태에 따라 좁아지거나 막힌 혈관 안으로 풍선이나 철망(스텐트) 같은 기구를 넣어 치료하는 중재시술적 치료, 또는 막힌 혈관을 우회해서 정맥이나 인조혈관으로 연결해주는 수술적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그러나 하지동맥질환 환자들의 주요 사망원인은 다리의 혈관이 막혀 일어나는 합병증이 아니고, 뇌졸중·협심증·심근경색과 같이 주로 뇌와 심장의 혈관질환으로 인한 합병증이다. 실제로 하지동맥 협착이나 폐쇄가 있을 경우 60% 정도에서 심장의 관상동맥의 협착이 같이 관찰된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동맥경화증의 주요 위험요인들을 줄이는 것이 중요한데, 흡연을 중단하고, 당뇨를 보다 적극적으로 조절하며, 과식을 피하고, 저지방 및 저염식을 섭취하며, 하루 30분 이상씩 유산소운동(특히 걷기)을 1주일에 5회 이상 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적극적인 고혈압 치료 및 콜레스테롤 조절이 요구된다. 그 밖에 항혈소판제제,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고지혈증 치료제 그리고 일부 고혈압 약제들이 혈관질환 환자들에서 뇌 심혈관계 질환으로 인한 발병 및 사망을 감소시켜주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적극적인 약물치료도 매우 중요하다.